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근혜 정권 탓에 대구경북이 썩은 보수의 본산이 됐다.
포항 대통령 이명박 전 정권은 사자방(4대강 사업, 자원외교, 방산산업) 등 각종 비리로 얼룩졌고, 대구 대통령 박근혜 현 정권은 최순실이라는 비선 실세에 국정을 농단당하며 국민들에게 큰 실망과 좌절을 안겨줬다. 보수의 본거지인 대구경북의 자존심은 바닥으로 처박혔다. 다시 보수가 집권할 수 있을까하는 의구심마저 들 정도로 나락이다.
대구경북 사람들은 입이 있어도, 할 말이 없는 처지다. 두 정권에서 잘한 일도 있겠지만 전반적인 평가를 하자면, '썩고 무능한 보수정권의 연장'이다. 그렇다면 대구경북민들이 나서서 과거의 보수를 '능지처참'(陵遲處斬, 살아있는 상태에서 살을 저며내고 사지를 자르는 형벌)에 이은 '부관참시'(剖棺斬屍, 관을 쪼개어 시체를 베거나 목을 잘라 거리에 걸던 일)해야 할 시점이 왔다. 듣기만 해도 썸득한 두 사자성어를 꺼내든 이유는 뼈와 골수를 도려내는 아픔을 딛고, 새 보수로 거듭나자는 의미를 과격하게 표현한 것이다.
벌써 2달 가까이 국가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주에는 박근혜 대통령은 탄핵 이후 국가 원수로서 통치권이 마비된 상태에서 병원까지 실려갔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그렇다면 이제 큰 줄기는 법에 맡기자. 박 대통령의 형사 범죄(뇌물죄 등)에 대한 치열한 법적 공방논쟁도 질서있는 퇴진을 위한 한 과정이다. 특검과 헌법재판소 법리공방도 차분하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
박근혜는 이미 실패한 대통령으로 국민적 낙인까지 찍혔다. 그럼 과거에 머물며 소모적인 논쟁을 할 이유가 없다. 썩고 곪은 살은 도려내고, 새 살이 돋아나도록 환부를 도려내야 한다. 그것이 바로 대구경북이 살 길이고, 대한민국 보수가 아픔을 딛고 건강하게 다시 태어나는 행보다.
마침 보수당인 새누리당에도 긴 터널을 뚫고 나갈 새 길이 엿보인다. 친박이지만 합리적'중도적 인사인 정우택 원내대표가 선출됐다. 지난 총선과 최순실 사태로 볼 때, 보수의 바람을 철저히 외면한 친박들은 2선으로 후퇴해야 한다. 우리 지역의 원조 친박 최경환'조원진 의원 등도 이젠 '박근혜를 끝까지 지키자'는 얘기를 함구해야 한다. 이젠 박 대통령과 함께 순장될 각오까지 해야 한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비박의 대표주자가 된 유승민 의원에게 비대위원장 자리를 맡겨보자. 유승민 의원보다 더 합당한 비대위원장감이 있으면 좋겠지만 그런 보수 정치인을 찾기도 힘들다. 한 때, 원조 친박이었던 유 의원이 박 대통령을 배신한 이유는 합당하다. '청와대 얼라들'(문고리 3인방의 행태 비판), '증세없는 복지는 허구'(논리가 맞지 않는 정책 비판), '박근혜 정권은 성공을 바라기 어렵다'(배타적인 비선'밀실 인사로 인한 국가 경쟁력 후퇴) 등 돌직구를 현 정부를 향해 던진 이유는 보수가 나아가야 할 올바른 길이 아니었다는 소신 때문이었다.
박근혜 대통령 실패의 간신세력이나 다름없는 '친박' 세력의 철저한 2선 후퇴와 유승민 비대위원장-정우택 원내대표 체제 속에서 보수는 새 길을 열 토대를 마련할 수 있다. 이제 '친박', '친이', '비박' 같은 진절머리 나는 단어들도 입에 올리지 말자. 조선시대 노론-서론, 훈구-사림 등의 당파 싸움과 뭐가 다른가. 보수에도 영'정조 시대의 탕평책을 써야 할 시점이 왔다. 지난 대선에서 표로 검증된 대한민국 보수파는 전체 유권자의 50%가 넘는다.
대한민국 정치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이 국가적 축제가 되어서는 안된다. 진보세력의 촛불집회도 이제 미래를 향한 등불로 바뀌어야 할 때이다. 매주 토요일마다 열린 8차에 걸친 촛불집회에 적잖은 국민들이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 다음주 부터라도 차기 대선을 준비하는 정치 변화의 장으로 만들어가야 한다. 그래야 정권이 교체되더라고 해도, 이 나라 정치가 보수와 진보가 건강하게 재편될 수 있다.
신한국당-한나라당-새누리당으로 이어져 온 대한민국 대표 보수당은 지지율이 30% 이하로 떨어진 적이 거의 없다. 현 새누리당의 지지율은 10%대 초'중반을 왔다갔다 한다. 보수의 대위기다. 대위기는 곧 대찬스가 될 수 있다. 대구 출신 '밉상'(친박 입장에서) 유승민 의원을 무조건 지지하자는 얘기도 아니다. 망망대해에서 큰 파도가 쳐서 난파 위기에 '새누리호' 선장 자리를 유 의원에게 맡겨보자는 것이다. 이미 그는 '새누리호'를 구할 로드맵을 천명했다. 그 로드맵대로 실행된다면, 분명히 보수는 새로 태어날 수 있다.
유 의원이 전권을 쥔 비대위원장을 맡는다고 해도, 자신을 탄압한(공천 탈락, 탈당 압박 등) '친박'에게 복수할 정도의 협량 정치를 할 인물은 아니다. 이미 그는 지난해 4월 새누리당 원내대표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통해 '보수의 새 지평'을 설파했다. 성장'복지의 균형발전과 중부담-중복지 모델을 제시했다. 당시 야당도 진보적 의제를 두고, "놀라운 명연설"이라고 극찬했다. 이 연설문을 뜯어보면, 큰 방향에서 보수의 '뉴 플랜'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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