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경북도의회, 비리 의원을 수사 의뢰 않은 것은 직무 유기

경북도의회가 한 도의원이 예산 심의 과정에 로비를 받은 의혹과 관련해 진상 조사를 벌여 로비 사실을 확인했다. 그런데도, 문제의 도의원에 대한 수사 의뢰를 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했다고 하니 어처구니가 없다. 도의회가 동료의 비리를 감싸기 위해 자정 기능을 포기했다는 점에서 욕을 먹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이 사건은 예산과 관련한 로비와 부정 청탁의 전형적인 사례다. 지난해 말 경북도는 올해 노인복지시설 종사자 수당 16억4천900만원을 편성해 도의회에 제출했다. 행정보건복지위원회는 원안대로 의결했으나,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전체 예산 가운데 개인 시설 종사자 수당 2억4천만원 전액을 삭감했다. 유독 개인 시설 종사자 수당이 삭감된 것은 한 도의원의 보이지 않은 손이 작용했다는 의혹이 일었다.

도의회 윤리특별위원회가 진상 조사를 시작한 것도 신문'방송에 여러 차례 보도되고 여론의 압력에 밀려서였다. 문제의 도의원은 지역구의 법인 노인복지시설 관계자에게 개인 복지 시설 종사자 수당을 삭감해달라는 부탁을 받은 사실을 인정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가 돈 봉투 같은 것을 건네주려 했지만, 거부했다며 금품 로비설은 부인했다.

윤리특별위원회는 이 결과를 바탕으로 경찰에 수사 의뢰를 할 만한 사안이라고 의장단에 보고했다. 그럼에도 의장단은 상식에 반하는 행동을 했다. 김응규 의장은 "부정 청탁 사실은 인정되지만, 도의회 의장으로서 경찰에 수사를 요청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경찰이 알아서 수사할 것이라고도 했다. 김 의장은 문제 있는 동료를 감싸는 것이 '의리'라고 여길지 모르지만, 대의(大義)를 위해서는 원칙대로 처리해야 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김 의장은 도의원 전체가 비리 동조자로 매도될 수 있다는 여론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은 것 같다.

도의회가 부정 청탁을 받은 의원에 대해 아무런 조치 없이 넘어간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깨끗한 사회'를 지향하는 시대 흐름에 역행해서는 도의회의 존재 가치가 희석될 수밖에 없다. 도의회가 앞장서서 자정 노력을 기울여야 마땅한데도, 거꾸로 가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