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맛 eat는 집] 굴, 남자에겐 힘! 여자에겐 미!

여성들 '먹는 화장품'으로 불러…피부 희게 하고 안색 좋게 만들어

유럽에서 굴의 별칭은 '바다의 우유'. 반면에 한국에서는 '석화'(石花)로 불렀다. 음식과 꽃의 비유가 멋스럽다. 서양에서 굴을 보는 시각이 기능적, 실용적이라면 한국에서는 탐미적이고 낭만적이었다. 각론으로 들어가면 그 차이는 더 뚜렷해진다. 서양의 속담, 문학 속에 굴은 '다양한 기능성 식품'으로 묘사된다. 18세기 나폴레옹과 비스마르크는 매일같이 굴을 챙겨 먹었고 대문호 발자크는 숫자까지 세 가며 먹었다고 한다. 한 세기를 풍미한 영웅들이 굴을 다퉈 먹었던 이유는 굴이 성 기능을 개선해 준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서양 속담에도 '굴을 먹어라, 그러면 오래 사랑을 하리라'(Eat oysters, love longer)는 말이 있다. 이 말을 가장 신봉한 사람은 바람둥이의 원조로 불리는 카사노바였다. 유럽의 궁정과 사교계를 드나들며 수많은 여성들을 섭렵했던 그는 매일 생굴 50개를 먹으며 체력을 관리했다고 한다.

반면에 한국에서 굴의 이미지는 굴 따러 간 엄마를 기다리는 '섬집 아기'의 서정이나 '굴을 따는 아낙네들의 콧노래 향수'쯤으로 추억된다. 일본에서도 벚꽃과 함께 먹는 굴을 최고의 낭만으로 여겨 맛보다 멋을 중시했다.

이렇게 동서양에서 엇나가는 굴의 효용이 절묘하게 만나는 지점이 있는데 바로 여성 피부미용이다. 동서양의 여성들에게 굴은 '먹는 화장품'으로까지 통용되었다.

우리 전통 속담에 '배 타는 집 딸애 얼굴 검고, 굴 따는 집 애 얼굴 희다'는 말이 있고, 동의보감에서도 굴의 효능을 '피부를 희게 하고 안색을 좋게 한다'고 기록하고 있다. 서양에서 굴을 미용으로 활용한 사례는 더 극성스럽다. 이집트 여왕 클레오파트라는 굴이 없으면 밥을 먹지 않았고 유럽 황실 여성들은 '사랑의 묘약'이라 하여 굴을 끼고 먹었다고 한다.

찬바람과 함께 우리 곁으로 찾아온 건강한 바다의 선물 굴. 이제 단단해진 관자에서 단맛이 배어 나올 때다. 남자에겐 힘을, 여자에겐 미(美)를 준다는 굴. 올겨울엔 부부, 연인이 함께 굴요리집을 찾아보면 어떨까.

◆범어동 '굴향기'

#청정해역 통영서 매일 직송

굴요리 체인점 사업 꿈을 펼치고 있는 대구 수성구 범어동 '굴향기' 이재호(55) 씨. 이 씨의 전직은 무역회사 대표. 22년간 아르헨티나, 브라질, 칠레 등 남미를 돌며 의류 무역업에 종사했다. 대구에서 섬유가 한참 잘나갈 때 이 씨의 사업도 번성을 거듭했다. 전성기 최고 매출이 300억원을 웃돌 정도. 그러나 1997년 외환위기의 시련은 그를 비켜가지 않았다. 바로 사업을 정리하고 2012년 라온제나호텔 옆에 굴요리 전문점을 차렸다. 굴국밥이 맛있는 집으로 소문이 나면서 범어동 핵심 상권에 뿌리를 내렸다. 지금은 매주 1, 2회씩 찾아오는 단골만 수백 명을 헤아릴 정도. 굴요리의 핵심은 재료라고 말하는 이 씨, 굴향기의 모든 재료는 '통영 26번 경매인'이 매일 택배로 보내준다. 청정해역에서 직송한 굴이기에 맛, 영양, 신선도 하나만큼은 자신한다. 굴구이, 굴찜, 굴회, 굴국밥 등 모든 굴요리를 맛볼 수 있다.

