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금융 당국 '햇살론' 빙자 사기주의보

치킨 가맹점을 운영하고 있는 김지철(53) 씨는 지난 연말 매출이 예상치를 밑돌자 첫째 아들의 대학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시중은행에 신용대출 가능 여부를 타진했다. 하지만, 은행권으로부터 이렇다 할 대답을 듣지 못하던 중 전화로 서민을 위한 정책금융상품인 햇살론의 존재를 알게 됐다. 전화상담원은 "가급적 햇살론의 대상이 될 수 있도록 도와드리겠지만 까다로운 조건으로 인해 햇살론 혜택을 받지 못할 경우 저희들이 저리의 대출상품을 추천하겠다"고 제안했다. 김 씨는 상담원의 말만 믿고 대출상품을 이용했다가 연이자 20%의 사채를 이용하게 됐고 지금도 이자 부담 때문에 속을 끓이고 있다. 김 씨처럼 햇살론을 빙자한 서민 대출 사기에 속은 피해자의 대출 규모는 지난해 말 현재 500억원에 달한다.

서민금융진흥원은 최근 햇살론을 사칭한 대출 사기 범죄가 급증하고 있다며 '전화로 햇살론 대출을 권유하고 입금을 요구하면 100% 사기'라고 9일 밝혔다. 햇살론은 대부업체나 저축은행에서 대출받으면 고금리를 부담해야 하는 저신용'저소득 서민층의 금융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만든 정책금융상품이다.

최근 경기 침체를 틈타 전화를 통해 햇살론을 받을 수 있게 해주겠다는 전화 대출 사기가 크게 늘고 있다.

금융감독원 금융소비자보호처에 따르면 지난해 전화 보이스피싱을 통한 서민 금융 피해 가운데 35%인 500억원이 햇살론을 빙자한 금융 사기라고 밝혔다. 성수용 금융감독원 금융소비자보호처 불법금융총괄팀장은 "다소 번거롭더라도 필요한 대출 금액이 있으면 반드시 정식 금융기관을 방문해 대출 상담을 해야 피해를 방지할 수 있다"며 "전화상담에 응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범죄 집단의 의도에 끌려들어 갈 수 있는 만큼 시중은행과 이지론 등 공식 금융창구를 통해 정책금융상품 이용 여부를 타진하는 것이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방편"이라고 당부했다.

보이스피싱이 의심되는 '햇살론 이용' 전화상담 제안을 받은 경우 '1397' 서민금융통합콜센터나 '1332' 금융감독원 상담전화로 문의하면 전화상담자의 실체를 확인할 수 있다.

전화로 햇살론 이용 여부를 묻는 상담자는 대부분 은행 직원을 사칭한 대출 중개인이다. 이들은 처음에는 햇살론 대상 여부를 중심으로 상담을 벌이지만 대상 조건이 워낙 까다롭기 때문에 급전이 필요한 대출 요구인들의 다급한 상황을 악용해 고금리 사채 대출을 중개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070으로 시작하는 전화를 통해 걸려오는 금융상담 전화는 일단 의심하는 것이 좋다"며 "전화상담원 대부분이 통화 초반부에는 대출요구자의 어려움에 대한 공감을 표시하는 등 기술적인 행태를 보이기 때문에 가급적 이들과의 통화는 짧게 하고 공식 금융기관에 대출 여부를 묻는 것이 좋다"고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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