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셀프 부양' 시대

현대경제연구원이 얼마 전 전국 성인 남녀 1천11명을 대상으로 중산층 의식에 관한 설문조사를 했다. 이 가운데 눈에 띄는 대목은 '경제적 행복을 위협하는 요소'에 대한 물음이다. 그 결과 20대는 '일자리 부족'(35.3%)을 첫손에 꼽은 반면 50, 60대에서는 '노후 준비 부족' 응답이 50.6%, 66.9%로 나타났다. 20대는 불투명한 진로가, 50대와 60대는 대책 없는 퇴로가 큰 걱정거리라는 것이다.

이는 장기 불황에 따른 높은 청년 실업률과 은퇴 후 소득감소로 인한 노후 걱정이 민생 불안의 요인이 되고 있다는 뜻이다. 현실을 반영하듯 지난해 젊은 층에서 '혼술'혼밥' 용어가 유행했다. 혼술과 혼밥, 혼행(나 홀로 여행)은 520만 1인 가구가 말해주듯 개인주의 확산이나 여성 지위 향상, 만혼 등을 반영한 현상이기는 하지만 경제적 이유 또한 무시할 수 없다.

요즘 중노년층의 최대 관심사는 '셀프 부양'이다. 스스로 노후를 해결할 수 있다면 다행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데 문제가 있다. 2005년 65세 이상 고령자 중 노후를 준비한 비율은 34.7%였다. 지난해에는 46.9%로 크게 증가했다. 여전히 절반 이상의 고령자가 노후 준비를 못 했다는 점에서 '장수(長壽)의 저주'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2015년 기준 우리나라 65세 이상 인구는 657만 명이다. 전체 인구의 13.2%다. 유엔은 65세 인구 비중이 14%를 넘어서면 고령사회로 본다. 올해로 한국은 고령사회 진입이 확실해졌다. 게다가 고령자 가구의 67%가 자녀와 따로 산다. 10년 전만 해도 고령자 열에 일곱이 부모 부양을 가족 책임으로 여겼지만 2014년에는 34.1%로 크게 줄었다. 지금 부모세대 3명 중 2명은 자녀 의존 없이 스스로 해결하려는 의식이 강해진 것이다.

정부가 그제 국가노후준비위원회를 통해 '노후 준비 5개년 계획'을 발표했다. 노인 기준을 65세에서 70세로 올리고, 법정 정년도 60세에서 65세로 늘리는 방안도 추진한다. 국민연금 수령 시기가 65세로 고정되는 2033년을 염두에 두고 있다. 하지만 재계 반발과 청년세대 불만이 만만찮아 가능성은 미지수다. 셀프 부양 시대의 또 다른 고민이다.

또 한 해가 시작됐다. 어수선한 정국과 팍팍한 경제 사정 때문에 걱정이 앞선다. 그래도 청년 일자리가 늘고 가정마다 살림살이가 조금이라도 펴진다면 더 바랄 게 없다. 노인 '행복 수명'이 더 늘어나면 더욱 좋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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