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달서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모(46) 씨는 몇 달 전 가게 근처에 생긴 '인형뽑기방'에 하루에 두세 번씩 들른다. 한 번에 1천원하는 인형 뽑기 게임을 하는데 하루 평균 5만원, 한 달이면 100만원이 넘는 돈을 쓰고 있다. 김 씨는 "예전에 낚시를 취미로 했었는데 비슷한 재미가 느껴진다. 몰래 모아둔 용돈을 탈탈 털어 인형 뽑기를 하는데 동네 인형뽑기방에 중년의 남성 단골도 많다"고 했다.
학생이나 어린이들의 오락으로 여겨졌던 인형 뽑기에 중독되는 성인들이 늘고 있다.
2일 찾은 동성로에도 골목마다 33㎡(10평) 남짓한 인형뽑기방이 3, 4개씩 자리 잡고 있었다. 10, 20대가 많이 다니는 동성로인 만큼 대부분 가게에는 학생들이 많았지만 40, 50대 어른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이날 인형뽑기방을 찾은 박모(50'여) 씨는 "아들이 용돈을 모조리 인형 뽑기에 쓰기에 함께 와봤더니 예전보다 뽑기에서 나오는 인형들이 예쁘고 질이 좋다. 최근 고민상담을 해주는 TV프로그램에서도 인형 뽑기에 중독된 어른들이 나오는 걸 봤는데 아슬아슬하게 놓치다 보니 지갑을 계속 열게 되는 것 같다"고 했다.
게임물관리위원회에 따르면 2015년 전국에 21개뿐이던 인형뽑기방이 지난해 12월 기준 500개를 넘어섰고, 대구에도 80여 개에 달했다. 상호를 다르게 하거나 등록되지 않은 인형뽑기방까지 포함하면 실제 점포 수는 100여 개를 웃돌 것으로 추정된다.
동성로에만 수십 개의 인형뽑기방이 들어서면서 업주들 간 과당경쟁으로 운영이 어렵다는 볼멘소리도 나오고 있다. 2천만원에 달하는 비싼 월세를 내야 하는 동성로 점포에서 인형뽑기방을 운영하는 김모(56) 씨는 "요즘 경기가 어려워 월세 내기도 빠듯하다. 방학과 연말 특수를 기대했지만 사정이 나아지지 않아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 중"이라며 "오히려 어른들이 작은 사치라 생각하고 인형뽑기방을 많이 찾다 보니 주택가 인근 상권의 인형뽑기방들이 장사가 잘되는 편이라 가게를 옮기는 것도 고려 중"이라고 했다.
인형 뽑기에 중독되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도박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9월 광주에서는 인형뽑기방 기계 확률 조작 등 불법 개조를 해온 업자 3명이 적발되고, 개조된 게임기 27대 등이 압수됐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에는 유명 브랜드 '짝퉁'이 유통되는 등의 문제도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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