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전력 자급자족 최적지 울릉도
② 電 뿜는 화산섬, 지열발전 메카로
③ 세계 첫 대규모 친환경에너지 자립섬의 꿈
풍력발전은 지열발전과 함께 울릉도 친환경에너지 자립섬 사업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한다. 지열발전은 전체 설비용량의 62%, 풍력발전은 31%를 차지한다. 나머지 태양광'소수력발전 설비는 각각 3% 정도로 미미하다.
◆바람을 잡아라
'바람의 섬' 제주도는 풍력발전의 천국이다. 2030년까지 전체 전력 수요를 풍력 중심의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목표대로면 앞으로 14년 후 제주도엔 2천350㎿ 규모의 풍력발전 설비가 들어선다. 도내 총소비전력의 58%를 대체할 수 있는 발전 규모다. 지금은 시설용량 237㎿의 풍력발전기 108기가 8만 가구가 쓸 수 있는 전력을 생산한다.
13일 제주시 구좌읍 동복'북촌 풍력발전단지를 찾았다. 울릉도에 들어설 예정인 발전설비와 같은 규모인 2㎿급 풍력발전기 15기가 모여 있는 곳이다. 초속 3m의 풍속부터 시동되는 발전설비는 초속 25m를 초과해 사고 위험이 커질 경우 자동으로 발전을 멈춘다. 이곳에선 약 1만8천 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전력을 만들어내는데, 이를 통해 연간 3만t의 이산화탄소 배출 절감 효과를 거두고 있다는 게 이곳을 관리하는 제주에너지공사 측의 설명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풍력발전은 전국 각지에서 주민 반발에 부딪히고 있다. 소음 피해와 경관 훼손 등이 주요 원인이다.
직원의 안내를 받아 풍력발전 시설을 둘러봤다. 설비 규모는 예상보다 컸다. 풍력발전기는 날개 부분인 블레이드, 날개 중심축이자 발전기가 담긴 너셀, 지지대인 타워로 구성돼 있다. 이곳 발전기는 타워 높이가 76m, 각 날개 길이는 42m다.
제주에너지공사 강상현 팀장은 "보잉747 항공기의 전체 날개 길이가 64m 정도인데 이곳 풍력발전기는 날개가 회전하는 직경이 87m에 이른다"며 "보통 1분당 15~28회 회전하는데 날개 끝 부분의 이동 속도는 시속 200㎞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반면 소음은 예상했던 것보다 적었다. 발전기 소음은 날개가 지면과 수직을 이루기 직전 발생했다. 3개의 각 날개가 지면에 닿는 2~3초 간격으로 '윙~윙~윙~' 하는 식이었다.
당시 풍속은 초속 5m 내외로, 울릉에너피아 측이 지난해 12월부터 최근까지 측정한 울릉도의 평균 풍속인 초속 6~7m엔 다소 못 미쳤다. 그러나 발전기 바로 아래에서도 40~50㏈ 사이를 오갈 정도로 크게 거슬리지 않았고, 민가와의 이격 거리 기준을 감안하면 일상적인 소음에 묻힐 정도였다.
강 팀장은 "제주도의 경우 발전을 위한 입지 검토 후 주민설명회를 갖고 주민의 80% 이상이 찬성해야 개발에 들어간다. 소음은 개인에 따라 느끼는 격차가 큰 만큼 주민의 공감대를 얻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울릉도의 미래를 만나다
전남 진도군 조도면 가사도. 168가구에 286명의 주민이 사는 전형적 섬마을인 이곳은 제주 가파도와 함께 '에너지 자립'에 성공한 곳으로 꼽힌다. 2014년 10월 풍력'태양광'에너지저장장치(ESS)'비상용 디젤발전기 등으로 구성된 소규모 전력 공급 시스템인 독립형 마이크로그리드(MG'소규모 전력망)를 구축했다. 이전엔 전량 디젤발전에 의존했다.
지난 8일 진도 가학선착장에서 카페리를 타고 30분가량을 달려 가사도에 첫발을 내디뎠다. 선착장에서 정면으로 보이는 언덕길 바로 위에 전력설비를 통제하는 마이크로그리드센터가 있다. MG센터에는 에너지운영시스템(EMS)과 섬 내 발전설비 상황을 볼 수 있는 현황판, 인버터, ESS 등이 들어서 있다.
가사도는 처음으로 국내 개발 EMS가 적용된 곳이다. 전력연구원이 개발한 EMS 도입을 통해 가사도는 섬 내 전력 수요에 따라 신재생 설비에서 나오는 전력의 공급과 저장을 자동 조정한다.
가사도엔 100㎾급 풍력발전기 4기가 MG센터 인근 언덕에 설치돼 있다. 최근 국내 다수 풍력발전기가 2~3㎿급인 것을 감안하면 규모가 아주 작은 설비다.
이영환 가사도발전소장은 "풍력발전기 설치 계획 시 소음 피해에 대한 주민들의 우려가 나오자 소음이 낮은 모델을 선택했다. 태양광 설비는 이곳 풍력발전단지를 포함해 모두 8곳에 총 320㎾ 규모의 설비를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가사도 내 풍력'태양광 설비 규모는 섬 내 전력 수요를 맞추고도 남는 수준이다. 그러나 풍력이나 태양광은 비가 오거나 바람이 잦아드는 등 기상 상황에 따라 발전량에 차이가 나거나 전력 생산이 안 되는 날도 발생한다. 이곳 ESS 용량은 100% 충전됐을 때를 가정하면 가사도 주민들이 하루 동안 사용할 수 있을 정도다. 전력생산량이 많다고 해서 무한정으로 비축할 수는 없다는 이야기다.
이날도 일조량과 풍황이 좋지 않아 간헐적으로 풍력발전기에서 전기가 생산될 뿐 대부분 디젤발전으로 전력 수요를 맞추고 있었다.
이런 이유로 현재 가사도는 섬 내 사용 전력의 80% 정도를 태양광과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로 충당하고, 나머지는 디젤발전에 의존한다. 울릉도가 꿈꾸는 '친환경에너지 자립섬'과는 다소 차이가 있는 모습이다.
이영환 소장은 "예전 디젤발전기를 사용했을 때 가사도에선 전력생산에 연간 7억원가량의 적자가 발생했으나 MG 구축 후에는 디젤발전을 최소화해 유류비 절감 등 상당한 경제적 효과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국제적 친환경에너지 메카로
국내 마이크로그리드 사업은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상태다. 가사도와 가파도, 홍성군 죽도 등이 가동되고 있지만 이들 섬은 주민이 수백 명 정도로 사실상 시범사업 수준이기 때문이다.
결국 경제성을 갖춘 의미 있는 규모의 사업은 '울릉도 친환경에너지 자립섬' 프로젝트다. 지열, 풍력, ESS, EMS 등 국내 최신 기술을 모두 적용한다. 성공하면 매년 190억원이 넘는 적자를 보는 전력 생산 비용 절감은 물론 환경보호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다.
울릉에너피아에 따르면 세계적으로도 아직 인구 1만 명 규모의 지역에서 친환경에너지만으로 독립 전력망을 갖춰 성공한 사례는 없다. 이 같은 이유로 경북도는 울릉도 친환경에너지 자립섬 사업을 통해 새로운 관광 수요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 사업을 담당하는 경북도 김명심 사무관은 "일반 관광객을 위한 지열온천, 국내외 관계자 대상 에너지 기술관광 프로그램 등 '친환경 관광섬' 이미지를 상품화해 향후 이 사업의 성과를 주민과 함께 나눌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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