*대표요리: 굴구이 2만5천원

*주소: 대구 수성구 명덕로 482

*전화번호: 053)761-0166

◆북현오거리 '부자조개구이'

#4만원짜리 굴찜 3명 먹고도 남아

대구 북구 복현오거리 LPG충전소 뒤편 아나고'막창 골목으로 들어가면 이색적인 간판이 하나 눈에 띈다. 삐뚤빼뚤 글씨로 해산물을 형상화한 '부자조개구이'다. 대학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한 박명희(35) 씨가 전공을 살려 만든 간판이다. 실내로 들어가면 각종 조개로 꾸민 인테리어가 시선을 끈다. 문을 밀치고 들어가니 박 씨의 부친 박형근(58) 씨가 반갑게 맞아준다. 부자(父子)는 6년째 식당을 함께 운영하고 있다. 부친은 1주일에 3, 4번씩 통영으로 수조차를 몰고 내려간다. 단골 거래처에서 택배로 받을 수도 있지만 현장에서 물건을 직접 확인하기 위해서다. 그 덕에 부자조개구이의 굴은 항상 특A급만 들어온다. 4만원짜리 굴찜 하나면 3명이 먹고도 남을 정도. 홍합과 꽃게가 들어간 해물라면(4천원)도 인기. 단골들 사이에서는 메인 메뉴는 안 먹어도 해물라면은 꼭 먹는다는 말이 돌 정도다.

*대표요리: 생굴 3만~4만원

*주소: 대구 북구 경진로 1길 15

*전화번호: 053)952-0404

◆장기동 '정봉교가 찜찜해'

#겨울철 밤새도록 찜기 돌려야 할 정도

'부모님이 키운 굴 아들이 파는 가게.' 대구 달서구 장기동 '정봉교가 찜찜해' 가게에 걸린 현수막 문구다. 정봉교(39) 씨의 고향은 경남 통영. 부친은 남해안 굴양식 1세대다. 대구 식당 몇 곳에서 굴요리를 먹다 실망한 그는 '굴이라면 대구에서 승부를 볼 수 있겠다'는 자신이 생겨 장기동에 굴요리집을 냈다. 한두 번 들렀던 손님들이 다시 친구들을 불러오면서 단골이 몇 곱절로 늘었다. 겨울철에는 밤새도록 찜기를 돌려야 할 정도. 굴요리 히트 비결에 대해 정 씨는 "굴요리는 양념이나 특별한 레시피가 있는 것이 아니다"며 "좋은 재료를 들여와 잘 굽고 먹기 좋게 쪄내면 끝"이라고 말한다. 지금도 1주일에 한 번씩 통영에 가서 1t씩 실어 온다. 웬만한 식당에서는 엄두조차 못 내는 양이지만 이곳에서는 4, 5일이면 바닥을 드러낸다. 굴찜 2만원(소라 추가 시 3천원), 생굴회는 1만5천원이면 즐길 수 있다.

*대표요리: 굴찜 2만원

*주소: 대구 달서구 장기로 57길 14

*전화번호: 053)554-9162

◆대곡동 '섭이네조개굽는집'

#두 번 쪄내 염분 줄이고 쫄깃한 맛 더해

대구 달서구 상인'대곡지구에서 해산물 요리로 유명한 집이다. 비시즌엔 조개구이, 오징어, 해물탕이 주 메뉴지만 겨울철엔 굴찜, 생굴이 간판 메뉴로 바뀐다. 취재 중 시식한 굴들은 크기나 신선도에서 특급이었다. 해물 유통을 하는 친척이 통영산 굴을 엄선해 주 1, 2회씩 보내온다. 워낙 싱싱하다 보니 찜통에 들어가기도 전에 생굴로 절반을 먹어 치우는 손님들도 많다. 이 집 굴요리의 특징은 굴을 두 번에 걸쳐 쪄낸다는 것. 1차 찐 굴은 채반에 담아 찬물로 헹궈 한 번 더 찐다. 염분을 중화시키고 쫄깃한 식감을 더하기 위해서다. 총각 사장 서지호(28) 씨는 "찜이든 회든 제철 굴은 그냥 자연 상태로 먹는 것이 가장 맛있다"고 말한다. 자체로 간이 잘 맞기 때문에 간장이나 초장은 군더더기에 불과하다는 것. 도시철도 1호선 대곡역 3번 출구로 나와 5분 거리인 월배동화타운 옆에 있다.

*대표요리: 생굴 1만8천원

*주소: 대구 달서구 비슬로 550길 27

*전화번호: 053)639-33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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