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맛 eat는 집] 다양한 부위, 골라먹는 재미가 있는 '방어회'

연분홍 마블링 박힌 뱃살…

육질 단단하고 담백한 등살…

혀에 착착 감기는 가맛살…

여름엔 개도 안 물어간다는 방어. 그러나 겨울에 접어들면 대접이 달라진다. 이 무렵 방어는 '한(寒)방어'라 하여 이름부터 특별히 예우된다. 11월 산란을 앞둔 방어는 작은 물고기들을 닥치는 대로 먹어치우는데 이때부터는 온몸이 기름지고 살이 꽉꽉 들어찬다.

방어회의 장점은 뭐니뭐니해도 다양한 부위와 골라 먹는 재미. 보통 등살, 뱃살, 가맛살(턱살)로 구분되지만 다시 세분하면 8, 9가지로 나뉜다.

예종선 '뱃머리횟집' 셰프는 "15㎏급 특방어가 들어오는 날은 VIP급 손님을 특별히 모시는데 이때는 최고 13가지 부위가 서비스로 나간다"고 말한다.

마니아들은 참치 오도로처럼 방어의 뱃살을 특히 좋아한다. 눈처럼 하얀 살에 연분홍 마블링이 박힌 중뱃살은 최고 별미로 꼽힌다. 이 외에 심줄이 일정하고 육질이 단단한 등살과 혀에 착착 감긴다는 가맛살도 인기.

방어전문점을 취재하면서 놀랐던 점은 업소마다 다양했던 소스와 양념들. 회간장, 기름장, 초장, 고추냉이는 기본적으로 세팅이 되지만 이외 죽염, 오곡(五穀)된장, 묵은지, 초장, 청양고추 등 10여 가지가 넘었다.

범어동 '하시'의 여서구 셰프는 "방어는 부위별로 육질, 지방질이 달라 횟감에 따라 소스를 가미해서 먹는 묘미가 있다"고 말한다. 지방이 많은 뱃살은 청양고추와 고추냉이, 묵은지를 곁들이면 느끼한 맛이 중화되고 쫄깃하고, 담백한 등살은 소금, 기름장만 찍어도 충분하다고 한다.

방어 미식에서 화룡점정은 숙성. 대부분의 회가 즉석에서 썰어 먹는 방식임을 감안하면 독특한 미식법임에 틀림없다. 소개된 식당은 모두 선어회를 취급하고 있었는데 짧은 곳은 6시간부터 최장 3일까지 각자의 숙성법을 가지고 있었다. 형제수산 심성택 씨는 "방어는 숙성 과정에서 단백질이 활성화돼 영양이 좋아지고 풍미와 식감이 독특해진다"고 설명했다.

바다낚시꾼들 사이에서 방어는 '미사일'로 불린다. 그만큼 힘이 좋고 빠르다는 얘기다. 심 씨는 10㎏급 대방어를 낚는 기분을 '바다를 뽑아 올리는 희열'이라고 표현한다. 지금 한참 허니문 시기, 산란을 마친 방어는 1월이면 동해를 떠난다. 이 미사일들이 떠나기 전 '등푸른 바다의 추억'을 한 점 베어 물어보면 어떨까.

◆영대병원 근처 '후포회수산'

#방어 해체 노하우로 잡내 없애

'좋은 횟감에서 좋은 요리가 나온다.' 방어 요리 7년 차 장동철(44) 씨의 요리 철학이다. 좋은 재료를 구하기 위한 장 씨의 집착은 극성스러울 정도. 한 달에 절반은 포항, 강구, 울진으로 직접 방어를 구하러 간다. 방어는 크기에 따라 맛이 달라지고 어획 장소에 따라 육질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현지 구매를 하기 때문에 대부분 8~10㎏급 대방어와 10㎏급 이상의 특방어를 사온다. 해체 과정에서 장 씨만의 노하우가 있는데 바로 피를 빼는 기술. 보통 아가미 절단 후 1시간 이상 피를 뺀다. 이 과정을 거쳐야 살이 경직되지 않고 잡내도 잡을 수 있다. 하루 1마리만 잡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예약이 차면 단체 손님이라도 돌려보낸다. 장 씨가 추천하는 소스는 의성흑마늘소금. 잡맛 없이 방어 본연의 맛을 그대로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1인분: 3만5천원

