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초콜릿에 설탕 빼면? 훌륭한 치아 건강 식품!…『초코홀릭』

초코홀릭/ 돔 램지 지음/ 이보미 옮김/ 시그마북스 펴냄

초콜릿은 달달함의 대명사다. 그런데 초콜릿은 단맛만 갖고 있지 않다. 짠맛, 정확히 말하면 짭짤한 맛도 지니고 있다. 실은 초콜릿의 원료인 카카오는 쓴맛, 이 책의 표현대로라면 씁쓸한 맛이다. 마니아들은 초콜릿의 향까지 즐긴다. 또 초콜릿은 대중문화 속에 '초콜릿색'(흑갈색)의 매력까지 퍼뜨려 우리 눈을 황홀하게 만들고 있다. 초콜릿을 부러뜨릴 때 나는 특유의 소리에 가슴이 뛰는 사람도 있지 않을까. 이렇게 초코는 사람들의 오감을 자극한다. 그래서 음식을 넘어 코드가 됐다. 책 제목이기도 한 '초코홀릭'은 실제 1960년대 대중문화에서 나온 개념이다.

◆인류 역사만큼 오래된 초코 역사

인류는 4천여 년 전부터 초코를 즐겼다. 그런데 우리가 흔히 먹는, 납작하고 고체로 된, 가나초콜릿(롯데제과) 같은 '판 초콜릿'이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은 것은 1800년대 중반이다. 그전 초코는 씁쓸한 음료로 소비됐다. 유럽보다 먼저 아메리카 대륙에서 즐겼다. 즐겼다기보다는 모셨다고 봐도 될 것이다. 마야와 아즈텍 등 강력한 고대왕국들이 현재의 멕시코 중앙부터 코스타리카 북부까지를 가리키는 메소아메리카 지역에서 자라는 초코를 숭배했다. 바로 마야에서 '카키우'라고 부른 것이 유래인 '카카오'(영어식 명칭은 코코아)다. 주로 지배 계층이 카카오 과육 또는 카카오콩을 갈아 마셨다. 마야인들은 카카오콩의 향을 가미한 음식을 요리해 먹었다. 아즈텍 사람들은 카카오가 신이 내린 음식이라며 종교의식이나 중요한 행사에서만 마셨다. 카카오콩은 화폐로도, 약한 나라에서 강한 나라에 바치는 공물로도 사용됐다.

그러다 1590년쯤 스페인이 아즈텍을 정복했다. 스페인 군대가 유럽에 들고 온 전리품은 카카오콩이었다. 처음에는 유럽에서도 씁쓸한 음료로 마신 초코는 17세기쯤 역사적 전환을 맞는다. 사탕수수와 만나 달달한 음료로 다시 태어나면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게 됐다. 이어 초코는 음료뿐 아니라 앞서 언급한 판 초콜릿으로 또 다양한 제과로 구현됐다.

상류층만 먹던 초코를 대중들도 찾으면서, 그보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카카오나무는 유럽 열강들의 식민지로 퍼졌다. 아메리카는 물론 아프리카까지, 심지어는 인도와 동남아시아까지 비슷한 기후 조건(적도 남'북위 20도 이내)을 가진 지역으로 카카오 농장이 확대됐다. 커피, 사탕수수와 함께 유럽 사람들의 식탐 덕분에(?) 카카오는 지금 전 세계인을 능히 먹이는 재배 환경을 갖게 됐다. 유럽 제국주의 역사의 이면이기도 하다.

◆원료 구성에 따라 종류도 다양한 초콜릿

카카오콩은 초콜릿의 핵심 재료다. 여기에 카카오버터, 설탕, 분말우유 등이 추가된다. 우리가 흔히 아는 '다크초콜릿'은 카카오콩 본연의 향미를 느낄 수 있는 종류다. 우리나라에서도 10여 년 전부터 대중화되기 시작했다. 다크초콜릿의 등장과 함께 소비자들로부터 궁금증을 유발한 것이 카카오콩 함량 수치다. 100% 다크초콜릿은 말 그대로 카카오콩만으로, 또는 쓴맛을 덜고 부드러운 식감을 내고자 카카오콩에 카카오버터를 첨가해 제작된 것이다. 그 함량 수치가 내려가면 나머지는 설탕 같은 첨가물이 채운다.

우유를 첨가한 '밀크초콜릿'은 1875년 스위스에서 발명됐다. 전 세계 초콜릿의 40%가 밀크초콜릿이다. 우유 특유의 부드러움을 더한 것이 특징이다. '화이트초콜릿'은 카카오콩이 들어가지 않는 유일한 초콜릿이다. 카카오버터가 주재료다. 원래 화이트초콜릿은 카카오파우더를 만들고 남은 카카오버터를 처리하는 방법의 하나로 1930년대에 개발됐다. 초콜릿 생산 공정의 찌꺼기였던 카카오버터가 이제는 초콜릿에 새로운 향미를 부여하는 재료로 각광받고 있다. 두부를 만들 때 나오는 찌꺼기인 비지를 두부보다 더 좋아하는 사람이 있듯이. '로우 초콜릿'은 웰빙 열풍에 가장 최근 나온 종류다. 로스팅 과정을 거치지 않은 카카오콩으로 만든다. 카카오콩에서 자연 발생한 황산화물질을 그대로 보존하기 위해서다.

◆사실 건강에 좋은 초콜릿

초콜릿은 '이가 썩는다'거나 '비만의 원인'이라는 논란이 있는 음식이기도 하다. 초콜릿은 건강에 어떤 영향을 끼칠까. 카카오 함량이 높은 다크초콜릿을 매일 소량씩 먹으면 건강에 좋다. 그러나 설탕, 유제품, 그 외 여러 첨가물이 들어간 초콜릿을 먹는다면 기대할 수 없는 부분이다. 초콜릿에는 플라바놀이라는 항산화물질이 다량 함유돼 있다. 이 물질은 세포를 손상시키는 활성산소 제거에 도움을 준다. 또 혈압을 낮추고 심혈관 질환을 예방하는 데도 탁월한 효과가 있다. 초콜릿이 암을 치료한다는 사실은 오해다. 그런데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초콜릿 속 화학물질이 대장암 관련 이상세포를 줄이는 효과를 낸다고 한다. 초콜릿이 항암 효과를 갖고 있다는 추정이 여러 연구를 통해 나오고 있다.

자, 그리고 어린이들에게 희소식. 초콜릿은 오히려 치아 건강에 좋다. 초콜릿 속 테오브로민은 불소보다 더 효과적으로 치아를 튼튼하게 만들어주는 성분이다. 치아에 악영향을 끼치는 것은 초콜릿 속 다량의 설탕이다. 초콜릿은 삶에 찌든 어른들에게도 좋은 음식이다. 사랑에 빠질 때 느끼는 행복감을 주기 때문이다. 또 테오브로민은 기분을 좋게 하는 엔도르핀도 생성시켜 준다.

초콜릿을 즐기려면 우선 잘 다뤄야 한다. 초콜릿은 34℃쯤의 온도에서 녹는다. 그렇다고 냉장고에 막 넣으면 안 된다. 물러지는 데다 설탕이 녹아 슈거 블룸(초콜릿 속 설탕이 습기 때문에 녹아 결정화하는 것)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15~20도의 건조한 장소에 보관하는 것이 좋다. 마니아라면 초코 전용 냉장고가 따로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책은 초콜릿의 이모저모에 대해 알려주고, 직접 따라할 수 있는 초콜릿 레시피 30가지도 소개한다. 224쪽, 2만5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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