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핫플레이스] 범어천 먹거리타운 ① 북쪽 구간

불금·놀토엔 오전 7시까지 달리고 달리고…소주 한잔 뒤 '토스트 한입' 해장에도 그만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가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범어천먹거리타운을 거닐다 보면 문득 정호승(66) 시인의 '수선화에게'란 시가 이곳과 참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든다. 혼자가 아님을 확인하려고, 또는 위로받기 위해 누군가를 만나려는 이들로 늘 붐비기 때문이다.

모임 잦은 연말을 맞아, 대구 최대 유흥가 가운데 하나로 떠오른 범어천 먹거리타운을 두 차례에 나눠 소개한다.

들안로 양쪽으로 상가 100곳 넘어

고교생~직장인 다양한 연령층 몰려

웬만한 먹거리 다 있어 놀기 좋은 곳

토스트'떡볶이 가게는 동네의 명물

◆밤은 낮보다 아름답다

범어천먹거리타운은 들안로 청구네거리와 수성네거리 사이 약 900m 구간에 형성돼 있다. 도시철도 2호선 대구은행역 4번 출구에서 도보 5분 거리라 접근성이 나쁘지 않다. 다만 시내버스는 410번, 동구1번만 다녀 다소 아쉽다.

들안로 양쪽으로 100곳을 훨씬 넘는 음식점·주점·노래방·당구장·PC방 등이 밀집해 있다. 2014년 발족한 상가번영회 회원만도 80명이 넘는다고 한다. 한마디로 놀려고 마음 먹으면 없는 게 없는 동네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메뉴도 스펙트럼이 넓다. 삼겹살·족발·치킨회·골뱅이무침·육회 등 웬만한 먹거리는 다 찾아볼 수 있다. 게다가 가격도 높지 않아 수성못 주변 들안길먹거리타운과 차별화 된다.

특징 가운데 하나는 대부분의 업소가 올빼미형 영업을 한다는 것. 점심시간에는 문 연 곳을 찾기조차 어렵다. 오후 5시는 되어야 손님을 받는 곳이 많고, 오전 7시까지 영업하는 곳도 있다. 가장 붐비는 요일은 아무래도 금요일과 토요일이다.

◆토스트'떡볶이도 유명세

범어천 주변은 2000년대 중반부터 본격적으로 상권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수성동 4가, 범어3동에 대단지 아파트가 잇따라 들어서면서다.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대략 1만7천 가구에 이른다.

그래서인지 이곳을 찾는 고객층은 무척 다양하다. 유모차를 밀고 나오는 신혼부부가 있는가 하면 회식을 위해 모인 각급 기관·회사의 직장인들, 하굣길 간식을 찾는 인근 중앙고·청구고 학생들까지 거의 모든 연령층이 혼재돼 있다.

토스트·떡볶이를 파는 가게들도 동네의 명물이다. 재개발이 진행 중인 옛 신천시장 주변에 몰려 있다. 특히 토스트는 밤 늦게 술자리에서 일어선 취객들에게 '해장 토스트'로 통할 정도로 인기다. 새벽까지 일하는 대리운전 기사들에게는 한겨울 추위를 잠시나마 잊게 해주는 든든한 간식이기도 하다. 한 토스트가게에서 만난 직장인은 "대학 시절 친구들과 소주 한 잔 나눈 뒤 먹었던 그 맛을 잊지 못해 일부러 한 번씩 찾아온다"며 웃었다.

◆신천시장 재개발로 입지 강화

물론 성장세에 따른 임대료 폭등은 여느 핫플레이스와 마찬가지다. 10년 전에 비해 두 배 넘게 올랐다는 게 상인들의 푸념이다. 개업 8년차라는 한 음식점 대표는 "경기 침체와 '김영란법' 시행에 따른 회식 감소 등으로 매출이 큰 폭으로 줄었는데도 임대료는 여전히 고공행진"이라며 "확실하게 자리 잡지 못한 가게들의 간판이 자주 바뀌는 이유"라고 말했다.

실제로 며칠 동안 범어천 주변을 관찰해 보니 업소마다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뚜렷했다. 초저녁부터 문전성시를 이루는 곳도 있지만 손님이 드문드문 있는 곳도 있었다. 일부 매장 관계자는 너무 바쁘다는 이유로 인터뷰를 사양하기도 했다.

범어천먹거리타운 상가번영회 예현주 회장은 "신천시장이 멀티플렉스 극장을 갖춘 현대식 상가로 탈바꿈하면 입지 여건이 훨씬 나아지지 않겠느냐"며 "쇼핑과 엔터테인먼트, 식도락을 한꺼번에 누리는 관광 명소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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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온족발(수정)

상호 그대로 따뜻한 족발 요리로 유명세를 떨치는 맛집. 하루 5차례 족발을 삶아낸다. 족발과 골뱅이무침을 세트로 내는 '족뱅이'도 별미다. '55'는 감탄사 '오~'의 뜻이다.

