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의 시대, 농업이 청년 일자리 창출의 새로운 해법으로 떠오르고 있다. 우리나라 농업의 새로운 미래로 청년 농부들이 급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청년 농부들은 단순한 일자리 창출을 떠나 농업'농촌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기존 1차 농업에 식품가공, 유통, 체험, 관광 등을 연계해 6차 산업의 다리를 놓고 있다. 그들은 남다른 자긍심으로 새로 도전하는 후배 청년농업인들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약속했다.
◆ 친환경 사과 과수원 운영하는 문경 박상준 씨
"청년 취업난이 심각하다고들 하는데 농촌이 청년실업의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도시에서 직장생활하는 것보다 더 많이 벌 수 있고 더 여유로운 삶을 누릴 확률이 높다고 봐요."
문경시 산북면에서 2만6천446㎡(8천 평) 규모의 친환경사과 과수원(명품농원)을 운영하고 있는 박상준(36) 씨는 연간 순수익만 1억원을 훨씬 넘는 억대 청년농업인이다.
"과수원 운영이 좀 힘들긴 하지만 내가 주인이어서 마음 편합니다. 농번기가 지나면 시간적 여유도 즐길 수 있고요. 한눈만 팔지 않는다면 인생역전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박 씨가 과수원을 본격 운영하기 시작한 건 13년 전인 23살 때부터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아버지가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는 바람에 농사를 짓는 어머니의 고생을 덜어 드리려고 했던 마음이 과수원 사장(?)을 택한 계기가 된 것 같아요."
그러나 박 씨는 "어릴 때부터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스스로 결정하는 삶을 꿈꿔 왔었다"며 "농사도 배워야 성공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으로 대학 진로를 한국농수산대학으로 선택했다"고 말했다.
그는 2009년 결혼했고 그의 희망대로 어머니를 모시고 6살 난 딸과 단란한 가정을 꾸렸다. 결혼 후 땅도 6천611㎡(2천 평) 더 구입해 과수원을 넓혔다. 이에 만족하지 않고 2012년부터는 사과즙을 가공 판매하는 가공업에도 손을 댔다. 문경사과의 브랜드 가치가 높아진 것도 무관치 않았다. 330㎡(100평) 규모의 소규모 가공공장을 문경시의 일부 지원을 받아 건립, 소득을 더 높였다. 자신이 생산한 사과뿐 아니라 주변 농가들 것도 즙으로 만들어주고 가공비를 덤으로 받는다. 그는 "젊음을 무기로 1차 농업에 2차 가공농업을 병행해 추진한 것이 고소득의 비결"이라고 했다.
올해 전국적으로 사과 생산량이 늘어 30% 정도 가격하락이 왔지만 사과즙 공장 덕분에 타격이 크질 않았다고 했다. 그러나 박 씨는 가공 쪽은 사과 재배보다 더 힘들다고 토로했다. 설비와 기계를 익히고 불량제품이 나오지 않도록 각별한 신경을 써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젊은 사람이라면 충분히 소화할 수 있는 영역이라고 했다.
박 씨는 "한국농수산대학 선후배, 동창 청년들이 문경에만 38명이 있어 농업에 대한 분위기가 좋다"고 했다. 뜻이 잘 맞아 정기적으로 모임을 가지고 어울리는데, 정보교환 및 기술보급과 판로 확대에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박 씨는 올해 한국농수산대학 현장교수로 위촉돼 예비 청년 농업인들을 위한 교육에도 나서는 등 '청년 농업인 멘토'로도 활약하고 있다. 이 학교 실습생 2명은 지난해 3월부터 12월 말까지 10개월간 숙식을 같이했다.
인터뷰 중 박 씨는 실습생들에게 "1차 농업을 아예 내팽개치고 가공 쪽에만 올인하게 되면 향후 경쟁에서 변수가 있기 때문에 위험부담이 있을 수도 있다"고 충고했다. 최악의 경우 가공이 망하더라도 1차 생산 쪽은 꼭 쥐고 있어야 최소한의 생계유지가 가능하고 기반을 잃지 않아 언제든지 재기가 가능하다는 설명이었다.
자신도 "가공이 부가가치가 높지만 전업으로 생각하지 않고 부업으로 생각해 더 신나게 일을 할 수 있었다"고 자평했다.
