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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으로 돌아가는 인류 흥망의 무상…내달 26일까지 곽훈 개인展

피앤씨갤러리·풍국창고서 설치·캔버스 드로잉 30여점

곽훈 작
곽훈 작 'Palimpsest'
곽훈 작가
곽훈 작가

서양화가 곽훈 작가의 개인전이 피앤씨갤러리(대구 수성구 범어동)와 피앤씨풍국창고(북구 노원동)에서 동시에 열리고 있다.

서울대 미대를 졸업하고 1975년 미국으로 건너간 곽 작가는 '다완'(차 사발), '겁'(劫), '주문'(呪文), '기'(氣) 시리즈를 비롯해 옹기 설치 작업, 퍼포먼스 등으로 주목받았다. 초기 작품인 '다완' 시리즈에서는 다도와 선의 세계를 연결시켰고, '주문' 연작에서는 고분을 통한 한국인의 한을 다뤘다. 특히 '기' 시리즈는 타원형 씨앗 속에서 미묘한 색채를 드러내는 방식으로 에너지의 흔적을 표현해 주목을 받았다.

'대지로부터'(From Earth)란 제목으로 열리는 이번 전시에서 곽 작가는 1990년대부터 현재까지의 작업을 설치와 캔버스 드로잉 등으로 30여 점을 선보인다. 작품 'Contemplation'(묵상'명상)은 전시장 전면 벽을 다완 이미지로 덮고 그 앞에는 오브제(고래뼈)를 설치해 두 물질 사이의 관조가 이뤄진다. 반복되는 토기의 이미지 앞에 놓인 생명체인 고래의 삭은 뼈는 관객들에게 시간과 문명, 종족을 뛰어넘는 생각을 가지게 한다.

'겁/소리: 마르코폴로가 남기고 간 것'(Kalpa/Sound: What Marco Polo left behind)은 1995년 이탈리아 베니스 비엔날레의 한국관 개관 기념 대표작가로 선정됐을 때 길이 50m의 설치작품과 비구니들의 염불, 사물놀이의 대규모 퍼포먼스로 큰 반향을 일으킨 곽 작가의 대표 설치작품이다. '제네랄리시모'(Generalissimo)는 '예술가의 초상'이라는 제목의 시리즈 중 하나다. 모든 역사와 인간의 생이 죽음으로 마감하여 다시 붉은 흙으로 돌아가는 인류의 흥망의 무상함을 느끼게 하는 작품이다.

최근 작품인 'Palimpsest'는 오로지 작가 자신만이 알 수 있는 어떤 문자의 형상이 철학자 프랜시스 베이컨을 연상시키는 강렬하고 사이키한 추상 위에 불쑥불쑥 떠올라 있다. 2017년 1월 26일(목)까지. 053)742-19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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