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배낭 메고 세계 속으로] 라오스 루앙프라방

세계문화유산 가득한 고대도시…에메랄드 빛 꽝시폭포 절경

라오스 최고 관광지이며 루앙프라방 관광객 대부분이 방문하는 꽝시폭포.
라오스 최고 관광지이며 루앙프라방 관광객 대부분이 방문하는 꽝시폭포.
4천여 개의 불상이 모셔져 있는 빡우 동굴서 바라 본 라오스 풍경.
4천여 개의 불상이 모셔져 있는 빡우 동굴서 바라 본 라오스 풍경.
라오스의 한적한 시골마을의 풍경.
라오스의 한적한 시골마을의 풍경.

#계단식 논 모양의 폭포 눈길

#터키의 조그만 파묵칼레 연상

#석회암 절벽에 있는 빡우 동굴

#크고 작은 불상 4천여개 모셔져

몸과 마음이 고달프면 라오스를 가라는 말이 있다. 여러 나라를 여행해 봤지만 가슴이 따뜻하다는 느낌을 받은 나라는 라오스가 처음이며 편안하게 힐링하기에는 더없이 좋은 곳이다. 비록 가난하지만 순수한 영혼을 가진 라오스에 빠진 지도 어언 10년이 훌쩍 넘었다.

라오스는 공산주의 체제를 유지하고 있고 크기는 한반도와 비슷하나 인구는 고작 700만 명 정도이고 매우 가난하다. 하지만 거지는 거의 없고, 사람들의 얼굴에는 늘 아름다운 미소와 친절함이 배어 있다. 한국과 일본만 무비자로 방문할 수 있다. 입국 심사 전에 도착 비자를 받으려고 줄을 선 다른 나라 관광객들의 부러운 눈빛에 괜히 어깨가 으쓱해진다.

세계에서 가장 맛있는 쌀국수를 가장 저렴하게 먹을 수 있고 여행가들 사이에 가장 인기 있는 라오맥주를 입에 달고 있어도 큰 부담이 없는 곳. 다른 나라처럼 꼬맹이들이 졸졸 따라다니면서 "원 달라, 원 달라" 하면서 귀찮게 구는 녀석들도 없다. 50대 이상이라면 덤으로 어릴 적 추억까지 그릴 수 있다.

이번 여행은 라오스의 고도 루앙프라방을 둘러보기로 하고 라오스에 있는 지인에게 부탁해 미리 승용차를 준비해 두었다. 필자는 장거리 버스를 선호하지 않는 편이다. 술을 좋아하는 관계로 화장실을 자주 이용해야 하고, 또한 먹는 물이 바뀌면 종종 설사를 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버스에 화장실이 있는 경우도 있지만 덜컹거리는 조그만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는 게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저녁에 라오스의 수도 비엔티엔에 도착, 밤길을 달려 방비엥에서 하루를 자고 아침 일찍 루앙프라방으로 향했다. 라오스는 도로 사정이 좋지 않아 거리에 비해 이동 시간이 길다. 다행히 얼마 전 방비엥서 루앙프라방으로 가는 길을 새로 개통하였는데 거리는 좀 더 멀지만 시간은 줄일 수 있었다. 비엔티엔에서 방비엥 가는 길은 끝없이 펼쳐진 평야로 이루어져 있어 지루함이 있으나, 방비엥에서 루앙프라방 가는 길은 산과 계곡을 끼고 꼬불꼬불한 길이 많아 덜 심심하다.

루앙프라방은 라오스 북부에 위치한 고대도시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 있다.

높은 건물도 없고 숲으로 둘러싸인 아늑한 도시다. 도시 절반을 휘감은 남칸 강변을 따라 쭉 늘어선 식당과 아기자기한 호텔들은 어느 곳이나 카메라를 들이대면 한 폭의 그림이다. 느림의 미학을 느낄 수 있는 곳. 빨리빨리 습관이 밴 한국인들에게는 불편할 정도로 슬로시티지만 며칠만 있으면 떠나기 싫은 곳이기도 하다. 특히 외국 관광객들이 장기간 머물면서 여유작작한 생활을 즐기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다음 날 승려들의 탁발 행렬을 보기 위해 새벽에 거리로 나섰다. 주황색 천으로 몸을 두른 승려들의 행렬 끝이 까마득하다. 많은 사람들이 준비해 온 음식을 경건한 마음으로 보시한다. 그런데 음식을 받은 스님이 빈 바구니를 앞에 두고 앉아 있는 꼬마에게 음식을 다시 담아 준다. 꼬마의 행색은 비록 꾀죄죄하지만 얼굴은 해맑다. 그 미소를 보면서 더불어 사는 세상의 끝을 보는 것 같아 가슴이 찡했다. 가난하지만 거지가 없는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아침 식사는 어제저녁에 먹다 남은 코코넛 빵과 진한 커피로 대신했다. 탁발 구경하느라 조금 늦은 오전에 꽝시폭포로 출발했다. 꽝시폭포는 라오스 최고의 관광지이며 루앙프라방 관광객 대부분이 이 폭포를 보기 위해 방문할 정도다. 남쪽으로 자동차로 1시간 이내 거리이다. 입구서 올라가는 길은 숲 속의 아름다운 둘레길처럼 되어 있고 중간에 곰을 보호하는 사육장도 있다. 꽝시는 라오스어로 사슴이란 뜻이며 사슴 뿔에 받힌 뒤 물이 쏟아져 폭포가 되었다는 전설이 있다.

폭포는 계단식 논처럼 위로부터 내려오면서 층층이 이어져 있어 터키의 조그만 파묵칼레를 연상케 한다. 물은 에메랄드에 우유를 섞은 듯한 색을 연출한다. 제법 큰 웅덩이에는 수영을 즐기는 관광객들의 모습이 눈에 띈다. 옷을 갈아입을 수 있는 탈의실, 준비해 온 음식을 먹을 수 있는 탁자와 의자도 있다. 물 안쪽으로 휘어진 나무 위에서 나뭇가지를 잡고 날아가면서 물에 첨벙 뛰어들어 본다. 젊은 유러피언 커플이 이곳에 오면 기본으로 해 봐야 하는 타잔 놀이라며 젖은 머리를 털면서 환한 미소를 보내기에, 챙겨 온 라오맥주로 화답했다. 루앙프라방으로 돌아와 지친 몸을 아로마 마사지로 풀어본다.

오후 늦게 빡우 동굴로 가기 위해 올드타운 쪽에 위치한 선착장으로 갔다. 2시간 가까이 강을 거슬러 올라가니 강변의 석회암 절벽에 동굴이 보인다. 동굴 안에는 크고 작은 불상들이 4천여 개나 모셔져 있다. 동굴 위쪽으로 10여 분 올라가면 산 정상 부근에 동굴이 또 하나 있다. 여기는 조명시설이 없어 손전등을 들고 들어가야 한다. 그리 깊지 않은 동굴 안쪽에 금칠을 한 제단이 있고 그 주위로 많은 불상들이 순서 없이 섞여 있다. 배에 다시 올라서려는데 갑자기 소낙비가 내린다. 황금빛 강물 위에 앞을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퍼붓는 비는 주위의 풍경을 감추려 하지만 희미하게 비치는 모습들은 또 다른 볼거리를 만들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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