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나라를 뒤흔든 비선 실세의 국정 농단은 역설적으로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적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고 있다. 정부를 견제해야 할 국가기관과 언론이 제 역할을 못해서 일개 개인이 국정을 농단하고 그 피해는 국민이 입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지난 2014년 11월 세계일보가 '청와대 감찰보고서'를 입수해 보도했을 때 검찰이 제대로 수사했다면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국가적 대혼란은 막을 수 있었다. 2년 가까이 지나서야 문제가 밝혀진 지금 우리나라와 국민들은 사상 유례없는 엄청난 유무형의 손실을 입고 있다. 주권자가 위임한 행정 권력이 기괴한 방식으로 작동하는데 수치심과 분노를 느낀 시민들은 주말마다 추위를 무릅쓰고 거리로 나와 촛불을 들었다. 2년 전 검찰이 제대로 수사했다면 이런 범국가적 피해는 미리 막을 수 있었다.
우리나라 검찰은 경찰과 마찬가지로 범죄를 수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범죄 혐의자에게 처벌을 내려달라고 법원에 공소를 제기할 수 있는 독점적인 권한을 갖는다. 검찰 가운데서도 서울중앙지검 특수부는 우리 사회의 안정성을 근본적으로 흔드는 '거악 척결'이 임무라고 자부하는 조직이다. 그런데 서울중앙지검 특수부는 왜 2년 전 보고서 유출사건을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을까? 근본적인 이유는 인사권 때문이다. 정권이 검찰 인사권을 쥐고 있고, 정권은 인사권을 무기로 마음만 먹는다면 얼마든지 검찰을 수족 부리듯 할 수 있다.
따라서 이번과 같은 비선 실세의 국정 농단을 미리 막으려면 검찰이 정권의 눈치를 보지 않아야 하고, 그러려면 검찰 인사권을 정권으로부터 독립시켜야 한다. 더 적극적으로는 다른 어떤 나라보다 많은 권한을 쥔 검찰의 인사권을 국민의 직접 통제 아래 두어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주목받는 제도가 지방검사장 직선제이다.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9월 대정부 질문에서 "우리 국민 누구도 검찰 스스로 개혁할 수 있다고 믿지 않는다"면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과 지방검사장 주민 직선제 도입을 제안했다.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지난달에 지방검사장을 직선제로 선출하는 내용의 검찰청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지방검사장 직선제는 간단히 말해서 지방검사장의 인사권을 정권이 아니라 국민이 직접 갖자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 많은 주가 지역 주민의 선거로 주 검찰총장을 뽑고, 좀 더 좁은 지역 단위인 카운티 등에서도 선거로 지방검사를 뽑고 있다. 지방검사장을 주민 직선으로 뽑으면 검찰은 정권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어져 살아 있는 정권의 비리와 부패도 성역 없이 수사하고 기소할 수 있다. 그럴 때에만 검찰이 국민의 지속적인 지지를 얻게 되고, 지방검사장은 재선에 도전할 기회를 갖는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위해 검찰총장 직선제를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검찰총장을 직선으로 뽑으면 검찰총장은 아무런 견제도 받지 않고 검찰조직 전체를 지휘할 수 있기에 수사와 기소권을 오남용할 위험이 크다. 지방검사장을 직선제로 뽑으면 토호들과 유착하고 유권자의 인기에 영합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이는 법무부와 대검찰청의 지방검찰청에 대한 감찰 기능을 강화함으로써 막을 수 있다.
지방마다 검찰권을 행사하는 방식이 제각각일 것이기 때문에 국민들이 혼란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어떤 지역에서는 특정범죄를 엄격히 처벌하려 하고, 다른 지역에서는 선처하려는 식으로 혼란이 생길 수 있다. 하지만 이는 각 지방검찰청 간, 또 지방검찰청과 대검찰청, 법무부 간 소통을 통해 서로 합의하는 법 집행 기준을 만들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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