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불법 개조 트롤선, 오징어 씨 말린다

선미식으로 개조해 불법 조업, 이득은 55억, 벌금은 700만원 뿐

동해안 오징어의 씨가 말라버릴 지경이지만 정부는 뾰족한 대책을 못 내놓고 있다. 국내 일부 어선들의 오징어 불법 조업에 대한 처벌 규정은 여전히 솜방망이 수준이다.

서해안에서 불법 꽃게잡이를 하는 중국 어선에 대해 해경이 대대적 단속에 나서고, 암컷이나 어린 대게를 잡는 사람뿐 아니라 먹는 사람에게도 무거운 처벌을 내리는 추세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이러는 사이 경북 동해안 오징어 어획량은 2009년 9만2천여t에서 2015년 5만4천여t으로 40% 이상 급감했다.

지난달 15일 대법원 3부(주심 박보영 대법관)는 중형 트롤 울진 선적 G호(57t) 선주 A(62) 씨가 울진군을 상대로 "어업정지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낸 상고심에서 이를 기각하고, 원심을 확정했다. G호는 현측식(그물 옆에서 끌어올림) 조업 허가 선박이지만, A씨는 2011년부터 2년 넘게 선미식으로 166차례에 걸쳐 시가 55억여원 상당의 오징어를 포획한 혐의로 해경에 붙잡혔다. 배 뒤에서 그물을 끄는 선미식은 현측식보다 한꺼번에 많은 오징어를 잡을 수 있지만 어족자원 보호와 어선 전복 위험 때문에 정부가 더 이상 허가를 내주지 않고 있다.

현측식 트롤 어선의 선미식 불법 개조는 대법원 판결에서 불법으로 확인됐고, 어족자원에 주는 악영향도 드러났다. 그러나 수십억원에 이르는 이득과 어족자원 피해에 비해 처벌 규정은 '1천만원 이하 벌금'에 불과해 처벌이 너무 약하다는 비난이 이어지고 있다. A씨는 불법 조업 벌금 700만원을 선고받았다.

동해안 영세 채낚기 어민들은 "중국 어선들의 불법 조업이 이어지고, 국내 현측식 어선 상당수의 불법 개조도 의심된다. 엄정 단속과 무거운 처벌을 요구했지만 정책에 반영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지난해 포항해양경비안전서의 선미식 불법 구조 변경 단속은 0건, 동해어업관리단은 6건에 그쳤다. 현재 동해구 중형 트롤 어선 39척 중 33척이 오징어 조업을 하는데, 선미식 조업 어선은 14척뿐이다.

대구지검 포항지청 관계자는 "지난해 대게와 관련한 처벌'단속이 강화되면서 불법 포획'유통 조직이 위축되고 있다. 오징어의 불법 선미식 조업에 대해서도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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