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우리동네 으뜸 의사] 김은정 김은정소아과의원 원장

"위로·공감으로 아토피 환자 치유능력 키워야죠"

김은정(50) 김은정소아과의원 원장은 전형적인 '의사'와는 거리가 멀었다. 의사 가운 대신 청바지에 카디건을 걸쳤고, 캐릭터가 그려진 선글라스를 머리에 얹었다. 인형이 달린 청진기는 마치 유치원 교사 같았다. 그는 "선글라스는 응원하는 키덜트 벤처기업 제품이라 머리띠 대신 얹고 다니는데 아이들이 좋아한다"고 했다.

병원 진료실과 응접실 사이에는 문이 없다. 김 원장은 응접실에서 인기척이 나면 환자를 알아보고 부른다. 그는 개원 후 15년 동안 하루 4시간 진료를 원칙으로 삼고 있다. 진료 시간은 짧지만 환자와 약속은 무슨 일이 있어도 지킨다고 했다. 오전 6시에도 진료를 마다하지 않는다. 환자에게 연락처를 알려주고 밤낮 가리지 않고 귀를 열어둔다. 그의 휴대전화 연락처에 저장된 환자 번호만 1천여 명을 헤아린다. 그는 "한밤중에 심근경색이라며 연락이 와서 병원을 연결해준 것도 여러 번"이라며 "오지랖이 넓다고 안팎으로 소문이 자자하다"고 웃었다.

◆아토피 치료에 심리 상담 접목…"따뜻한 의사 되고파"

김 원장은 아토피 질환 치료로 잘 알려졌다. 전공의 시절부터 아토피 피부염에 관심이 많았고, 임상 경험이 쌓이면서 아토피 질환과 정신적인 문제의 연관성에 주목했다. 아토피 질환을 심하게 앓는 아이들이 주의력결핍장애(ADHD)를 앓거나, 엄마가 산후우울증을 앓는 경우가 많았던 탓이다. 그는 정신건강의학과 상담심리학 등을 공부해 아토피 질환 치료에 접목했다.

김 원장은 "자녀의 아토피 질환 진료를 보러 가서 보호자가 상담을 하고 온다는 소문이 나 있다"고 으쓱했다. 심리 상담을 해주다 보니 점차 상담 범위도 넓어졌다. 환자들은 아이를 어느 학교, 직장에 보낼지 물어보고, 주택 구매나 보험 가입 등 자산 설계 컨설팅까지 문의한다. "환자들은 좋아하지만 의사한테는 돈이 안 돼요. 하루 4시간 진료에 상담까지 해주면 하루에 환자를 10명 정도 보는데 돈이 되겠어요? 호호."

김 원장은 "대신 환자에게 엄격하다"고 했다. 초진 환자는 전화로 면접하고, 처음 방문할 때 식사 일기와 아토피 질환 치료 목록, 아이 용품 목록, 건강보험증 등 준비물을 가져오도록 한다. 준비물을 제대로 갖추지 않으면 냉정하게 돌려보낸다. 그는 "아토피 질환뿐만 아니라 당뇨, 고혈압 등 만성질환이 생기는 것은 잘못된 생활 습관 탓이다. 따라서 습관이 바뀌지 않으면 근본적인 치료는 힘들다"면서 "준비물은 치료의 기본이고, 치료를 받으면서도 조언대로 잘 따라와야 치료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는 우리 병원에서 환자가 따뜻함을 느꼈으면 좋겠다"고 했다. 환자를 반드시 낫게 하겠다는 거창한 사명감보다는 위로와 공감, 조언을 통해 환자 자신의 치유 능력을 키워줄 수 있다면 충분하다는 것이다. 김 원장은 "가끔 '소아청소년과 의사가 정신건강의학과 진료까지 본다고 오해를 사기도 하지만 믿고 찾아와주는 분들이 있어 괜찮다"고 덧붙였다.

◆취미로 배운 요리'아로마테라피, 환자 치료에 적용

그가 하루 4시간 진료를 고집하는 이유는 의사를 하면서도 관심 있고, 하고 싶은 분야를 배우고 싶었기 때문이다. 학창 시절 성적이 좋아 자연스럽게 의과대에 진학했지만 타고난 끼를 억누를 순 없었다. 예술 분야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의과대 시절부터 메이크업과 네일케어, 바느질, 요리 등을 배웠다. 개원 이후에는 스포츠댄스와 발레, 현대무용, 아로마테라피를 배우고 마술도 시작했다. 마술과 아로마테라피는 전문 자격증까지 지닌 '프로'다.

김 원장은 "취미로 배우는 건 일일이 다 세지 못할 정도로 많다"며 "힐링을 위해 시작한 취미생활을 오랫동안 하다 보니 전문가 수준이 됐고 환자를 치료하는 데도 많은 도움이 된다"고 했다. 가령 요리에 대한 지식을 바탕으로 식이요법을 조언하거나 환자의 심신 안정에 도움이 되도록 치료에 아로마테라피를 적용하는 식이다.

마술 공연을 줄기차게 하다 보니 공연, 전시회, 박람회 등 각종 행사 및 공연 기획 분야까지 손을 대고 있다. 단골 환자가 운영하는 음식점의 신메뉴 개발에 도움을 주기도 한다.

그는 "하고 싶은 것은 다 하고 있으니 이제 크루즈 여행을 떠날 일만 남았다"고 했다. 그래도 병원 문을 닫지는 않겠다고도 했다. "사실 병원에서 낸 수익으로는 먹고살기 어려워요. 수입보다 유지관리비가 많이 들죠. 그래도 전공의 시절부터 지금까지 20년 넘게 찾아오는 단골환자나 4대에 걸쳐 찾는 가족 환자들이 있어요. 그들을 위해서라도 병원은 영원한 베이스캠프로 남겨 둘 생각입니다."

♣김은정 원장

1968년 대구 출생. 경명여고, 영남대 의과대 졸업. 영남대병원 전공의 수료. 김은정소아과의원 원장. 대구경북소아청소년과개원의협의회 부회장. 한국아로마테라피인증학회 고문이사 겸 강사. 한국마술협회 대구경북지부 전속 마술사 겸 이사'강사. 한국원자력 여성자문이사. 직업 체험인 학습'학부모 역량 강화 수업 강사. 보건소 산모교실'태교교실'당뇨교실 강사. 경북아토피센터 특강 강사. 성보학교 맑은소리하모니카연주단 매니저

사진 김영진 기자 kyjmaei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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