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프로구단 사령탑 인터뷰] 삼성 라이온즈 김한수 감독-대구FC 손현준 감독

대구 연고의 프로 스포츠팀인 삼성 라이온즈와 대구FC는 새로운 도전자의 처지에서 2017 시즌을 맞는다. 지난해 사상 최악의 성적(9위)을 낸 삼성은 이제 '야구 명가'의 명예를 되찾아야 하는 과제를 떠안았다. 정규시즌 5연패(2011~2015년), 통합 4연패(2011~2014년)란 화려한 금자탑은 지난 얘기가 됐고, 지난해 당한 치욕에서 벗어나는 게 급선무가 됐다.

대구FC는 올 시즌 K리그 클래식(1부 리그)에 뛰어들었다. 지난 3년간의 챌린지(2부 리그) 활동을 접은 대구FC는 한 차원 높은 클래식 무대에 안착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대구 팬들의 응원을 등에 업은 두 프로 구단의 사령탑으로부터 시즌 목표와 각오를 들어본다.

◆삼성 라이온즈 김한수 감독 "장타 보다 빠른 발로 승부"

"새 야구장에서 가을야구를 하는 게 첫째 목표입니다."

삼성 라이온즈가 초보 감독을 새 사령탑으로 맞아 2017 시즌을 준비한다. 김한수(45) 감독은 지난해 1군 타격코치였으나 올 시즌엔 직접 지휘봉을 잡는다.

새해 벽두인 만큼 희망을 이야기할 만도 하지만 올 시즌 삼성의 미래는 그다지 밝지 않은 게 현실이다. 팀 전력이 9위에 그쳤던 지난 시즌보다 더 약해졌다는 평가가 나오는 상황이어서 쉽지 않은 행보가 예상된다. 김 감독의 어깨가 더욱 무거워졌다. 그는 팀 성적과 전력 재건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아야 할 처지다.

지난해 야구 명가답지 않게 참혹한 시즌을 경험한 삼성은 새 감독과 함께 다시 항해에 나선다. 하지만 겨우내 적지 않은 출혈이 있었다. 4번 타자 최형우와 좌완 에이스 차우찬이 거액의 자유계약선수(FA) 계약을 맺고 KIA 타이거즈와 LG 트윈스로 떠났다.

김 감독은 "2015 시즌 후 박석민, 야마이코 나바로에 이어 최형우까지 거포들이 빠져나가 타선의 힘이 줄었다. 고민이 크다"며 "특히 차우찬은 반드시 잡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아쉬움이 크다. 가뜩이나 투수 자원이 부족한 상황이어서 빈자리가 클 것 같다"고 했다.

김 감독의 말처럼 삼성의 전력상 가장 약한 고리는 마운드. 국내 투수 중 5인 선발 로테이션에 들 것이 확실하고 안정적인 활약이 기대되는 투수는 윤성환뿐이다. 선발투수진이 약하면 불펜에 과부하가 걸려 투수진 전체가 흔들리게 된다.

김 감독은 "구위가 좋은 김승현, 뛰어난 자질을 갖춘 새내기 최지광, 군 복무를 마친 이수민 등 잠재력이 우수한 신예 투수들이 있다는 점은 다행스럽다. 하지만 기존 투수들이 분발해 어린 투수들이 클 수 있는 시간을 벌어줘야 한다"며 "유망주 소리를 참 오래 들은 (정)인욱이가 이젠 잘 해줬으면 좋겠다. 지난해 부진했던 베테랑 장원삼도 살아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삼성은 최형우가 이탈, 공격력도 무게감이 떨어졌다. 지난해 20홈런 이상 친 선수라고는 불혹을 넘긴 맏형 이승엽이 전부다. 이 때문에 '장타를 노리는 야구' 대신 '빠른 야구'를 선보이겠다는 게 김 감독의 복안이다.

그는 "장타를 칠 기대주를 키우는 한편 박해민, 김상수, 구자욱 등 발이 빠른 선수들을 활용해서 한 베이스를 더 가는 야구, 한 번 더 출루하는 야구를 하겠다"며 "무릎 수술을 받은 박한이는 시즌 초반 정상적인 몸 상태가 아닐 수도 있다. 배영섭, 김헌곤 등이 더 잘해줘야 하는 이유다"고 했다.

