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언제까지 방폐장·원전 지원금을 '눈먼 돈'처럼 낭비할 건가

경주시가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방폐장) 유치에 따른 특별지원금 3천억원을 소모성 주민지원사업에 다 써버렸다. 방폐장 설치에 따른 보상금 형태의 돈인 만큼 소진한 것 자체로는 문제가 되지 않지만, 지금까지 써온 용처를 살펴보면 한숨이 나온다.

특별지원금은 지금까지 경주 각 가정에 주거용 전기요금 2천500원, TV수신료 2천500원 등을 지원하는 데 쓰였다. 그러다가 지금은 특별지원금 원금을 다 써버린데다 방폐장 반입 수수료까지 줄어들어 내년 2월부터 전기요금과 TV수신료 지원을 중단하기로 했다. 지자체가 특별지원금을 시민들에게 큰 선심을 쓰듯 마구 뿌리다가 그것마저 재원 부족으로 더는 못 줄 형편이 된 것이다.

전기요금과 TV수신료 지원은 저소득 가정에는 경제적으로 보탬이 되겠지만, 상당수 가정에서는 혜택을 받았다고 느끼지도 못하는 사업이다. 그 돈을 지역 발전이나 미래 먹거리 사업에 투자할 생각은 없고, 소모성·일회성 사업에 쏟아부었다고 하니 한심하기 짝이 없다. 가장 큰 원인은 지자체장과 의회가 특별지원금을 정부에서 주는 '눈먼 돈'처럼 여기기 때문이다. 이런 큰돈을 미래 투자개념의 사업에 쓰기보다는 눈앞의 이익과 편의에 따라 낭비한 것이 현실이다.

비슷한 성격의 원전 특별지원금도 마찬가지다. 경주·울진 등 원전 보유 지자체는 매년 수백억원에서 수천억원의 특별지원금을 받고 있지만, 민원 해결, 주민복지사업 등에 쓰고 있을 뿐, 일자리 창출과 미래산업 등을 위해서는 투자할 생각도, 계획도 없다. 방폐장과 원전이 있으면 계속 돈이 나올 텐데 미래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식이다. 이 때문에 지원금 횡령, 주민 자생력 결핍, 지자체장 선거용 논란 등의 각종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경주의 방폐장 특별지원금은 다 써버렸고, 더는 어찌할 수 없는 문제다. 이제라도 여타의 특별지원금에 대해서는 효율적인 사업이나 미래 발전을 담보할 수 있는 곳에 쓰일 수 있도록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세상이 바뀌고 있는 만큼 특별지원금이 언제까지 계속될지도 장담할 수 없는 일이다. 지금처럼 '갈라먹기'나 일회성 사업에 소진해서는 미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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