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폐암 진단을 받고 항암치료 후 퇴원한 76세 남자 환자가 외래로 왔다. 환자는 퇴원 후 조금 피곤한 것 말고는 힘든 것이 없고 오히려 밥맛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함께 내원한 아들도 걱정을 많이 했는데 아버지가 잘 견디는 것을 보고 고마워했다.
한국인의 평균수명은 80세를 넘었고, 폐암 환자의 상당수가 65세 이상 노인들이다. 많은 환자들이 나이가 많아서 치료가 힘들지 않을까 걱정을 한다. 어떤 분들은 아예 치료를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최근의 연구에서 고령이라도 젊은 환자들과 같이 적극적인 치료를 시행하는 것이 생존을 향상시킨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일반적으로 고령 환자들은 고혈압, 당뇨 등 만성질환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흔하고 폐, 신장 등 여러 장기의 기능이 저하된 경우가 많지만, 요즈음은 과거보다 체력이나 영양 상태가 좋다. 따라서 절대적인 나이를 기준으로 판단하지 말고 환자의 전반적인 상태를 고려하여 치료를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실제로 고령의 폐암 환자들에게 항암치료를 권유하면 부정적인 경우가 많으나, 환자 및 보호자에게 환자의 상태에 대해서 충분히 설명하고 환자를 위해서 가장 좋은 치료법을 찾도록 노력한다.
폐암의 경우에는 최근 효과적인 치료 약제들이 많이 개발되었고, 지속적으로 더 많은 연구가 진행 중이다. 폐암이 진단되면 먼저 암 조직을 이용한 유전자 검사를 시행하여 특이한 돌연변이가 있는 경우에는 그에 맞는 표적치료제를 사용할 수 있다. 표적치료제는 암세포만 선택적으로 공격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항암치료에 비해서 효과가 우수하며 부작용이 적다. 또 폐암의 조직 형태에 따라서 폐 선암의 경우에는 치료 효과는 좋으면서 상대적으로 부작용이 적은 항암제를 사용할 수 있고, 최근에는 면역치료제들이 개발되어서 실제 임상에서 투여가 가능하다.
항암치료도 3주에 한 번 주사를 맞는 전통적인 방법도 있지만, 1주일에 한 번씩 주사를 맞는 방법으로 치료를 하면 힘들지 않고 부작용은 훨씬 적게 발생한다. 특히 항암치료 후 발생하는 메스꺼움, 구토, 식욕 부진 등을 치료하는 약제들이 많이 개발되어 있어 환자들의 고통을 덜어줄 수 있다.
수술이 가능할 정도로 초기에 발견되었으나 나이가 많고 폐 기능이 좋지 않아서 수술이 어려운 경우에는 방사선 치료를 시행하여 수술에 버금가는 효과를 볼 수 있다. 또 대부분의 고령 폐암 환자들은 흡연하고 있거나 했었던 경우가 많다. 따라서 폐기능 검사를 시행하여 만성폐쇄성폐질환이나 기관지천식과 같은 호흡기질환이 동반되었는지 확인하고 함께 치료하는 것이 환자의 상태를 호전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 결론적으로 나이가 많은 환자라도 단순히 고령이라고 치료를 포기하지 말고 전반적인 신체 상태가 양호한 경우에는 담당 선생님과 상의하여 적극적인 치료를 시도해 보는 것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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