다른 동네에서 배달 중심 족발집을 운영하다 2010년 현재 자리로 옮기고 나서 대박을 터뜨렸다는 천정희 대표가 들려주는 온족발의 탄생 뒷이야기도 재미있다. 손님이 밀려들었던 어느 날 어쩔 수 없이 식히지 않은 족발을 냈는데 처음에는 쫄깃하지 않다며 항의하던 손님들이 막상 일어서면서는 칭찬하더라는 것. 천 대표는 "실제로 체인점 중에 단골손님들이 낸 곳이 적지 않다"며 "특별하지는 않아도 언제 먹어도 질리지 않는다는 평가가 많다"고 전했다.

*대표 메뉴: 온족발(2만8천원), 족뱅이(3만3천원)

*전화번호: 053)742-5568

*영업시간: 오후 5시~다음 날 오전 2시

◆원조 신천토스트

범어천 주변 토스트가게의 터줏대감으로 벌써 업력 20년을 헤아린다. 층층이 쌓인 계란판과 식빵 물량이 하루 사용분이라는 설명에 그 명성을 짐작할 수 있다. 같은 자리에서 오래 영업하다 보니 대를 이어 찾는 단골이 적지 않다. 손님들이 김문자 대표를 부르는 호칭도 누님, 이모, 엄마, 할머니 등으로 다양하다. "소스 재료는 비밀"이라며 웃는 김 대표는 조류인플루엔자(AI) 영향으로 계란값이 크게 올라 걱정되겠다는 말에 "조금 덜 남기면 되지 않느냐"며 유쾌하게 답했다.

*대표 메뉴: 토스트(3천원), 라면(3천원)

*전화번호: 010-4536-0002

*영업시간: 오후 5시~다음날 오전 2시

◆달 뜨는 기와집

1999년 초가집이란 상호로 문을 연 민속주점. 다양한 막걸리와 각종 찜·전·생선구이·탕류를 판다. 특히 11월부터 3월 초순까지는 동해안의 겨울철 별미인 과메기를 즐기려는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청어·꽁치를 말려서 만드는 과메기는 각종 성인병 예방과 다이어트에 좋은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새콤달콤한 초장도 입맛을 당기게 한다. 이창오 대표는 "과메기 소비량은 대구 시내 식당 중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들 것"이라고 소개했다.

*대표 메뉴: 과메기(3만~4만원), 생굴(1만8천원)

*전화번호: 053)746-5512

*영업시간: 오후 5시~다음날 오전 4시

◆빡빡이 참숯화로구이

신병철·명철 형제가 7년째 운영하는 고깃집. 상호는 학창시절 항상 머리를 짧게 하고 다녔던 동생 명철 씨의 별명. 매장이 꽤 큰데도 한참을 기다려야 할 정도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비결은 질 좋은 고기를 저렴한 가격에 내놓는 것. 축산물도매업을 겸하고 있는 덕분이다. 신 씨 형제의 어머니인 김광옥 씨가 손수 만드는 명이나물절임, 백김치 등 맛깔스러운 반찬도 한몫한다. 신병철 대표는 "무슨 일을 하든 정성을 다하는 게 고객 마음을 움직이는 것 같다"고 귀띔.

*대표 메뉴: 삼겹살(9천원·200g 기준), 한우생갈비(1만3천원·100g 기준)

*전화번호: 053)752-9285

*영업시간: 오후 4시~다음날 오전 3시

◆오징어스타

얼핏 여성일 것 같은 이름의 선입견과 달리 걸걸한 목소리의 40대 중년 남성인 예현주 대표가 2008년 개업했다. 주요 메뉴는 당연히 오징어. 오징어회·순대·튀김을 다양한 에피타이저와 함께 차려내는 '스페셜'(5만5천원)의 가성비가 좋은 편이다. 수산물 도매유통을 하다가 직접 식당을 차렸다는 예 대표는 "중국 어선의 남획으로 어획량이 크게 줄어들면서 오징어 가격이 폭등해 고민이 크지만 '싸게, 푸짐하게'라는 창업 초심을 잃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대표 메뉴: 산오징어회, 산오징어순대(이상 3만3천원부터)

*전화번호: 053)754-3999

*영업시간: 오후 5시~다음날 오전 4시

◆신진성 아구찜 해물찜

범어천먹거리타운에서 드물게 점심식사가 가능한 곳. 천안에서 이름을 떨친 본사의 체인점으로, 올봄 문을 열었다. 매운맛은 모두 7단계로 나뉘는데 설명이 재미있다. 1단계는 '착하고 조신한 맛', 2단계는 '맛있게 매콤한 중간맛', '3단계는 '신진성 전통의 매운맛'이다. 정상열 대표는 "매운맛을 유난히 즐기지 않는 분들이라면 4단계 이상은 권하지 않는다"며 "청양고추와 고춧가루 양으로만 매운맛의 단계를 조절한다"고 말했다.

*대표 메뉴: 해물찜(2만5천원), 아구찜(1만8천원)

*전화번호: 053)741-7559

*영업시간: 오전 11시~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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