15일 기준금리(1.25%) 동결로 6개월째 기준금리를 조정하지 않고 있는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시장 상황을 좀 더 지켜보자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 총재는 이날 오전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기준금리를 결정할 때는 자본 유출'입뿐 아니라 전반적인 경제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말하며 미국의 금리 인상이 곧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하지만 이 총재가 소신을 지킬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금융권에선 미국 1년 국채금리가 25bp(0.25%) 상승하면 우리나라의 외국인 주식 투자 자금은 3개월 후 3조원이 유출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미국의 주요 금융기관들이 내년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적어도 세 차례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미국을 따라 금리를 올리지 않고 자본 유출을 막을 가능성은 커 보이지 않는다.
아울러 이 총재는 기준금리를 내려 경기 부양에 나서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경제계 일각의 요구에 대해서는 확답을 피했다. 이 총재는 "기준금리는 실물경제 상황뿐 아니라 금융 안정 상황도 염두에 둬야 하는데 통화 완화 기조가 확대되면 가계부채 증가나 자본 유출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결국 국내외 경제 상황을 좀 더 지켜보면서 향후 금리정책의 기조를 잡아나가겠다는 의중으로 풀이된다.
이 밖에 이 총재는 국내 정치 불안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으며 미국 트럼프 정부가 어떤 정책을 내놓을지, 유럽연합과 일본의 통화정책이 어떻게 변화할지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또 우리나라의 수출은 내년에 조금이나마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으며 내년 1월 우리 경제의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할 수 있다는 뜻을 나타내기도 했다.
한편, 국내 금융시장은 미국의 금리 인상에도 안정된 모습을 보였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날보다 0.22p(0.01%) 하락한 2,036.65로 마감했지만 외국인이 53억원을 순매수해 우려했던 자본 이탈은 없었다. 코스닥 지수도 425억원을 순매수한 외국인에 힘입어 8.14p(1.33%) 상승한 620.61로 마감했다. 외환시장에도 동요는 없었다.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8.8원 오른 1,178.5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1,182원을 넘어서기도 했지만 진정세로 돌아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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