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주 소현·읍천리 '담벼락 갤러리'…소현리는 동국대 학생들 솜씨

읍천항엔 5년간 공모작 기록

경주에는 담벼락을 캔버스로 내준 두 마을이 있다. 현곡면 소현리, 양남면 읍천리다. 소현리는 영천에 가깝고, 읍천리는 울산에 가깝다. 그래도 행정구역상 둘 다 경주다.

현곡면 소현리는 손일봉의 고향이다. 대구경북 미술계의 거목, 손일봉의 마을은 '타일벽화 마을'이라는 이력을 한 줄 더 넣게 됐다. 동국대 미술학과 학생들이 꾸몄다. 농림축산식품부의 뭉칫돈과 창의적 아이디어가 결합하면서다. 타일벽화는 페인트로 그리는 벽화에 비해 관리가 수월하다. 변색되거나 비에 씻겨 지워질 염려가 덜하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구엘공원을 본땄다고 한다. 다만 그림의 소재는 철저히 경주와 관련됐다. 신라시대 인물이나, 설화 등이 견고하게 붙었다. 굳이 세어 보니 40점 정도다. 오밀조밀 몰려 있어 다 둘러봐도 1㎞가 안 된다.

양남면 읍천항은 국내 최대 벽화 마을이다.'읍천항 갤러리'라 불릴 만큼 자부심도 있다. 2010년부터 2014년까지 전국의 벽화꾼들이 몰렸던 터다. 월성원자력발전소가 상금을 걸고 마련한 경연장이었다. 바닷가 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월성원자력발전소가 대번 눈에 들어온다.

두 해 전부터 공모전은 멈췄다. 그래도 5년간의 기록은 남았다. 마을 곳곳에 수준급 벽화가 원주인인양 그대로 있다. 일부 색이 바랜 작품들은 해풍을 머금었는지 골동품 색채를 뿜는다.

몇몇 수작에 빠져 넋을 잃자 다리가 아프다. 200점이 넘는 작품이 있다는 게 진실로 다가온다. 1.7㎞라고 한다. 벽화 대부분은 해안도로에 접한 구조물 담장을 캔버스로 삼았다. 작품 감상자는 '곡예 보행'을 각오해야 한다.

같은 경주권이지만 소현리와 읍천리의 거리는 60㎞다. 자동차로 1시간 가까이 걸린다. '읍천항 갤러리' 지척엔 천연기념물인 주상절리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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