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친박계 의원과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이 '인적 청산'을 놓고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의원 50여 명이 자신의 거취를 전적으로 인 위원장에게 맡기겠다는 '백지위임장'을 냈다. 탈당, 당원권 정지 등 어떤 처분도 인 위원장에게 맡기겠다는 것이다. 이주영'원유철'홍문종'신상진 등 중진 의원은 물론 윤상직'곽상도 등 박근혜정부에서 요직을 지낸 의원도 이에 합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 위원장은 친박계 의원들의 거취 결정 마감 시한으로 지정한 6일 오후까지 추가로 위임장을 제출받은 뒤 8일 의원별 처분 수위를 결정한다. 말 그대로 의원들의 운명이 인 위원장 한 사람의 손에 맡겨진 것이다.
이를 두고 새누리당의 변화와 새 출발을 위해서는 인적 청산이 선행돼야 한다는 인 위원장의 판단이 맞다 해도 과연 이런 방식이 정당한지는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새누리당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 사태 이후 변화하고 개혁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말만 무성했을 뿐 실천이 따라주지 않았다. 실천에는 여러 방식이 있지만, 최우선은 국민이 수긍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그것은 잘못을 인정하고 잘못에 책임지는 행동을 하는 것이다. 그 행동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는 친박계가 더 잘 알 것이다. 인 위원장이 '백지위임'이라는 극약 처방을 들고나온 것은 그런 행동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친박계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과연 인 위원장이 국회의원의 거취를 임의로 결정할 수 있느냐는 별개의 문제다. 탈당은 중대한 문제다. 국회의원을 뽑아준 지역구 유권자의 판단과 선택을 무시하는 것이다. '순수한' 자진 탈당의 경우 다음 선거에서 지역구 유권자의 정치적 심판을 받으면 된다. 그러나 '강요된' 자진 탈당'은 문제가 다르다. 지역구 유권자가 아닌 사람이 해당 지역구 의원에 대한 정치적 심판을 하는 월권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절차적 민주주의라는 점에서도 문제다. 국회의원의 거취를 결정하려면 당의 공적 기구를 통해 정해진 절차를 밟아야 한다. 그것이 정당 민주주의의 핵심이다. '백지위임'은 이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이다. 인 위원장이 전권을 위임받았다고 하지만 국회의원의 거취를 임의로 결정할 권한이 있는지 의문이다. 새누리당의 개혁은 중요하다. 그러나 개혁을 명분으로 민주적 절차를 건너뛴다면 공당(公黨)이 아니라 사당(私黨)이다. 새누리당이 변화하고 개혁하려는 목표가 사당화는 아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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