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제칼럼-김경해의 마케팅 이야기] 새해 우리 한번 제대로 미쳐봅시다

계성고
계성고'서강대(영문과 및 언론대학원) 졸업. 전 서강대'중앙대'한양대 겸임교수. 현 한국PR협회 및 한국PR기업협회 회장. 해군발전자문위원

새해 우리 한번 제대로 미쳐봅시다

리퍼트 미국 대사 한국사랑 유별나

마윈은 6분 만에 손정의 투자 유치

소통·설득으로 상대방 빠져들게 해

지자체 특별한 마케팅 전략 세워야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흑인 대통령으로 당선돼 8년 중임을 하고 새해 1월 20일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에게 자리를 넘기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농구에 대한 사랑이 각별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에게 농구는 신앙이자 인생이었다. 학창시절 외톨이가 될 뻔한 그는 농구로 친구를 사귀었고, 단 한 번 만난 케냐 출신 친아버지의 유일한 성탄절 선물도 농구공이었다.

마크 리퍼트(Mark Lippert) 주한 미국대사도 오바마 대통령과 농구를, 그것도 일대일로 즐겼던 인물이다. 그는 사전 약속 없이도 오바마 대통령과 언제든 통화하고 만날 수 있는, 몇 안 되는 측근 중 측근이다. 한국의 교육문화를 수시로 칭송하는 등 오바마 대통령의 순수한 한국 사랑이 가끔 눈길을 끌곤 해왔는데, 한국 사랑이 특별한 리퍼트 대사도 오바마 대통령과의 순수한 접촉에서 한국 사랑을 자연스럽게 전파받았는지도 모른다.

리퍼트 대사의 한국 사랑은 유명하다. 그는 한국에서 낳은 첫 아들 세준에 이어 최근 얻은 둘째 딸에게도 세희라는 한국 이름을 지어주었다. 그는 2014년 '리퍼트 가족의 한국 이야기'(The Lipperts in Korea)라는 블로그를 개설해 한국에서의 일상을 진솔하게 표현해 따뜻한 관심을 끌고 있다.

필자는 최근 리퍼트 대사의 초대로 10여 명의 지인과 함께 한국적 정취가 물씬 풍기는 기와집의 미국 대사관저에서 가진 저녁모임에 참석했다. 그는 식사 전 아들 세준을 안고 나와 참석자들에게 인사를 시켰다. 그 후 "머리!"라고 말하자 노랑머리 두 살배기 아이가 손으로 바로 머리를 가리키고, "입"이라고 말하면 입을, "눈"이라고 하면 눈을 맞추다가, "귀"라고 하니 몰라서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대사는 껄껄 웃으며 아들에게 귀라는 단어를 요즘에 가르치고 있다고 했다.

이렇듯 자신의 근무지인 한국에서 공사(公私)에 걸쳐 온 마음과 온몸을 바친 한국 사랑을 바탕으로 한미 관계 증진을 위해 온 힘으로 노력하는 리퍼트 대사. 그는 한국 파견을 명한 오바마 대통령의 기대를 초과하는 실적을 이룩하여 한국 국민들의 마음속에 깊이 기억되는 주한 미합중국대사가 될 것이다. 그는 분명 오바마 대통령 최고의 작품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지난 2015년 3월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조찬 강연회에서 한 괴한이 길이 25㎝가량의 흉기로 강의를 준비하던 리퍼트 대사의 얼굴과 왼쪽 손목을 공격한 피습사건 때문에 그는 자칫 생명과도 직결될 절체절명의 순간을 맞이했으나, 의연한 대처로 많은 국민들에게 감명을 안겨주었다. 리퍼트 대사는 사건 이후 한 시민이 보낸 "당신의 상처까지 사랑한다"(I love your scar)라는 격려 댓글을 잊지 못한다고 말했다.

세계적 명성의 재일교포 사업가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과 중국의 마윈 '알리바바' 회장과의 독대 에피소드도 눈여겨볼 만하다. IT 버블 붕괴가 진행 중이던 2000년, 손 회장은 베이징에서 당시만 해도 그리 명성이 높지 않던 중국의 작은 벤처 알리바바의 마윈 회장을 독대한 지 6분 만에 막대한 금액의 투자를 결정했다. 마윈 회장은 당시 상황을 이렇게 전하고 있다. "원래 10분 정도 설명할 계획이었는데 6분 정도 지났을 때 손 회장이 긴 테이블 저쪽 끝에서 나에게 걸어와 바로 투자를 약속했다"고 했다. 알리바바는 그 후 급성장해 2014년 나스닥에 세계 역사상 최대 규모(250억달러)의 상장에 성공하며 손정의 회장에게 수천 배의 투자 수익을 안겨주었다.

리퍼트 대사와 마윈 회장의 모습에서 우리는 3가지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내가 속한 조직을 사랑하면서 맡은 바 임무를 다하는 애착심과 사명감, 어려운 상황을 탓하지 않고 목표를 향해 전력을 다하는 과감한 결단력과 집념, 그리고 소통과 설득을 통해 상대방을 흠뻑 빠져들게 하는 전문성이다.

대구경북의 각 분야에서 맡은 마케팅 업무의 개발, 추진에 항상 노고가 많은 각급 공직자들에게 이번 칼럼을 전하고 싶다. 리퍼트 대사와 마윈 회장처럼 보다 과감하고 특별한 접근으로 국내외 마케팅 전략을 기획하고 실행한다면, 2017년 정유년은 그 어느 해보다 대구경북의 위상이 국내외적으로 제고되는 결실 있는 한 해가 될 것이라는 확신을 가져본다. "새해 우리 한번 제대로 미쳐봅시다, 그리고 새로운 희망을 만들어 나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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