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짐승 같은 사람

연초가 되면 누구나 굳은 결심을 한다. '올해만큼은 반드시 이루겠다'고 마음먹지만, 맨 먼저 허물어지는 것이 '금연 결심'이다. 주위 사람들에게 짐승과 다를 바 없는 대접과 눈총을 받는데도, 담배를 끊지 못하니 의지박약도 병(病)이라면 큰 병이다. 다음은 인터넷에 나도는 금연 관련 유머다.

맹구가 새해 금연을 결심하고 가족들에게 알렸다. 며칠 지난 어느 날, 맹구의 아내가 방에 들어갔는데 맹구가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아내는 화가 나서 말했다. "당신, 새해부터 금연하기로 했잖아." 당황한 맹구가 말했다. "깜박 잊었어." 아내가 "그런 걸 잊으면 안 되지"라고 핀잔을 줬다. 맹구가 대답하길 "그게 아니고, 방문 잠그는 걸 깜빡 잊었다고."

이런 분들이 주위에 꽤 있다. 가족들에게 금연하겠다고 선언하고는 여전히 끊지 못한 유형이다. 밖에서 담배를 실컷 피우고는 자신의 몸에 방향제나 탈취제를 듬뿍 뿌리고 당당한 얼굴로 귀가하는 '거짓 금연자'들이다. 그래도 아내와 아이들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몸부림치는 모습이 대견하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다.

한 선배는 금강산에서 목격한 흡연자의 황당한 사연을 들려줬는데, 모두가 박장대소했다. 1998년 겨울에 금강산 관광을 가니, 북한 안내원이 '민족의 영산인 만큼 청정한 환경과 산불 예방을 위해 담배를 피워선 안 된다'고 겁을 줬다. 흡연자는 공화국법에 따라 처벌할 것이라는 경고도 덧붙였다. 그런데 관광 중에 산 중턱의 간이 화장실에서 담배 연기가 모락모락 올라왔다. 북한 안내원이 고함을 치며 뛰어가니 50대 남자가 자신은 아니라는 몸짓을 하며 화장실에서 나왔다. 북한 안내원이 화장실을 뒤져도 담배꽁초를 찾을 수 없었다. 알고 보니 겁이 나 담배꽁초를 꿀꺽 삼키고 시치미를 뗐다는 것이다. 눈물겨운 증거인멸 시도에도 불구하고, 이 남자는 북한 안내원에 끌려가 혼쭐이 났다고 한다.

흡연자는 어디서나 기피인물 취급을 받는다. 다른 사람들에게 간접흡연 피해나 입히는 이기주의자나 의지박약자로 불리는 세상이다. 담배 피울 곳도 마땅치 않아 아파트 뒷담이나 골목 같은 구석진 곳을 찾아다녀야 하니 구차스럽기 짝이 없다. 이쯤 되면 담배 피우는 것도 엄청난 스트레스다. 지난해 통계로는 한국 성인의 흡연율은 20.8%이고 인구로는 875만 명 정도다. 올해만큼은 금연 결심을 지켜 흡연 통계에서 제외되면 더할 나위가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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