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뇌과학을 통한 '느린 학습자 클리닉'] 아이가 산만하고 충동적이라면?

전두엽 기능 떨어져 과잉행동

연구소에서 다양한 원인의 느린 학습자를 보게 되는데 대표적인 사례가 산만하고 충동성이 강해서 학습부진을 겪는 경우다. 이런 아이들은 전두엽의 실행기능 이상을 의심해 볼 수 있는데, 전두엽(frontal lobe)은 모든 두뇌 부위를 조절하고 통제하는 두뇌의 CEO 역할을 하며, 들어온 정보를 최종적으로 분석'통합'조직화한다.

전두엽의 여러 기능 중 가장 큰 역할은 실행 기능(executive function)으로 뇌는 자기에게 이득이 되는 방향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는데, 이러한 기능이 떨어지면 지적 능력이 뛰어나고 생각이 있어도 실천을 잘 못하게 된다.

어느 날 K초등학교 교장 선생님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는데, 4학년 남학생이 수업시간에 집중을 하지 못하고 규칙을 어겨 야단을 쳐도 돌아서면 같은 행동을 반복한다는 것이다. 또 교우관계에서도 자신의 흥미만을 먼저 생각하여 짝에게 수업시간에도 장난을 걸어 방해하고, 갑자기 뒤에서 친구를 확 밀어 다치게 하는 등 과잉행동을 한다고 했다. 담임 선생님이 왜 그랬냐고 물으면 그냥 장난으로 그런 거라 별일 아닌데 자신만 혼나 억울하다고 주장한다. 보다 못해 교장 선생님이 만나서 잘 타일러가며 얘길 해보니 아이가 머리는 좋은 것 같은데 학습부진을 겪고 있어 안타깝다는 사연을 전해 주었다.

그래서 필자가 먼저 이 학생의 부모를 만나 면담을 해보니 놀라운 사실을 들을 수가 있었다. 어릴 때 언어 발달도 빨랐고 운동신경도 좋았으며, 유치원에 다닐 때는 창의력이 좋아서 선생님들로부터 칭찬을 곧잘 받았다고 했다. 다만 초등학교 입학 후부터 가만히 있지 못하고 지루해하고 성적도 점점 떨어졌다는 것이었다.

그럼 이 아이가 왜 이렇게 변하게 됐을까? 몇 가지 검사를 통해 이유를 찾을 수 있었다. 결론은 지능도 낮지 않았고 두뇌사고 역시 우측 전뇌의 주도성을 가져 창의성도 뛰어났지만 전두엽의 실행 기능이 떨어져 산만하고 충동성으로 인해 집중력이 떨어지고 과잉행동을 하는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를 가지고 있었다.

이 학생의 사례에서 보듯 학습문제만 살펴보면 초등학교 입학 전에는 자유롭게 움직이고 생각하는 것들이 일부 허용되어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창의적 사고를 인정받아 견딜 수 있었지만, 저학년 때는 지적 능력 덕분에 공부를 잘하던 아이가 계획적이고 조직적으로 공부해야 하는 고학년으로 올라가면서 학습 흥미가 떨어지고 피드백을 받지 못하여 자존감이 저하되고 성적 역시 점점 떨어지게 되는 것이다.

물론 ADHD는 전문의 치료를 통해 나을 수 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이들을 바라보는 관점이 바뀌어야 하는 것이다. 의도적으로 남을 괴롭히기 위해서 하는 행동이 아니며 자신도 스스로를 조절할 수 없어 나오는 두뇌의 신경학적 결함에 의한 행동이라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아이의 행동이 결과적으로는 남을 괴롭히는 양상으로 나타나지만 실제로 본인 역시 괴로움에 빠져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즉 가해자가 아니고 피해자라는 입장에서 바라본다면 귀찮은 존재가 아니라 모두가 도와주어야 하는 존재로 볼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아이의 특성을 고려해서 예외를 인정해 주어야 한다. 예를 들어 주위가 흐트러지지 않게 맨 앞자리 중앙에 앉힌다든지, 지속적으로 과제를 내 지시를 못 따르는 학생으로 반복적인 경험을 하게 되면 부정적인 인식이 정서적인 문제까지 만들게 된다. 따라서 열 문제를 내어 일곱 문제밖에 해결하지 못하는 학생으로 경험되기보다는 다섯 문제를 내어 다섯 문제를 다 풀었던 성공한 학생으로 경험되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작은 실패가 반복되어 큰 실패로 이어지기보다는 작은 성공이 큰 성공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세심한 배려를 해야 함을 꼭 인식해야 한다. 이들을 이상한 행동을 하는 잘못된 아이라는 편견을 깨고 다양성의 관점에서 다른 아이라는 인식의 전환을 통해 특별한 관심과 용기를 주는 것이 열 배 이상의 치료 효과가 있다는 것을 기억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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