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은행에서 1억원의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최모(45) 씨는 이달 들어 며칠째 밤잠을 설치고 있다. 최근 금리가 오르면서 최 씨의 대출 이자 부담도 월 6만원 이상 늘어났기 때문이다. 그는 "당장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앞으로 금리가 더 오를 수 있다는 소식에 고정금리 대출 등으로 갈아타기를 고심 중이다"고 했다.
금리 인상이 현실화되면서 대출자나 투자자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장기간 지속된 초저금리에 맞췄던 자산 포트폴리오를 점검해야 할 시점이기 때문이다. 통상 금리가 오를 때는 예금은 짧게 가고 대출은 고정금리로 갈아타는 것이 유리하다. 그러나 아직 금리 변동 상황이 불확실한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예금보다는 빚테크'방망이 짧게
금리 인상은 대출자에게는 불편한 소식이다. 특히 빚을 내 집을 샀던 사람들은 집값은 떨어지고 대출이자는 오르는 이중고에 시달릴 수 있다. 전문가들은 여력이 된다면 가능한 한 빚을 먼저 줄이는 것이 유리하다고 충고한다. 예금금리로 얻는 이자 이익보다 대출금리로 인한 이자 손실이 크기 때문이다.
CEO컨설팅 고건영 팀장은 "금리는 한 번 오르기 시작하면 속도가 붙는다. 초장부터 빚을 내 투자한 자산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하지 않으면 한꺼번에 내줘야 하는 상황에 몰릴 수도 있다. 있는 빚을 갚는 건 물론이고 빚을 내서 투자할 생각은 접어야 한다"라고 했다.
반면, 여유가 있어 예'적금 가입을 고민 중이라면 3개월 정기예금 등 단기 상품을 활용할 필요도 있다. 단기 금리가 상승세이기 때문에 짧게 투자 기간을 잘라 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다만, 내년 초까지 불확실성이 높아 장기 상품에 투자하는 건 뒤로 미루는 게 낫다.
달러화에 대한 투자도 고려해야 한다. 내년 1분기(1∼3월) 달러당 1천200원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유학생 자녀가 있어 달러를 정기적으로 송금해야 한다면 내년에 필요한 금액의 3분의 1 정도를 쌀 때 조금씩 미리 사두고 나머지는 1분기 이후 상황을 지켜보며 매입하는 게 바람직하다. 여유가 있다면 달러화에 대한 직접 투자보다는 달러 상장지수펀드(ETF) 등 간접 상품에 투자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단기대출은 변동, 장기대출은 고정이 유리
그래도 대출을 내야 하는 상황이라면 고정과 변동 중 잘 골라야 한다. 신규로 장기 대출을 받으려면 고정금리를 선택하는 게 낫다. 대구은행 관계자는 "대출 기간에 따라 대출 전략이 달라져야 한다. 장기적으로 국내 금리도 오를 것으로 보기 때문에 대출 기간이 길면 고정금리가 더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1년 이내 상환하는 단기 대출은 변동금리가 더 유리할 수 있다. 고정금리가 아직은 변동금리보다 0.5%포인트(p) 정도 낮기 때문이다.
21일 기준 전국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달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는 전달보다 0.1%p 상승했다. 이는 석 달째 오름세로 올 들어 가장 낮았던 8월(1.31%)보다 0.2%p 올랐다. 코픽스는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의 기준금리로 이용된다. 이에 따라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승세는 더 가팔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더구나 내년에는 부동산 시장이 침체기로 접어들 가능성이 높은 만큼 주택 구입을 할 때는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
조성희 공인중개사는 "내년도 대구경북의 부동산 시장이 밝지 않다. 무리하게 대출을 해 집을 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미국 금리 인상 여파로 대출금리가 들썩이고 있는 만큼 빚내서 집을 사고자 한다면 고정금리를 선택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했다.
그러나 이미 변동금리로 대출을 받은 경우 당장 고정금리로 갈아탈 필요는 없다. 전문가들은 "몇 개월이라도 더 저렴한 이자를 부담하다가 상황이 바뀌면 그때 갈아타도 늦지 않다"고 조언한다. 지금 고정금리로 바꾸더라도 금리 상승분이 반영되기 때문에 예전보다 더 싸게 돈을 빌리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 대출받은 지 3년이 넘지 않았다면 대출을 전환할 때 중도상환 수수료도 부담해야 한다. 원리금 상환 조건도 바뀔 수 있기 때문에 잘 따져봐야 한다.
IBK기업은행 관계자는 "고정금리 대출은 소득에 맞춰 상환 계획을 세울 수 있고, 변동금리는 향후 경기 반등에 따른 금리 인상의 우려도 있다. 특히 3년 미만의 단기 대출자들은 조기상환 수수료를 내면서까지 변동금리로 갈아탈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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