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상희구의 시로 읽는 경상도 사투리] 점점 장구가 되어가던 쌀통

상희구(1942~ )

대구 칠성동, 단칸방 시절

작은 원통형의 분유통을 우리 집 쌀통으로 썼는데

쌀통이란 기이, 지 속을 텅텅 비우잉끼네, 자꼬 울더라

어느 늦은 봄날, 신새벽

몰래 일어나신 엄마가 바닥을 드러내기 시작한

쌀통을 바가지로 긁자, 쌀통이 버어억-버어억 울었다.

엄마가 한숨 섞인 소리로 내뱉았다

"아이고 내 새끼들 다 우짜꼬"

"아이고 내 새끼들 다 우짜꼬"

아, 장구든 북이든 쌀통이든 속을 비우면 다 우는구나!

*기이: 것이 *지 속을 텅텅 비우잉끼네: 자기 자신의 속을 텅텅 비우니까

1950년대 전후는 네 집, 내 집 할 것 없이 모두가 생활형편이 어려웠던 시절이었지만 우리 집은 한층 더했다. 나락에 빠진 아버님의 타락이 빚은 아픈 가족사에서 비롯하였는데 우리 어머니는 어린 사남매를 먹여살리시느라 그야말로 핍절한 생활을 이어가신 것이다. 엄혹한 시대의 궁핍은 필자로 하여금 문학에 눈을 뜨게 하였고 나의 고향 '대구'는 오만 가지 것들을 나의 가슴속에 각인시켜 주었다. '대구시집'은 인간사의 온갖 희로애락이 점철된 눈물과 웃음 외에 해학과 익살, 능청스러움이 요절복통할 이야기로 꾸며져 있어 읽는 재미를 더할 것이다. 독자 여러분의 관심과 격려를 기다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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