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인적청산'을 둘러싼 지도부와 친박(친박근혜)계의 싸움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이 친박계 서청원'최경환 의원을 청산 대상으로 사실상 지목하자, 이들을 중심으로 한 친박계가 비대위 구성을 조직적으로 저지한 것이다. 승부가 어떻게 나든 새누리당은 '2차 핵분열'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8개월 만에 또 비대위 구성 무산
비상대책위원 구성 등을 의결할 예정이었던 6일 상임전국위원회가 친박계의 조직적 보이콧으로 무산되면서 인 위원장과 친박계가 전면전을 벌이고 있다. 이는 6일까지 친박 핵심 인사들의 자진 탈당을 요구했던 인 위원장의 쇄신안을 친박계가 거부한 것이다.
이날 오후 2시 새누리당 상임전국위원회는 시작부터 삐걱댔다. 회의 시작 시각인 오후 2시가 지나도 전체 상임전국위원(51명)의 과반수인 26명이 모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후 3시 40분. 정족수에 2명 모자라는 24명만 모여 상임전국위는 결국 열리지 못했다.
새누리당의 상임전국위 개최가 무산된 건 약 8개월 만이다. 4'13 총선 참패 한 달 만인 지난해 5월 17일에도 친박계는 '정진석 비대위'의 출범을 가로막은 바 있다. 당시 비대위원장에 내정된 정진석 원내대표가 비박(비박근혜)계를 전면에 내세우려 하자 친박계는 이를 '쿠데타'로 규정, 전국위'상임전국위 개최를 저지했다.
인 위원장은 "당의 비상대책위원장으로서 이 사태에 대해 안타깝고 또 한편으로 국민 여러분에게 부끄럽게 느껴진다"며 "이 사태는 나라를 망친 패거리 정치의 민낯이 어떤가 하는 것을 국민 여러분들에게 낱낱이 보여주는 것"이라며 친박 핵심 인사들을 힐난했다. 이어 그는 "최선을 다해서 당 개혁과 당을 세우는 일에 앞장서겠다. 여러분 모두 도와주시길 바란다"며 친박계와의 전면전을 암시했다.
◆지도부, 상임전국위 재소집
인 위원장과 원내지도부는 다음 주 중 상임전국위를 재소집해 비상대책위원 구성 등을 의결할 것으로 보인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상임전국위 무산 뒤 기자들을 만나 상임전국위 재소집과 관련, "다음 주에 열릴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그는 "당 개혁과 쇄신을 위해 몸부림치고 있는데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분들의 방해가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며 "상임전국위는 다시 열면 되기 때문에 문제없다"고 인 위원장 편에 섰다.
의결기구인 비상대책위가 꾸려지면 윤리위원회를 구성할 수 있고, 윤리위에서는 당원권 정지를 논할 수 있어 자진 탈당 불가 방침을 밝힌 일부 친박 핵심 의원을 압박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총 51명의 위원 중 이날 불참한 친박 성향의 위원 몇 명을 제적시켜서라도 이후 회의에서 정족수를 맞출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지도부와 친박계의 정면 대결에서 누가 살아남든 '상처뿐인 승리'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지도부의 승리는 서 의원을 비롯한 친박계의 집단 탈당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개혁보수신당(가칭)에 몸담은 비박(비박근혜)계의 집단 탈당에 이은 2차 분열 사태다.
친박계가 버티기에 성공하면 인 위원장은 거취를 정리하고, 현 지도부도 사퇴 요구에 직면한다. 친박 핵심 기류에 반발하는 의원들의 추가 탈당이 예상된다.
◆친박 "너무 촉박하게 소집…보이콧은 아니다"
이처럼 친박계가 상임전국위 개최를 방해했다는 의혹을 받는 이유는 그동안 인명진 위원장이 빼든 인적쇄신의 칼에 강하게 반발해왔기 때문이다.
서청원'최경환 의원을 비롯한 친박계 좌장이 줄줄이 인적청산 대상으로 공공연히 지목되자 정치적 입지가 줄어들 것을 우려한 친박계가 조직적으로 실력 행사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한 친박계 의원은 "지도부가 상임전국위원회를 너무 촉박하게 소집해서 일정상 오지 못한 전국위원도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조직적인 보이콧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인 위원장은 서청원'최경환 의원 등 친박 핵심인사를 겨냥해 6일까지 자진 탈당할 것을 요구했으나 이날 상임전국위원회가 무산되면서 사실상 두 의원의 탈당 가능성은 희박해졌다.
오히려 6일까지 친박 인사들이 자진 탈당하지 않으면 8일에는 자신의 진퇴를 포함해 중대결정을 내리겠다고 한 인 위원장의 발언이 스스로 발목을 잡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또 다른 친박계 의원은 "인 위원장에게 두 사람을 강제로 내보낼 수단도 없다"며 "서청원'최경환 의원은 뜻을 굽히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을 이탈해 개혁보수신당으로 옮긴 한 의원 역시 "서청원 의원이나 최경환 의원 같은 거물은 한 번 안 나간다고 했으면 번복할 수도 없는 입장"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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