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국정 농단 증거 많은데
태블릿PC 물고 늘어지는 전략
인터넷선 BBC 댓글 해프닝도
제대로 된 리더부터 모셔오길
"한 번도 사익을 취하지 않았다." "피곤해서 태반주사 좀 맞은 게 그렇게 큰 죄가 되느냐?"
시간은 많은 것을 해결해 준다. 그때는 몰랐던 것을 시간이 지나서 깨닫는 경우도 있고, 아무리 아픈 상처도 시간이 지나면 희석되게 마련이다. 또한 시간은 궁지에 몰린 사람에게 도움이 된다. 곧 하야라도 할 것 같던 박근혜 대통령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특유의 뻔뻔함을 회복했다.
100만이 넘는 인파가 촛불을 들었던 12월 2일, 박사모를 봤다. 그들은 서울역 한구석에 모여 태극기를 흔들며 박 대통령은 죄가 없다고 외치고 있었다. 수십 명 될까 말까 한, 초라한 행색의 그들을 보면서 분노보다는 연민의 감정이 먼저 들었다. 주군의 활약에 힘을 얻어서일까. 한동안 웅크리고 있던 박사모도 힘을 낸다. 이젠 박사모도 광화문 한쪽을 내놓으라고 당당히 요구한다. 숫자 또한 늘어서, 이제는 수만의 인파를 헤아린다. 인터넷 기사에 달린 댓글도 상당 부분 박사모의 것이다. 하지만 그 댓글들을 보면 좀 안타까운 느낌이 든다. 그들이 헛다리를 짚고 있는 듯해서다.
지금 그들이 물고 늘어지는 것은 JTBC가 특종으로 보도한 태블릿PC다. 1)그 취득 자체가 불법으로 이루어진 데다 2)그게 최순실의 것도 아니며 3)안에 담긴 내용도 다 JTBC의 조작이라는 것이다. 그들이 태블릿PC에 매달리는 것을 이해 못 하는 바는 아니다. 박 대통령이 이 지경으로 전락한 시초가 다 태블릿PC가 아니던가. 그래서 그들은 다음과 같은 환상에 빠진다. 태블릿PC만 없애 버린다면 박 대통령이 탄핵당할 일도 없고, 박 대통령이 최순실의 지시를 받고 나라를 다스리던 그 아름다운 시절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는 환상 말이다. 그들의 단순무식함이 한편으로는 부럽고, 또 한편으로는 안쓰럽다. 이 시점에서 태블릿PC는 없어도 되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태블릿PC가 박 정권의 몰락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사실을 부인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최순실의 국정 농단이 사실이었다는 것이 태블릿PC를 통해 최초로 입증됐기 때문일 뿐, 국정 농단의 증거는 그 후 이루어진 검찰의 수사에서 밝혀진 것들이다. 기업을 협박해 뜯어낸 돈으로 최순실이 지배하는 재단을 만든 것, 삼성에 좋은 일을 해주고 그 대가로 삼성이 최순실을 돕게 한 것, 최순실 지인의 회사가 현대자동차에 납품할 수 있도록 압력을 가한 일, 최순실이 다니는 단골 성형외과 의사의 부인이 경영하는 업체를 물심양면으로 도운 것 등등 박 대통령과 최순실이 공모해 국정을 농단한 증거는 차고 넘친다. 물론 박 대통령은 시종일관 자신의 관련성을 부인하지만, 그건 사람이 뻔뻔해서 그런 것일 뿐 보통 사람이라면 벌써 석고대죄하고 대통령직에서 물러났으리라.
사정이 이런데도 박사모는 한결같다. 이 순간에도 포털사이트 기사를 찾아가 "태블릿PC 최순실 거 아니에요"라며 징징거리고 있는 중이니까. 그래서 아쉽다. 박사모에 제대로 된 리더가 없다는 것이 말이다. 다음 사례를 보자. 어느 분이 "BBC에서도 촛불집회를 비판했다"는 글과 함께 비틀스의 명곡 '예스터데이'의 영문판 가사를 박사모 게시판에 올렸다. 다들 난리가 났다. "역시 BBC!"라는 댓글부터 "우리나라 언론이 빨갱이라서 그렇지, 공정한 해외 언론은 다 박 대통령 편이다"라는 댓글까지, 수십 개의 댓글이 박사모 게시판을 수놓았다. 그중 영어를 읽을 줄 아는 한 분이 '이거 좀 이상하다'고 지적함으로써 사태가 일단락됐다. 얼마 전에는 박 대통령이 국회의원 시절 김정일에게 보낸 감동적인 편지가 "문재인이 보냈다"며 박사모 게시판에 올라온 적이 있다. 그때도 비슷한 일이 되풀이됐다. 물론 무식하다는 이유로 위와 같은 장난을 치는 게 꼭 좋은 것만은 아니지만, 박사모에 제대로 된 리더가 필요하다는 데는 공감할 것이다. 그래서 부탁한다. 괜찮은 분들을 모신 뒤 그들의 지침에 따라 행동하시라. 이때다 싶어 기어나오신 윤창중이나 정미홍처럼, 상식 있는 사람들은 다 무시하는 분들과 더불어 짠 작전은 박사모를 점점 더 우스꽝스러운 존재로 만들 뿐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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