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지역 좀비기업 231곳, 총 차입금 中企의 30%

"가계부채보다 기업부채 더 위협적"

대구경북에서 돈을 벌어 이자도 못 갚는 '좀비' 상태에 가까운 기업들이 갈수록 늘고 있다.

9일 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에 따르면 경기 침체 장기화 탓에 수익성이 악화돼 금융권에서 빌린 돈의 이자도 감당하지 못하는 '한계기업'들이 매년 늘어나면서 이들 기업이 부실기업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경북의 자산 규모 120억원 이상인 외부감사 대상 기업(1천763곳) 중 한계기업은 2009년 186곳에서 231곳(2015년)으로 늘었다. 2015년 기준으로 한계기업 비중 역시 13.1%로 전국 평균(12.7%)보다 높았다. 산업연구원 등에 따르면 한계기업 비중이 1%포인트 증가하면 대구경북의 총요소생산성은 0.23% 감소한다. 지금처럼 한계기업이 늘어나면 지역 산업이 성장하는 데 큰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또 이들 한계기업이 금융권에서 빌린 총차입금은 지역 전체 중소기업 차입금의 3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가계부채보다 기업부채가 우리 경제에 더 위협적인 요소라고 경고한다. 늘어난 가계부채의 상당 부분은 높아진 주택 가격이나 전세금 때문에 발생했으니 부동산 가격이 급락하지 않는 이상은 주택을 처분하거나 전세금을 반환받아 대출금 상환이 가능하다.

그러나 이른바 '좀비기업'이 받은 기업 대출은 사업 환경 자체가 악화되거나 기업 경쟁력을 상실한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부동산 등의 담보를 처분해도 대출금을 갚기에 부족한 경우가 많다.

대구은행 관계자는 "한계에 내몰린 기업들은 이자를 내기 위해 은행권에서 새로운 대출을 받게 되고, 다시 늘어난 이자를 제대로 갚지 못해 빚만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된다. 결국 영업이익으로 이자조차 못 내는 좀비기업이 돼 지역 경제의 뇌관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부가 지난해부터 부실기업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올해는 한계기업이 더 늘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 관계자는 "대구경북의 제조업 상황이 좋지 않다. 특히 자동차 부품업체의 경우 현대자동차 등과 전속적인 관계로 부산'울산발 경제 위기가 커질 경우 직접적인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한계기업=최근 3년 연속 이자보상비율(영업이익/이자비용) 100% 미만 기업 또는 최근 3년 연속 영업활동 현금 흐름이 마이너스인 기업으로 은행의 구조조정 대상 기업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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