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공공 도서관·학교 도서 구매 '유령 입찰'

대구 지역 서점 184곳 등록, 입찰하면 300곳 넘게 참여 낙찰 땐 판권 넘겨 이윤 챙겨

'동네 서점 밀어낸 유령 서점(?)'

대구의 한 서점 업주 김모(59) 씨는 지난달 말 학교 도서관용 도서 납품 업체를 선정하는 입찰에 참여한 서점 숫자를 보고 분통을 터뜨렸다. 대구 지역 서점은 184곳(2015년 기준)이지만, 무려 300곳에 달하는 서점이 입찰에 참여했기 때문이다. 김 씨는 "입찰 참가 서점 중 상당수는 주유소나 음식점 등 다른 일을 하면서 사업자 등록증에 서점업을 추가한 '유령 서점'일 것이다"며 "이들은 판권을 실제 서점에 넘기고 일부 금액을 수수료로 받아 이윤을 챙긴다"고 말했다.

대구 공공도서관이나 학교에 도서를 납품할 업체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유령 서점'이 지역 서점을 밀어내고 있어 '서점인증제' 도입 등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서점 업계는 지난 2014년 도서정가제가 시행되면서 '유령 서점'이 급증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기존에는 가장 낮은 가격을 쓰는 업체가 납품 업체로 선정됐지만, 도서정가제로 인해 가격할인율이 10% 이내로 제한되면서 '최저가 낙찰제'가 무의미해졌기 때문이다.

김 씨는 "가격 경쟁이 무의미해진 탓에 업체 선정은 추첨으로 이뤄지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면서 "이게 '돈이 된다'는 게 알려지면서 너도나도 입찰에 뛰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실제 서점을 운영하는 업주만 입찰에 참여할 수 있도록 '서점인증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대구서점조합 관계자는 "지역 서점 70%가 영세한 규모인데 도서관이나 학교 납품마저 이름만 서점을 단 업체에 빼앗기고 있다"면서 "정부가 '서점인증제'를 검토하다가 흐지부지된 것으로 아는데, 시나 교육청 등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라도 대응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대구시 교육청 관계자는 "서점 사업자 등록만 돼 있으면 원칙적으로 입찰에 참여할 수 있어서 이를 임의로 규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대구시 관계자는 "일부 서점이 '페이퍼 컴퍼니'처럼 운영되면서 입찰에 참여하는 문제점이 있어서 내년부터는 서점 현장을 직접 방문해 확인을 거치고, 계약을 맺는 등 대안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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