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A씨는 몇 달 전 대구 서구에 있는 전용면적 84㎡ 아파트를 낙찰받았다.
입찰일 전에 대법원사이트에 접속하여 서류송달내역, 권리신고서, 현황조사서 및 매각물건명세서 등 관련 서류를 열람했으나 아무런 하자가 발견되지 않았다.
주민센터를 방문, 새로 전입한 사람이 있는지 확인했지만 소유자 겸 채무자인 B씨와 그 가족만 전입을 유지하고 있었다.
A씨는 대항력 및 명도에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단했지만, 혹시 집행에 어려움은 없을까 하는 마음에 주민센터를 방문하여 가족상황을 물었다. 그러나 주민등록법 및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법원 조사 당시에 알려준 것보다 더 상세한 내용은 말해 줄 수 없다고 했다.
아파트 관리사무소를 방문하여 미납관리비 및 가족관계를 물었으나 직원은 조사를 위해 많은 사람이 다녀갔다면서 귀찮은 표정을 짓는 바람에 관리비가 체납되지 않았다는 말 외에 더 이상의 답변을 듣지 못했다.
A씨는 소유자가 아파트 관리비를 꼬박꼬박 납부하고 있는 것으로 봐서 막돼먹은 사람은 아닐 것으로 생각했다.
입찰 당일 법정은 사람들로 붐볐다. A씨는 살고 있던 집이 팔려서 3개월 후에는 집을 비워줘야 할 형편이어서 다소 높은 가격(시세의 95%)으로 입찰하여 최고가매수신고인이 됐고, 약 한 달 후 매각대금을 완납했다. 또 당일 인도명령을 신청해 결정문을 손에 쥔 다음 아파트를 방문했다가 난감한 광경을 목격하게 됐다. 방에는 90세 된 할아버지가 몸져누워 있었고 거실에는 할머니가 휠체어에 앉아 있었다. 게다가 이혼으로 혼자된 아들과 딸, 손자, 손녀 등 무려 10여 명의 대가족이 함께 거주하고 있었다. 이들은 무작정 갈 곳이 없다면서 시골에 친척소유의 조그만 토지가 있는데 그곳에 움막이라도 지어야 할 사정이지만 당장 돈이 없으니 6개월을 기다려 달라고 했다.
A씨가 집을 비워줘야 할 날은 이제 한 달 남짓 남았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집행이 쉽지 않을 것 같았다.
점유자의 사정이 딱하다는 이유로 강제집행을 해주지 말라는 법은 없지만 노인의 건강 상태로 봐서 어려움이 예상됐다. 강제집행 현장에서 사고가 예견되는 경우 대개의 집행관은 매수인(경락자)에게 양보와 합의를 종용하기 때문이다.
매수인(낙찰자)과 소유자 간의 합의가 틀어졌기 때문에 마지막 방법으로 집행을 신청했는데 다시 합의를 촉구하는 것은 매수인에게 일방적 손해를 감수하라는 것이다.
A씨는 오갈 데 없는 노인네 가족을 무작정 쫓아낼 수만도 없어 자신의 이삿짐을 컨테이너에 넣어 보관하고 부모님 집에 기거하면서 점유자 가족을 수시로 찾아가서 사정했다. 이후 넉 달 뒤 이사비용을 넉넉히 지급한 뒤에야 간신히 아파트를 인도받을 수 있었다. 요즘 경매는 매각(낙찰)금액도 높아 수익률은 고작 5~10%인데, 점유를 이전받는데 5, 6개월의 기간이 소요된다면 결과는 당연히 손해로 이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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