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를 마감하는 송년. 누구나 저마다의 회한이 있고, 저마다의 환희가 있을 터이다. 그 회한과 환희 속에 저마다의 살맛들이 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98세까지 장수했던 수필가이자 영문학자였던 피천득 선생도 '송년'이라는 글에서 "지금 생각해보면 인생은 40부터도 아니요 40까지도 아니다. 어느 나이고 다 살만하다"고 했다. 하필 40을 내세운 것이 무척 의미심장하다. 마흔에 생각이 헛갈리지 않는다는 공자의 '불혹'을 염두에 둔 글귀랄까.
불혹에 이르려면 서른의 '이립'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 서른. 삶의 튼실한 궤적을 그리기에 더없이 좋은 나이다. 용기 있고 활기차고 직감하기에 좋은 세대다. 달성군 화원읍이 외가인 영원한 가객 김광석도 "…머물러 있는 청춘인 줄 알았는데…"라며 '서른 즈음에'서 아쉬운 듯하면서도 "내가 떠나보낸 것도 아닌데, 내가 떠나온 것도 아닌데…" 하고는 서른 청춘의 이미지를 가슴 꽉 차게 에이듯 쟁쟁하게 노래 불렀다. 그런 서른이다.
달성이 젊어졌다. 올해 달성군민의 평균연령이 38.6세로 30대 후반이다. 대구시민의 평균연령 41세보다 무려 2.4세나 젊다는 통계다. 젊은 도시의 이미지가 확 풍긴다. 사관생도의 걸음걸이에 버금갈 만큼 활기찬 달성군의 평균연령치다. 이런 젊음에 다들 놀라고 있다. 물체가 구부러지면 그 그림자도 구부러지는 법, '형왕영곡'(形枉影曲). 원인과 결과는 늘 일치한다는 열자의 말이다.
달성의 젊음도 그렇게 된 원인과 결과가 뚜렷하다. 경제와 산업을 뒷받침하는 대구테크노폴리스 등 첨단과학단지의 상승세에다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속속 들어서면서 정주 여건이 확연히 개선되고 있기 때문이다. 꾸준한 인구 유입으로 군 단위 기초 지방자치단체로는 인구 전국 1위 자리에 오를 날도 머잖다. 이미 23만 명을 향해 하루가 멀다 않고 불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대구도시철도 1호선 화원 구간도 연장됐다. 대구테크노폴리스로도 개통돼 현풍 쪽의 교통 접근성이 엄청 수월해졌다. 사통팔달의 교통망에다 단단한 기반시설 확충으로 살기 좋은 도시로서의 위상이 젊은이들을 부르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자연환경이 주는 매력을 더한다. 아파트값이 저렴하고 장학재단 등 교육 환경까지 튼튼하다. 이만하면 아이들 많이 낳아 올곧게 키우기에 더없이 좋은 도시라고 할 수 있다.
요즘 달성군은 어딜 가나 아이들과 함께 나들이하는 젊은 부부들이 많다. 특히 연령대가 낮은 유가면과 다사읍은 평균이 30대 초'중반이고 논공'화원읍은 30대 후반. 덩달아 밝고 맑은 아이들 소리가 도시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당연히 문화관광이 빠질 리 없다. 비슬산 대견사와 낙동강 사문진 주막촌에 이어 대구의 새로운 관광명승지로 떠오른 송해공원에는 주말이면 힐링을 겸한 나들이객들로 북적인다. 이를 위해 군민들은 공직자들과 한마음으로 뛴다. 올 한 해도 지자체 생산성 대상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하는 등 16개의 큼직한 상을 수상했다.
이 모두 젊은 달성의 열정 아니고는 불가능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또한 군민으로서의 자긍심이 있기에 '젊은 도시'젊은 가치'가 더욱 빛을 발하는 게 아닌가 싶다.
강정 디아크와 군립도서관은 물론 역사와 전통이 숨 쉬는 도동서원, 마비정 벽화마을, 육신사 등에도 젊은 군민들의 열정은 녹아 있고, 살피고, 보듬느라 여념이 없다. '현혹'으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카네티는 "한 사람 한 사람 모두 세계의 중심, 세계가 이런 중심들로 가득 차 있어 세계는 귀중한 것"이라고 했듯이 지금 달성군이 귀중해진 것은 젊음이 달성의 중심에 우뚝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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