*주소: 대구 남구 중앙대로 32길 12

*전화번호: 053)474-9494

◆수성동 '형제수산'

#울진 바다 가서 잡은 방어로 회 숙성

사진학도 출신의 심성택(48) 씨가 일식(日食)에 빠져든 건 1992년. 일본 만화 '미스터 초밥'을 읽고부터다. 그동안 20년 정도 외식업에 종사했고 부인(일본인)을 따라 일본에서 2, 3년 요리를 배우기도 했다. 심 씨의 별명은 '심태공'. 낚시와 횟집 중 어떤 것이 주업인지 헷갈린다는 핀잔을 듣기도 한다. 덕분에 집에서 쓰는 웬만한 방어 횟감은 직접 조달한다. 얼마 전 5~10㎏급 6마리를 한꺼번에 잡은 적도 있다. 요즘은 주로 울진 왕돌초로 출조를 한다. 물론 작황이 좋지 않은 날은 위판장으로 가서 직접 방어를 선별해온다. 손님들이 각자 식성대로 즐길 수 있도록 소스도 생고추냉이, 회간장, 막장, 기름장을 모두 준비해 놓고 있다. 마니아들은 대부분 숙성 기간에 민감한데 형제수산에서는 반나절부터 최장 2일까지 숙성 횟감이 준비돼 있어 각자의 입맛에 맞출 수 있다.

*1인분: 3만3천원

*주소: 대구 수성구 수성로 331

*전화번호: 053)249-5874

◆범어동 '하시'

#고유 숙성법으로 독특한 맛·향 선사

이자카야(선술집)보다는 격식 있고 가이세키(정식)보다는 캐주얼한 요리라는 왓포(割烹). 하시는 '대구에 왓포요리 선도'라는 콘셉트로 문을 연 곳이다. 외식업 경력 20년의 석인구(52) 씨와 세계약선요리대회 금상 출신의 여서구 대구공대 교수(호텔외식조리)가 의기투합했다. 다양한 방어 요리를 즐길 수 있는 점은 하시만의 장점. 가맛살, 뱃살, 등살은 물론 배꼽살, 내장까지 여러 가지 횟감을 맛볼 수 있다. 하시의 또 하나 비장의 무기는 숙성법. 즉석에서 잡아 싱싱한 회로 먹는 일반 회와 다르다. 여 셰프는 "방어는 숙성시킬수록 영양이 좋아지고 독특한 맛과 향이 난다"고 말한다. 선어회를 다양하게 즐길 수 있도록 청양고추, 매실절임, 올리브기름이 제공된다. 히노키 원목으로 실내를 꾸며 마치 일본 주점에 온 듯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오사카 대표 맥주 중 하나인 센토리맥주도 취급한다.

*1인분: 4만5천~6만5천원

*주소: 대구 수성구 달구벌대로 496길 21-13 전화: 053)741-0053

◆대구공고네거리 '뱃머리횟집'

#최대 13가지 부위 맛 볼 수 있는 곳

복어, 스키야키 등 일식 경력 20년의 예종선(39) 씨가 4년 전 자리를 잡은 곳이다. 대구공고네거리서 신천역 방향으로 가다 오른쪽에 있다. 방어 요리 특징을 물었더니 "우리만큼 다양한 부위를 맛볼 수 있는 곳이 드물 것"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보통 방어전문점에서도 5~7가지 부위가 기본 요리로 나오지만 이곳에서는 최대 13가지 부위가 나온다. 주로 머리나 내장에서 2, 3가지를 더 뽑아내는데 이는 예 씨만의 오랜 칼질 노하우 덕이다. 물론 10㎏ 이상의 특방어를 주문했을 때이고 비용도 조금 올라간다. 예 씨의 해체 과정에서 눈에 띄는 공정이 있는데 바로 토치를 이용해 껍질을 태우는 것이다. 예 씨는 "껍질과 속살 사이의 지방이 가장 맛있다"며 "타다키처럼 생선을 그을리면 살짝 불 맛이 나는 효과도 있다"고 강조했다.

*1인분: 4만원(세트), 7만~12만원

*주소: 대구 동구 송라로 159

*전화번호: 053)957-8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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