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만능의 보검

1999년 3월 27일 코소보 전쟁에 투입됐던 미군 F-117 전폭기가 세르비아군의 SA-3 미사일에 격추됐다. F-117은 적의 레이더에 탐지되지 않는 스텔스 기능을 갖춘 세계 최초의 비행기였다. 미국의 자랑거리였다. 이런 비행기의 추락을 스텔스 기능을 탐내던 중국은 더없는 기회로 여겼다. 중국 정보 요원들이 유고의 농부들이 가져온 비행기 잔해를 비싼 값에 사들였다. 잔해는 베오그라드 주재 중국 대사관을 거쳐 하얼빈 공대로 옮겨졌다. 하지만 잔해만으론 턱없이 부족했다.

중국 상하이 푸둥에 근거지를 둔 제61398부대가 함께 움직였다. 미국 보안업체 맨디언트에 의해 처음 그 실체를 드러낸 이 부대는 미국 정부기관은 물론 기업 등을 상대로 사이버전을 펼치는 해커 부대였다. 중국은 F-22와 F-35 등 스텔스 전투기를 개발하고 있던 록히드 마틴을 주 타깃 삼아 스텔스 정보 획득에 열을 올렸다.

스텔스 기능을 둘러싼 미'중 간의 온'오프라인 전쟁은 중국의 승리로 끝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2011년 1월 최초의 스텔스 전투기 J-20의 성공적인 시험비행을 마쳤다. 마침 중국을 방문 중이던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부장관이 이 소식을 듣고 얼굴을 붉힐 정도였다.

훗날 J-20에 적용된 스텔스 기술이 미국이 개발한 F-22와 F-35에 적용된 기술과 유사하다는 추정이 나왔다. 미국은 중국이 스텔스 기술을 해킹으로 빼내 자국 전투기에 사용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중국은 이제 미국 최신형 전투기인 F-35에 맞설 젠-31 시험비행에 성공했을 정도로 미국을 바짝 추격하고 있다. 당초 예산만 1천670억달러를 들여 개발했다는 F-35에 적용된 기술을 중국이 해커 몇 명을 동원해 가볍게 취득했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국제 사이버전에 일찌감치 눈뜬 것은 북한도 마찬가지다. 김정은은 사이버전을 두고 '만능의 보검'이라 칭했다. 6천여 명의 엘리트 해커를 육성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시로 우리나라에 대해 사이버전을 펼친다. 최근에는 국방부의 인터넷망과 내부용 인트라넷망이 해킹되면서 군정보가 무더기로 빠져나간 사건이 벌어졌다. 그래도 국방부는 두 달이나 해킹을 당한 사실조차 몰랐다. 확실히 북한에 사이버전은 '만능의 보검'이다. 우리는 그 보검을 사용도 못 하고 당하고만 있다. 우리 국방부엔 이를 막을 창도 없다. '만약 3차 세계대전이 일어난다면 사이버전이 될 것'이라는 유엔의 경고가 무색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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