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21세기에 다시 쓰는 신라사

경상북도와 경상북도문화재연구원은 5년에 걸친 신라사대계 편찬 사업을 마무리하고 지난달 '신라 천년의 역사와 문화 발간 보고회'에서 이를 공개했다. 136명의 국내 학자들이 저술에 참여한 만큼 학술적으로 큰 성과를 이루었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이번에 편찬된 신라사대계는 지금까지의 연구 성과를 폭넓게 취합하고 재정립한다는 취지에서 출발했다. 또 연구자 개개인의 연구 성과를 모으는 것이 아니라 대학 교양 수준으로 누구나 쉽게 읽고 이해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전문성을 갖춘 품격 있는 대중서'를 목표로 하였다. 대계의 편찬은 일정한 시각으로 대상에 대한 연구 성과의 집약과 종합적인 분석이 선결 과제이다.

지금까지 축적된 연구 성과를 보더라도 신라사가 한국 고대사 연구에 큰 비중을 차지해 왔음은 분명하다. 그렇지만 고대사 연구의 영역이 확장되면서 학계의 관심은 고구려사나 백제사로 몰리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다가 중성리신라비 같은 새로운 금석문이나 목간과 같은 자료가 발견되면서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금석문의 경우도 그러하지만, 특히 목간은 실생활에 직접적으로 활용되던 기록물들이기에 경제나 생활상에 관한 중요한 근거 자료를 제시해 주었다. 이로 인해 신라사 연구가 다시금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신라사대계에서는 이런 새로운 연구 영역이나 새롭게 주목되는 분야에 대한 성과들을 포함시키려 노력하였다. 그런 측면에서 이 신라사대계는 몇 가지 특징을 지닌다.

신라사대계의 가장 큰 특징은 연구총서와 자료집의 구성이다. 총론을 포함한 7권의 시대사는 시기별로 특징적 사건들을 제목으로 하여 시대 흐름에 맞춰 서술하였고, 15권의 분류사에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가능한 모든 분야의 연구들을 집성하였다. 또 자료집은 총서에 등장하는 다양한 문헌 자료와 금석문, 조사된 유적, 유물의 사진들을 모아 체계를 갖춤으로써 자료집만으로도 신라사의 흐름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하였다.

또 신라사대계에서는 신라인의 생활과 문화에 많은 부분을 할애하였다. 신라인의 계통, 신라어, 신라인의 의식주를 다루었으며, 이는 분류사의 권 구성에서도 쉽게 확인이 된다. 특히 자료집 제7권과 8권에서 통일신라시대 유적과 유물 가운데 신라 사회의 생산과 제의, 의식주를 보여주는 사항들을 모은 것은 이런 취지에서였다. 물론 분류사의 출발은 정치 형태와 경제체제의 변화 과정이지만, 그에 상응하는 분량을 서민의 생활과 문화, 사고 체계를 들여다보려는 데 노력을 기울였다.

신라사에서 주요 쟁점 중의 하나가 삼국통일의 이해와 평가이다. '신라에 의한 삼국통일'에 대한 연구는 지금껏 많았다. 긍정적, 부정적인 시각의 해석이 양립하고 있는 부분이다. 대계에서는 이를 한 권으로 묶었다. 통일 과정에 대한 연구 성과를 모으는 한편, 조선 후기에서부터 지금까지 통일에 대한 견해들을 그 나름 정리하고 현재적 의미를 부여하였다. 또 삼국통일을 이룰 수 있었던 신라가 지닌 동력이 무엇인가에 대한 논의까지 포함하였다.

신라사대계에서 드러나는 이런 특징들은 한국 고대사가 가야 할 방향을 보여주는 것이라 생각한다. 신라사는 고대사 연구의 큰 줄기 역할을 해왔다. 지금까지의 연구 성과와 신라사 연구를 통해 축적된 방법론이 토대가 되어 고구려사, 백제사가 다루어졌다고 할 수 있다. 한국 고대사에서 신라사만을 분리해 신라사대계로 정리한 것은 기존의 연구 자료들을 제공한다는 단순 기능과 함께 우리 고대사의 연구방법론을 되돌아봄으로써 새롭게 출발하는 계기를 제공한다는 의미가 있다. 21세기에 다시 쓰는 신라사의 성과는 무엇보다 앞으로 커져 갈 신라에 대한 많은 관심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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