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열악한 지역 서점 생존권 빼앗는 '유령 서점' 뿌리 뽑아야

대구의 공공도서관과 학교 등의 도서 납품 입찰 과정에 유령 서점이 마구 참여해 거래 질서가 무너지는 것은 물론 가뜩이나 경영난에 시달리는 동네 서점의 목줄을 죄고 있다. 이는 현 제도로는 실제 서점 사업자 외에 유령 업체 참여를 막을 방안이 없는 탓이다. 또 유령 업체는 납품 자격을 돈을 받고 실제 서점에 판권을 팔아 이익까지 챙기고 있다.

이런 문제는 지난해 11월의 학교 도서관용 도서 납품 입찰 참여 서점 수만 봐도 알 수 있다. 2015년 기준, 대구의 서점은 184곳이지만 입찰 참여 업체는 무려 300곳이었다. 실제 서점보다 116곳이 많다. 이들은 본 사업 외에 사업자등록증에만 서점업을 넣은 유령 서점일 가능성이다.

서류상 업체들이 학교 급식 업체 입찰 과정에 무더기로 참여해 거래 질서를 어지럽히는 것과 다름없는 현상이다. 이는 가짜 급식 업체를 들러리로 세워 진짜 급식 업체의 낙찰 가능성을 높이지만 유령 업체의 도서 입찰은 실제 서점의 낙찰 기회를 빼앗고 판권을 팔아넘긴다는 점에서 다를 뿐이다. 하지만 공정한 입찰의 방해는 같다.

특히 유령 업체의 입찰 참여가 끼치는 해악은 골목 서점의 열악한 영업 환경을 악화시킬 수 있다. '2016년 한국서점편람'에 따르면 대구지역 서점은 2005년 324곳에서 2015년 184곳으로 140개(43%)가 없어졌다. 전체의 절반 정도가 문을 닫거나 영업을 포기했다.

이 같은 대구의 영세한 중소 서점 경영난과 폐업은 대형 서점의 잇따른 진출과 매장 확장 등 공격적 영업 전략의 영향도 크다. 그렇지만 유령 업체의 입찰 비리에 따른 골목 서점의 영업 환경 악화도 무시할 수 없다. 그런데도 수사 당국은 이를 막을 적극적인 활동도 않고 대구시와 대구시교육청 같은 입찰 관련 행정 당국조차 손을 놓고 있다.

만연한 유령 업체의 마구잡이 입찰 참여와 실제 서점 간의 판권을 둘러싼 짬짜미 같은 거래 관행을 그냥 두고 동네 서점을 구할 마땅한 대책은 쉽지 않다. 따라서 우선 행정 당국은 입찰에서 유령 업체를 가려낼 서점인증제 등 장치를 마련하고 사법 당국도 수사에 나서야 한다. 동네 서점도 살리고 불공정 거래 근절을 위해서 빠를수록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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