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글로벌 취·창업서 미래를 찾다] 대구 청년들의 아메리칸 드림

최상조(왼쪽) 씨와 김유나 씨가 회사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뒤로 큼직한 퀄컴 로고가 보인다.
최상조(왼쪽) 씨와 김유나 씨가 회사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뒤로 큼직한 퀄컴 로고가 보인다.
사진. 사무실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배혜민 씨.
사진. 사무실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배혜민 씨.
사진. 치기공 작업에 한창인 최낙원 씨.
사진. 치기공 작업에 한창인 최낙원 씨.

①미국

한국의 청년은 우울하다. 더딘 경제성장률에 일자리를 찾기가 쉽지 않은 탓이다. 올해 청년 실업률은 1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취업 준비생 10명 중 4명이 공무원 준비에 매달리는 웃지 못할 현실이 벌어지고 있다.

하지만 '국내 취업시장'의 덫을 과감히 벗어던지고 세계로 눈을 돌린 젊은이들은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해외 취업에 성공한 젊은이들은 '두드리면 길이 나오더라'며 후배들에게 해외 취업에 나설 것을 권유하고 있다. 글로벌 시대, 매일신문은 2017년 정유년(丁酉年)을 맞아 해외 취'창업에 성공한 젊은이들을 직접 찾아가 그들의 '희망가'를 들어본다.

◆세계적 IT기업 '퀼컴' 김유나·최상조 씨 "퀼컴 1개월 연수·3개월 인턴십에 결심했죠"

IT에 조금만 관심 있다면 '퀄컴'이라는 기업을 모르는 이는 없다.

미국 샌디에이고에 있는 세계적인 IT기업으로 연매출 253억달러(30조원가량)를 자랑하고 있다. 이 글로벌기업에 대구 출신의 젊은이들이 근무하고 있다. 김유나(29'여) 씨와 최상조(35) 씨 모두 경북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재원이다.

2009년 학부를 졸업한 김 씨는 2008년 대학에서 실시한 퀄컴 본사 방문 프로그램에 참여한 것이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김 씨는 "당시 1개월 정도 연수를 했는데 퀄컴 직원 사이에 소통이 자유롭고 개인 시간을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것이 무척 멋져보였다"고 말했다.

이때부터 미국 기업에 취업하겠다 마음먹었고 미국 대학원 진학을 차근차근 준비했다. 미국 취업을 위해서는 대학원 진학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김 씨는 "그 과정에서 경제적 어려움과 함께 여러 가지 고비도 많아 포기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하지만 국내 일반 기업에 취업해 미국의 '실리콘밸리'를 계속 갈망하고 싶지 않아서 끊임없이 도전했다"고 했다. 그녀는 미국 대학원에 다니면서 졸업 직전 이력서만 100군데를 냈다. 다행히 대학원 졸업 직전인 2011년 퀄컴에서 자리가 난 덕분에 그해 11월 입사에 성공했다. 지난해에는 영주권까지 얻게 됐다.

최 씨는 2006년 경북대 내에 '공동학위 프로그램'에 참여한 것이 인연이 됐다. 3, 4학년생이 미국 대학교인 'UT 댈러스'에서 2년 동안 수학하면 경북대와 UT 댈러스 졸업장을 같이 받을 수 있는 제도다. 최 씨는 "당시 UT 댈러스에 공부하면서 많은 현지 회사들이 리크루팅을 하는 모습을 봤고 좀 더 새롭고 발전적인 환경에서 지내고 싶어 미국 취업을 마음먹게 됐다"고 말했다. 이때부터 최 씨는 미국 대학원 진학을 결정했다. 그 과정에서 퀄컴에서 3개월 정도 인턴십을 하는 기회도 잡았다. 최 씨는 이후 주기적으로 퀄컴과 연락을 취했고 결국 2014년 6월 취업의 관문을 뚫었다.