'경쟁'은 김 감독이 강조하는 말이다. 김 감독은 2월 스프링캠프에 가기 전까지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에게 긴장감을 늦추지 말 것을 주문했다. 그는 "코치들에게 주기적으로 선수들과 접촉해 몸 상태와 신상 변화 등에 대해 꾸준히 관심을 두라고 요구했다"며 "선수들에겐 캠프 시작 전까지 알아서 경기를 바로 소화할 수 있는 몸을 만들어 오라고 지시했다. 경쟁에서 밀리지 않으려면 스스로 알아서 잘 하리라 믿는다"고 했다.

삼성은 올해 반등의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 김 감독의 목표는 일단 5위 내에 들면서 팀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것이다. 그는 "지난해 이사한 새 구장에서 포스트시즌을 치르는 게 1차 목표다. 팬들이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가을야구를 즐길 수 있게 해드리고 싶다"고 했다.

◆대구FC 손현준 감독 "이기는 팀 만들어 6강 진입"

"올해 1부 리그(K리그 클래식)에 잔류하면 성공적이라고 하겠지요. 하지만 우리 목표는 잔류 이상입니다. 선수들에게 자신과 팀을 위해 더 큰 꿈을 갖도록 항상 얘기하고 있습니다."

2017 시즌 K리그 클래식에서 정식 사령탑으로 데뷔하는 대구FC 손현준(44) 감독은 거칠어 보이는 듯한 외관과는 달리 만나 얘기하면 편하게 느껴지는 부드러운 남자다. 대구 선수들은 수석코치를 지낸 그가 부드러운 인상의 전임 이영진 감독보다 대하기 편하다고 얘기한다.

올 시즌 클래식 무대는 치열한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장 선거(2018년)를 한 해 앞둔 해이기 때문이다. 내년 선거에 임하는 단체장들은 직전 해의 성적에 민감하다. 올해 클래식에는 대구를 비롯해 강원, 광주, 인천, 상주 등 5개 시'도팀이 포함돼 있다. 이들 팀은 '다크호스'에 만족하지 않겠다는 뜻을 앞다투어 내비쳤다. 강원은 기존의 클래식 기업 구단과 비교될 정도로 전력 보강에 힘을 쏟았다.

이에 대해 손 감독은 "1부와 2부 리그의 실력 차이가 크지 않은 데다 우리 선수들도 괜찮다. 알짜배기가 많다. 이제 팀을 잘 만들면 된다"고 했다. 그는 "선수들에게 '클래식 잔류에 안주하면 안 된다'고 기회 있을 때마다 강조한다. 우리의 목표는 잔류가 아니라 6강으로 압축되는 '상위 스플릿' 진출이다. 경쟁력 있다"고 의욕을 보였다.

손 감독은 조광래 대표이사의 역할에 대해서는 담담하게 말했다. 그는 "지난 시즌 이영진 감독이 중도에 그만두면서 감독대행을 맡아 조 대표이사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경험이 풍부하고 지도력이 뛰어난 만큼, 조 대표이사의 조언을 최대한 받아들여 '하나의 팀'을 만들겠다"는 뜻을 밝혔다.

손 감독은 올 시즌 추구할 축구 색깔에 대해"이기는 팀, 균형잡힌 팀"이라고 했다. 그는 "이기려고 축구를 하는 것이다. 공격 축구, 수비 축구, 점유율 축구 등 외부에 드러나는 팀 컬러를 말하지 않겠다. 팬들이 좋은 팀이란 느낌이 들도록 하겠다"고 쉽지 않은 설명을 했다.

대구FC의 홈 경기 성적이 좋지 않은 점에도 손 감독은 관심을 뒀다. 대구는 지난해 홈에서 6승 9무 5패(승점 27)를 기록, 원정 경기(13승 4무 3패'승점 43)에 비해 형편없는 성적을 냈다. 그는 "지난해에는 코치 역할을 했지만, 우리가 홈에서 다소 안정적으로 경기하지 않았나 싶다. 홈에서 지지 않으려고 하다 보니 무승부가 많았던 것 같다"고 풀이했다. 그는 "홈 팬들이 바라는 최고 선물이 승리인 만큼 달라진 모습을 보이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손 감독은 무엇보다 선수들에게 "새로 맞는 무대에서 두려워하지 말고 도전정신을 가질 것을 주문하고 있다. 또 이에 걸맞은 정신 무장과 몸가짐을 수시로 강조하고 있다"고 전했다.

부산 출신인 손 감독은 지난 2007년 스카우터로 대구FC와 인연을 맺은 뒤 줄곧 대구 사람으로 살고 있다. 그는 대구 유니폼을 입으면서 대구 인근인 경산으로 이사와 부인, 아들, 딸과 함께 10년째 살고 있다. 그는 대구FC를 떠나 있던 2012~2014년에도 경산에 머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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