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6월이면 대구에서 '대한민국연극제'가 개최된다. 국호를 사용하는 몇 안 되는 문화예술행사이다. 그리하여 대구 문화계, 특히 연극계는 기대가 많다. 이미 연극계를 중심으로 하는 집행위원회는 다양하고도 심도 있는 행사를 치러내기 위하여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다른 시각으로 보면, 대구에서 개최되는 대한민국연극제는 단순히 대구연극인, 혹은 대구의 문화예술인만의 몫은 아니다. 이미 연극의 3요소 중 하나가 관객이듯이, 대구시민들이 적극적으로 연극 공연장으로 가주어야만 성공을 담보할 수 있다. 그것뿐만 아니다. 시민들이 연극을 체험하고, 만들고, 즐겨야 한다. 그리고 외지에서 오는 연극인 혹은 관람객들을 친절하게 안내하고, 홍보해야 한다. 그런 다양한 방식과 내용으로 대구시민들이 대한민국연극제에 참여할 때, 진정한 의미에서 대한민국연극제 성공을 말할 수 있다.
경상북도 칠곡군에 가면 보람할매극단이 있다. 평균 연령 75세의 이 할머니 극단은 2013년 한글을 배우는 성인문해교실에서 시작하여 지금에 이르고 있다. 2015년 경상북도 평생학습박람회 연극 부문 대상을 받았고, 지난해에는 한국문화원연합회가 주최하는 실버문화페스티벌에서 전체 대상을 받았다. 이들 할머니들이 연극을 연습하는 경로당에 가보면, 이들이 연극을 통하여 얼마나 건강하고 행복하게 삶을 살아가는지 확인할 수 있다. 연극 공연을 하는 날이면 할머니들은 배우로서 행복하고, 그 후손들은 관객으로 행복하다. 그리고 공연이 끝난 뒤풀이는 동네 모든 사람들을 위한 축제의 밤이 된다.
이제 연극은 예술로서 연극뿐만 아니라 평범한 보통 사람들의 행복을 이끌어내는 도구가 되어야 한다. 즉 생활연극이다. 주부나 직장인, 은퇴한 실버층, 혹은 입시에 찌들린 학생들이 각자의 이야기를 대본으로 삼아 연극의 주인공이 되어 서로 연기를 하고, 관객이 되는 것이다. 그럴 때 일상의 삶에서 경험하지 못한 자기만의 인생을 발견하는 황홀한 기쁨을 맛보게 된다. 행복한 자기 발견의 시간인 셈이다.
올해 대구에서 개최되는 대한민국연극제는 이러한 생활연극이 확산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각 구'군 문화재단 혹은 동 단위 문화센터에 대구의 연극인들이 파견되어 동네나 구성원들의 특성이 담긴 스토리텔링을 개발하고, 함께 연극을 만들어 보는 것이다. 이왕이면 일정한 단계를 거쳐 대한민국연극제 기간에 시민연극제를 동시에 개최하는 것도 좋다. 대구의 여러 지역 주민들이 시끌벅적 연극판을 벌이다 보면 시민은 시민대로 행복하고, 연극인들은 연극인대로 자부심을 가지게 될 것이다.
이런 시민들의 에너지가 대한민국연극제와 결부된다면 성공은 당연히 보장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그들이 연극제의 관객이 될 것이고, 안내요원이 될 것이고, 홍보요원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연극제가 끝난 후에도 동네에서 연극을 계속하기 위해서는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데, 그 역할을 할 수 있는 사람은 대구연극인밖에 없다. 그렇다면 결과적으로 대구의 젊은 연극인들의 생계에도 다소 도움이 될 수 있다.
물론 이러한 지점까지 가기 위해서는 정책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현 시점에서 대한민국연극제 집행위원회는 대구시(혹은 대구문화재단)와 함께 향후 생활연극을 확산시키기 위한 제도적 틀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 즉 '2017 대한민국연극제'는 행사 그 자체가 아니라, 연극을 통하여 시민이 행복하고, 대구연극의 기초토양이 만들어지는 생활연극의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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