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는 비와 바람, 햇볕 등 자연의 힘에다 사람의 땀 등 남다른 정성이 필요하다. 그 대가는 넉넉하고 달콤하다. 그래서 '할 짓 없으면 농사나 짓지!'라는 푸념은 농사일을 잘 모르고 하는, 무식하고 어리석은 말일 뿐이다.
조상들이 씨앗 준비와 뿌리기부터 수확에 이르기까지 1년 12월 24절기 따라 농사일을 적은 농가월령(農家月令)을 짓거나 가사로 읊은 까닭이다. '김매기'도 빠질 수 없다. 논밭의 잡초인 '기음'을 뽑아 없애는 일이니 어찌 빼놓을 수 있겠는가. 세종 때 경북 선산 사람 정초가 우리 땅에 맞는 농사법을 소개한 첫 종합 농사 책인 '농사직설' 등 뭇 농서(農書)에도 나오는 까닭이다.
김매기의 중요성은 옛 사람들이 농사꾼을 상농(上農)과 중농(中農), 하농(下農)으로 나눈 속담에서도 알 수 있다. '상농은 풀을 보지 않고 김을 맨다. 중농은 풀을 보고서야 김을 맨다. 하농은 풀을 보고도 김을 매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김을 제때 뽑지 않으면 농작물이 먹고 자라야 할 영양분은 질긴 잡초가 앗아갈 수밖에 없다. 그릇된 농사는 뻔하다. 게으르고 부지런하지 않으면 헛농사인 셈이다.
김매기는 땅 위의 논밭에서만 중요할까? 바다 밑도 마찬가지다. 특히 미역이 그렇다. 청정한 경북 동해안은 일찍 바다 밑 미역을 가꾸는 데 정성을 쏟았다. 바로 '짬매기'이다. 영덕 영해 해안가 사진(絲津)의 '시나리마을'의 미역 짬매기가 좋은 사례이다. '실처럼 가는 나루'의 이곳 사람들은 미역이 자라는 바위인 '짬'을 가꾸었다. 미역 씨앗(포자)이 잘 붙도록 다른 해초나 고둥 등을 없애는 '짬매기'다. 잘 가꾼 미역 덕에 전국적 인기도 얻었다.
지난 10월,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로 타오른 촛불이 이번 주말에도 켜질 것 같다. 민주화 시위 이후 30년 만에 대규모 집회의 평화로운 시작과 끝으로 세계를 놀라게 한 촛불 집회이다. 평화 집회라는 새 역사까지 쓴 촛불이 어느 순간부터 걱정이다. 촛불 민심을 악용해 탄핵의 엄정한 판단을 방해하는 등 법치(法治)의 담을 무너뜨리려는 세력이 있어서다. 이는 성공적인 촛불 역사에 허물만 될 따름이다.
촛불은 함부로 타면 안 된다. 논밭과 두렁까지 태운 촛불이 산마저 삼키고 잿더미만 남기는 산불이 되면 곤란하다. 산불로 번지지 않게 적절히 묶어 매는 상농의 '촛불매기'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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