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으로 계란값이 사상 최고가를 연일 경신하고 있는 가운데 계란 유통구조 개선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공급 부족에 따라 계란 가격은 오를 수밖에 없지만 복잡한 계란 유통구조와 대형마트의 폭리가 이상 급등 현상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통제 불능 계란값
4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와 농협중앙회 등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기준 특란 30개 평균 소매가는 8천237원까지 올랐다. 지난해 11월 16일 AI 발생 당시 5천678원에서 45일 만에 45%나 급등했다.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조사 대상에 잡히지 않는 작은 시장이나 마트 경우 계란 한 판 가격이 1만5천원을 훌쩍 넘은 곳까지 있다. 그야말로 '통제 불능' 상태"라고 했다.
이 같은 계란값 폭등의 1차 원인은 사상 최악의 AI다. AI 발생 이후 50일 만에 도살처분된 가금류가 이미 3천만 마리를 넘어섰다. 특히 산란계(알 낳는 닭) 농가가 직격탄을 맞으면서 계란 가격 폭등을 부채질하고 있다. 이러다간 산란계 생산 기반 자체가 무너질 것이라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계란값 이상 급등 부추기는 유통 구조
계란값 폭등의 또 다른 원인은 비정상적인 유통 구조다. AI 발생에 따른 공급 부족에도 불구하고, 산지 계란 가격은 상대적으로 '싸다'. 같은 기간 한 판 가격은 AI 발생 당시 3천735원, 지난달 30일 기준 5천919원이다. 계란 소매가가 산지 가격 대비 40~50%나 비싼 셈이다.
영주, 봉화, 경주 등 경북도 내 산란계 농가들은 계란 소매가가 산지 가격보다 지나치게 비싼 이유로 유통구조의 비효율을 꼽는다. 농가들에 따르면 계란이 농가에서 소비자에게 전달되기까지 크게 3~4단계를 거친다. 일단 양계농가에서 생산한 계란은 수집판매업자를 통해 세척 및 포장 과정에 들어간다. 최근에는 생산 농가들이 조합을 이뤄 수집판매업까지 겸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예를 들어 경주지역에선 23곳의 식용란 수집판매업체가 산란계 농가에서 생산한 계란을 수집해 중량 규격별(왕란, 특란, 대란, 중란, 소란)로 선별 포장해 시중에 유통한다. 주로 대란 이상이 시중에 팔리고 있다.
현재 5만 마리 미만의 소규모 생산농가는 자체 선별기계를 갖추지 못해 식용란 수집판매업체에 수집과 포장을 맡겨 다시 소규모 마트에 배달한다. 여기서 다시 일반마트나 차량을 이용한 판매상들에게 전달하는 구조이다.
현재 생산지에서 계란 1개 가격은 특란 기준으로 대략 200원이지만 이런 유통구조를 거치면서 최종 소비자 가격은 300~350원을 호가하고 있다. 3~4단계의 복잡한 유통과정을 거치면서 계란 가격이 70~80%나 훌쩍 뛰는 것이다. 산란계 농가 관계자들은 "돼지고기나 소고기처럼 도축 후 바로 소비자들의 식단으로 직행하는 유통구조가 일반화하면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가격을 형성할 수 있다"고 했다.
대형마트의 폭리도 가격 상승의 또 다른 요인이다. 대규모 산란계 사육농장은 자체 선별 시설을 갖추고 대형마트와의 계약거래를 통해 싼 가격에 납품하고 있다. 하지만 대형마트는 일반 소매상들의 유통구조에 맞추거나 오히려 비싼 가격에 판매해 가격이 떨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지역 산란계 농가 관계자들은 "대형마트들은 대규모 산란계농장과 직거래하면서 계란 한 개당 200원 안쪽으로 구입한 뒤 250원 또는 300원 정도의 가격에 맞추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일반 시중가 이상으로 판매해 폭리를 취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유통구조 개선 시급
계란 유통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계란 산지 가격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계란 집하장 역할을 하는 계란유통센터(GP센터'Grading and Packing Center)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전국에서 50여 곳 운영 중인 GP센터는 산지로부터 계란을 대량 수집해 선별'포장, 판매하고 있다. 다만 이를 통해 유통되는 물량은 전체 계란의 35% 수준이다. 나머지는 농가와 유통업체 간 직거래나 중간 수집판매상을 통해 유통되고 있다.
양계협회 관계자는 "계란 생산 시설을 공장화하다 보니 공급이 수요보다 많아 납품 가격을 보장받지 못했다. 가격을 과도하게 싸게 공급할 때도 많았다"며 "GP센터 중심으로 유통되면 공식 거래 가격이 집계되고 수집상도 직접 농가를 출입할 필요가 없어 AI 전염 가능성도 낮출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생산자 가격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고 있다. 계란유통협회 관계자는 "지금껏 생산자들은 계란 가격을 임의로 지정하는 공시 제도를 운영하면서 수요가 적을 때도 높은 가격을 부르곤 했다. 시장 경제 논리에 맞게 가격이 형성되는 체계가 필요하다"며 "미국에서는 생산자가 가진 물량을 즉시 유통하도록 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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