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정유년, 더불어 함께 사는 행복한 세상을

나 하나가 아닌 더불어 잘사는 세상을 향해

대구경북에 흐르는 국난 극복 DNA 살려야

정유년의 해가 솟아올랐다. 병신년 마지막 해는 온 국민의 시름 속에 저물었지만 정유년 첫 태양에선 다시 희망을 읽는다. 지난해는 나라가 엎어지는 줄 알았다. 온 국민이 분노하고 좌절했다. 이대로 다 죽을 것만 같았다. 새해 정신을 차려보니 그래도 다들 씩씩하게 살아 있다. 첫해를 보며 소원을 비는 국민들을 위해서라도 희망의 불씨를 꺼뜨려서는 안 될 일이다.

지난 연말 화마로 많은 것을 잃은 서문시장 피해 상인들에게 먼저 진심의 위로를 보낸다. 참으로 많은 사람들이 그 고통을 함께 나눴다. 피해 상인 돕기 성금이 65억원을 넘어섰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진행하는 '희망 2017 나눔 캠페인'의 대구 모금액은 지난해 말 기준 58억5천만원을 넘겼다. 사랑의 온도탑은 80.9도를 기록해 전국 최고였다.

어려움 속에서도 다른 사람의 재난이나 불우함을 돕기 위해 내미는 온정의 손길에 지역민들은 조금도 인색하지 않았다. 자신만을 위해 살자 할 때는 살길이 막히지만 서로 손을 잡고 함께 더불어 잘살아보자 할 때 희망이 생긴다. 행복이란 혼자 살려 들 때보다 더불어 살 때 배가 되는 법이다.

이미 우리는 지난 1997년 IMF 국난 당시 이를 경험했다. 그해 11월 21일 국가가 IMF에 자금 지원을 요청하고 전 국민이 끔찍한 고통 속에 빠져들었을 때다. 경산의 한 건축업자가 "나라에서 증서를 만들어 주고 국민이 갖고 있는 금을 모아 외채를 갚자"는 제안을 내놓았다. 12월 15일 매일신문이 이를 보도했다. 29일 대구시 남구 대명동 한얼정신문화연구소에서 금 모으기 운동이 시작됐다. 이는 전국으로 빠르게 확산돼 350만 명이 225t의 금을 모았다. 대구경북에선 33만 명이 참여해 20t의 금이 모였다. 온 국민의 금 모으기 십시일반으로 IMF 위기를 극복했다. 세계적으로 이런 사례는 없었다. 국민 개개인이 홀로 살기를 포기하고 더불어 살기를 택했기에 이룰 수 있었던 일이다.

대구경북민이 더불어 사는 지혜로 국난 극복에 앞장선 사례는 이뿐 아니다. 1907년 대구 출신 서상돈 등의 제안으로 일본에서 도입한 차관 1천300만원을 갚아 주권을 회복하자는 국채보상운동을 주도했고, 1960년엔 대구 2'28민주운동으로 대한민국 헌정사에서 최초로 민주화 운동의 횃불을 높이 들었다.

이러니 근현대사에서 대구경북은 나라가 위기일 때마다 구국의 DNA가 있다는 말이 나왔다. 구국 DNA설은 구체적 사례를 통해 확인된다. 올해도 정치판은 요동칠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국정 농단 탄핵 심리가 새해 벽두부터 정치권을 뒤흔들 것이다. 그 결과에 따라 조기 대선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정치판은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렵다.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로 실추된 리더십은 새 대통령 선출을 통해 다시 반석에 올려야 할 것이다. 정치가 흔들리니 경제도 곤두박질 치고 있다. 생산'소비'지출이 동반 위축되고 2%대 성장이 고착화할 판이다. 북한은 리더십 부재를 노려 남남갈등을 부추기고 있다.

대구경북을 두고 봐도 더불어 사는 지혜로 풀어야 할 숙제가 만만찮다. 무엇보다 통합공항 이전 문제다. 지난해 7월 박근혜 대통령의 K2'대구공항 통합 이전 지시로 시작돼 숱한 논란 속에 지난해 12월 예비이전후보 대상지 5곳이 선정됐다. 이달 중순쯤 이전 후보지 선정이 이뤄지고 올 상반기 중 주민투표를 통해 입지가 결정될 전망이다. 개헌 논의도 대선 일정과 맞물려 큰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정국이 혼란한 상황인데도, 이전 작업이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는 것은 다행이다.

대구시와 경북도가 2023년쯤 완공될 신공항에서 유럽'미주행 장거리 비행기를 띄우겠다고 하니 희망찬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를 이루기 위해서는 대구'경북 간, 경북 내 유치 희망 시군 모두 '나 하나 잘살자가 아니라 우리 함께 더불어 잘살자'는 정신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대구시와 경북도는 협력관계 강화에 더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는 말이 있듯, 대구시와 경북도가 따로 움직이면 지역의 미래는 그만큼 암울해진다. '한반도 허리경제권' '남부경제권'이니 하면서 독자적인 길을 걷거나 서로를 백안시해서는 안 된다. '대구경북은 한뿌리'라는 인식을 갖고 협력과 연대를 통해 상생할 수 있는 길을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정유년 새해 붉은 닭의 새벽 울음이 널리 퍼진다. '더불어 사는 세상'을 열어나가야 한다는 울음이다. 새해, 세상이 아무리 어수선하다 해도 우리 모두가 소중한 이웃으로 연결된다면 길을 열 수 있다. '더불어 사는 행복한 세상' 그 중심에 대구경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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