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함께 가야 멀리 간다

군주민수(君舟民水). 전국의 교수들이 선택한 2016년을 가리키는 사자성어다. "백성은 물, 임금은 배이니, 강물의 힘으로 배를 뜨게 하지만 강물이 화가 나면 배를 뒤집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이렇게 광화문 광장을 비롯해 전국 각지 촛불집회의 열기로 뜨거웠던 2016년을 보내며 더욱 달아오른 새해를 맞고 있다. 아이에서 노인까지 수백만 명이 결집한 촛불집회는 평화적 연대를 통한 시민의 힘을 보여주고 있다. 한마음으로 서로 손을 잡아주자 모르쇠로 정치판을 뒤덮은 제로섬(zero-sum)의 모략을 넘어 나의 이득이 너에게도 이득이 되는 플러스섬(Plus-sum)의 협력과 공존이 자리를 밝혔다.

인문학 연구공동체 '수유너머'가 그러했듯이 책을 통해 서로 손을 잡아준 이들이 있으니 '출판연구 동행325'다. 지난해에는 전국에서 7천여 명이 모이는 '책 그리고 인문학' 전국 책축제에 시민 부스를 열었다. 잃어버린 나를 찾아 방황하던 그들이 처음으로 글을 쓰고, 여기까지 오게 한 원동력은 무엇일까?

책 한 권 만들고 싶다는 소박한 꿈으로 17명이 모여 만든 '따로 또 같이'를 시작으로 벌써 7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아무것도 못 써요" 하던 사람들이 책을 쓰고 등단을 하고 출판사를 차리기도 했고, 그 미미한 출발이 40여 권이 넘는 책 출판으로 이어졌다.

과거를 돌아보면 매순간이 소중하고 그립다. 하지만 멋지게 성공한 사람들보다 더 오래 기억에 남는 것은 아리고 아린 손가락들이다. 초등학교 4학년이 공부의 전부인, 아내의 암 투병에 눈물짓는, 언제나 낮은 곳으로 눈길을 돌리다 뇌경색을 맞은, 세 번의 낙상사고를 당한, 매번 부정적인 생각이 앞서는 초보 작가들이지만 누구의 아픔보다 덜하지 않은 아픔으로 책을 썼다.

죽기 전에 내 책 한 권 써보기를 꿈꾸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아이템이 있어도 정작 한 줄도 못 쓰는 경우가 허다하다. 무엇이 문제일까? 가장 큰 걸림돌은 스스로 자신의 발목을 잡는 자존감이다. 걱정과 불안이 클수록 완벽하고자 하는 욕망은 더욱 커지고, 알을 깨고 나와 다른 세상을 볼 수 없게 한다.

사람들은 재능 없는 일에 섣불리 도전하지 않는다. 무엇에 도전하든, 이미 그 재능이 흐르고 있다. 멀리 가려거든 손잡고 함께 가라. 천천히 가든 빠르게 가든 속도는 중요하지 않다. 함께 가야 멀리 간다. 서로가 서로에게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 함께 걸어가겠다는 믿음을 주는 것, 그것이 서로의 불안을 잠재우고 그 믿음이 다시 부메랑이 되어 각자의 믿음을 일깨운다.

'혼자만의 꿈도 함께라면 현실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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