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경도 출신 A씨는 북한에서 탈출한 지 10여 년 만에 한국으로 들어와 살 곳과 일자리를 얻었다. 안정된 삶이지만 A씨는 밤마다 잠을 이루지 못했다. 이북에 남겨둔 자녀들이 수시로 떠올랐고, 가족들이 고초를 겪진 않을까 염려됐다. 혼자만 자유를 누린다는 죄책감과 탈북민이라는 따가운 시선에 시달리다 보면 극심한 우울감에 빠졌다.
A씨는 북한이주민지원센터의 정신건강지원 사업 덕에 생기를 되찾았다. 지원센터에서 1년 동안 심리 상담을 받았고 같은 고통을 가진 북한이탈주민과 함께 고민을 나눴다. A씨는 "젬베라는 북 모양의 아프리카 전통악기를 배우고, 동화사로 템플 스테이를 다녀오며 살아있음을 느꼈다"면서 "앞으로는 겁내지 않고, 주눅 들지 않고, 나를 사랑하며 살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북한이주민지원센터가 운영하는 '북한이탈주민 및 가족 정신건강지원 체계 활성화 사업'이 호응을 얻고 있다. 지난 2012년 시작된 이 사업에는 심리검사와 상담 1천500여 명, 집단상담과 치유 프로그램에 1천100여 명이 참여했다. 지역 병원 등 의료기관과 연계해 진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심리검사와 집단상담, 각종 치유 프로그램 등을 제공하는 것이 특징. 북한이탈주민의 정신건강을 전문적으로 지원하는 센터는 이곳이 전국에서 유일하다.
이는 북한이탈주민이 북한 체제 내 감시와 불안, 탈북 과정 중 심리적 압박감, 남한 사회 적응의 어려움 등으로 다양한 정신적 피해를 호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석주 성균관대 의과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가 지난 2013년 발표한 '한국의 북한이탈주민 정착과 미국 난민 재정착 들여다보기' 자료에 따르면 북한이탈주민 1천200명 중 531명(44.3%)이 우울증 증세를 보였으며, 알코올 사용 장애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호소하는 경우도 각각 130명(10.8%), 104명(8.7%)으로 조사됐다.
조재희 북한이주민지원센터장은 "북한이탈주민의 정신건강 지원은 주거지와 취업 등 물질적'경제적 도움을 주는 것만큼이나 중요하다"면서 "북한이탈주민들의 정신건강을 체계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북한이탈주민 트라우마 센터'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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