김 씨와 최 씨는 미국 취업을 원한다면 학부 때 연수 프로그램 등 체험할 기회가 있으면 꼭 참가하라고 조언한다. 또한 미국에서 일하는 지인이나 선배가 있다면 네트워크를 꾸준히 하면서 동향 파악이 중요하다고 했다. 최 씨는 "미국은 수시 모집이라 채용 정보를 일찍 알고 추천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취업하고 싶은 기업에서 매력을 느낄 만한 연구주제를 파고들거나 미국에서 공부하면서 인턴십 등을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고 말했다. 김 씨는 "미국에서는 취업 인터뷰가 상당히 까다롭다. 이를 극복하려면 자신의 논리를 확실히 전달하고 소통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했다.

◆의류제조업체 '액티브유에스에이' 배혜민 씨…"대학교 해외인턴십 겁먹지 말고 도전하길"

배혜민(30'여) 씨는 고교 때 '미드 마니아'였다. 특히 '프렌즈'라는 드라마를 보면서 미국 생활을 꿈꿨다. 10년 뒤 결국 '아메리칸 드림'을 성공했다. 배 씨는 LA 시내에 있는 의류제조업체 '액티브유에스에이'에서 근무하고 있다.

영남대를 졸업한 배 씨는 재학 시절인 2009년 '해외 교환학생 프로그램'에 참여해 미국 동부에서 자신의 전공인 '패션&디자인'을 공부했다. 배 씨는 "당시 미국 현지 생활을 맛볼 수 있는 중요한 경험을 했다. 혼자 지내면서 언어적인 문제나 공부를 따라가기가 어려워 고생을 많이 했지만 이런 것들이 미국 취업에 자양분이 됐다"고 말했다. 교환학생을 끝내고 대학으로 돌아온 뒤 2010년 1학기를 남기고 그녀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대학에서 처음으로 '해외인턴십 프로그램'을 시작했고 첫 수혜자가 됐다. 결국 이런 과정이 미국 취업자로 정착한 그녀를 만들었다.

만족스러운 미국 생활과 직장 생활을 한다는 배 씨는 겁먹지 말고 도전하라고 강조했다. 다른 사람의 시선 때문에 주저하면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것이다. 배 씨는 "우리나라는 대학 졸업 후 진로가 어느 정도 정해져 있고 성공의 기준도 다소 획일적이다. 하지만 외국 생활을 하면서 그게 전부가 아니고 세상에 할 일이 많고 모르는 것도 정말 많다는 것을 느꼈다"고 했다.

배 씨는 "미국에서는 상하 직급에 관계없이 직원끼리 자유롭게 의견을 제시하고 논의한다"며 "그런 분위기가 나의 능력을 극대화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치과기공소 '하니텍덴탈세라믹' 최낙원 씨

미국 캘리포니아 프리몬트에 있는 치과기공소 '하이텍덴탈세라믹'에서 근무하는 최낙원(26) 씨. 그는 '미국 취업'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대구보건대를 5년간 다녔다. 처음에 사회복지과로 입학했다가 뒤늦게 치기공과로 재입학한 것이다. 최 씨는 "고교 때부터 막연히 해외 취업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해외 취업에 마땅한 전공을 찾다 치기공이 해외 여러 나라를 갈 수 있는 직업인 것을 깨닫고 치기공과로 재입학했다"고 말했다.

최 씨는 재학 시절 매년 한 차례 미국 캘리포니아로 실습을 자처하고 여행도 다녔다. 이를 위해 장학금과 장애인도우미 활동비 등을 꼼꼼히 모았다. 2년 동안 영어학원에 다니며 영어 회화 실력도 키웠고 학교 내 영어 동아리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최 씨는 미국 취업을 위해서는 명확한 목적의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 씨는 "단순히 호기심에 오면 살아남기 어렵다. 아무리 힘들어도 성과를 꼭 내겠다는 집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학에서 배우는 것은 기본이고 개인적으로 이론 공부를 철저히 하는 준비도 필요하다. 미국에서는 문제가 발생했을 때 다른 직원이 도와주기를 기대하기보다는 힘들어도 이론적으로 완벽해야 한다는 것이다.

배 씨는 미국에서의 2년간 경험으로 큰 자신감을 얻었다. 배 씨는 "치과기공에 대한 기술이나 정보 등에 있어서 확실히 시야가 넓어지고 어디를 가든 취업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생겼다. 앞으로 어떤 길을 가야 할지 보인다"고 했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