박 씨는 "청년들이 농촌으로 돌아오게 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청년 농부들의 아이디어가 반영될 수 있도록 맞춤 지원정책을 더욱 적극적으로 펴야 된다"며 "현대인들의 친환경 먹거리를 생산하는 청년 농업인이라는 사실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벼농사로 억대농 대열 오른 최부기 씨
"작은 농사꾼이 이렇게 모범 영농인으로 소개되는 게 부담스럽습니다. 그러나 벼농사만큼은 최고라고 자부할 수 있습니다."
수도작 벼농사로 연간 1억원 이상 매출을 올리는 젊은 영농인이 있다. 경주 불국사 인근에서 벼농사를 짓는 최부기(40) 씨가 주인공이다. 최 씨처럼 벼농사로 1억원이면 대농은 아니지만 자기 분야에 자신감을 갖고 영농을 천직으로 아는 그이기에 귀감이 되고 있다.
최 씨는 15년째 농사를 짓고 있다. 올해 마흔 살이니 그의 나이 25살 때 농사에 뛰어들었다.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언제든지 그만둔다는 생각이었지만 한 해만 한 해만 하던 것이 벌써 15년이 흘렀습니다." 최 씨의 첫 작목은 노지 채소였다. 그 흔한 비닐하우스 설치 비용도 없어 무턱대고 채소 농사에 뛰어들었다.
봄에는 대파, 가을에는 고랭지 배추로 한 해 2모작이 가능한 작물을 키웠다. 초보 농민치고는 수입도 짭짤했다. 배추와 채소 등 밭작물은 3년에 한 번만 때를 만나도 괜찮다는 소문처럼 출발이 순조로웠다.
그러나 위기가 찾아왔다. FTA나 WTO 등으로 수입 채소들이 쏟아지면서 인건비는 물론, 종자비도 건지지 못할 정도가 됐다. 이때부터 오기가 생겼다. 이왕이면 남다르게 농사를 지어 보자는 오기였다. 당장 수입을 안정적으로 보장할 수 있는 벼농사로 종목을 바꿨다.
문제는 농사 기술을 배우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었다. 그의 고향 불국사 지역만 해도 관광업에 종사하는 사람이 대부분으로 논농사에 대해 아는 이도, 조언을 구할 데도 없었다. 책과 씨름을 하고 여러 차례 시행착오를 겪은 뒤 얻은 결론은 다수확보다는 품질로 승부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최 씨의 쌀 생산량은 연간 10만㎏이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1억2천500만원가량이다. 그는 14㏊의 농사를 짓는데 절반은 수매 물량으로 재배하고 절반은 소매 물량으로 경주 인근에 판매한다.
특히 소매는 밥맛과 영양, 식감을 좋게 하기 위해 씻나락을 담글 때 일반벼 80%, 찰벼 20%를 고루 섞어 파종을 한다. "찹쌀과 멥쌀을 함께 파종하면 자칫 쌀을 섞어 판매한다는 오해를 받을 수도 있지만 그건 나쁜 쌀과 좋은 쌀, 또는 수입쌀을 섞을 때 이야기이지 좋은 쌀과 좋은 쌀을 섞으면 더 좋은 쌀이 나옵니다. "최 씨는 "힘이 들고 손도 많이 가지만 소비자들의 입맛에 맞추기 위해 찹쌀을 모종 단계부터 함께 재배한다"고 했다.
그의 생각은 대성공이었다. 그의 쌀을 맛본 사람들은 또다시 그의 쌀을 찾게 된다. 이런 입소문을 타고 경주 인근에는 그의 쌀을 사기 위해 모내기부터 예약을 하는 실정이다. 내년부터 수매 물량을 줄이고 소매를 늘릴까 하는 행복한 고민에 빠져 있다.
그는 젊은 편이지만 인터넷을 잘 알지 못한다. 품질이 좋으면 입소문으로도 얼마든지 인정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인터넷 판매 등은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 그도 이제 생산과 가공, 유통 단계로 이어지는 6차 산업을 꿈꾸고 있다. 인터넷 등을 통해 판매하는 방법도 연구 중이다. "저만의 브랜드를 개발해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맛있는 쌀을 만드는 게 포부입니다."
최 씨는 청년층의 농업 도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될 수 있으면 말리고 싶다"면서도 "소신을 갖고 이 일에 뛰어는 청년이 있다면 기꺼이 도움을 줄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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