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여전히 풀리지 않는 박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 행적'

박근혜 대통령 측은 10일 헌법재판소에 제출한 '세월호 7시간 행적' 답변서에서 "그날 공식 일정이 없었고 신체 컨디션도 좋지 않았기 때문에 관저 집무실에서 근무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관저에서 보고받거나 전화로 지시하는 방식으로 업무를 처리했으니 잘못이 없다고 주장했다. 박 대통령 탄핵심판 대리인단이 제출한 답변서는 청와대가 지금까지 밝힌 내용과 달라진 것이 거의 없다. 그동안 국민과 유족을 충격으로 몰아넣은 '7시간 미스터리'가 '단순한 관저 근무'였다고 하니 황당할 수밖에 없다.

답변서를 보면 '7시간 미스터리'가 일부나마 해명된 것이 아니라 오히려 궁금증을 키우는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설명의 앞뒤가 맞지 않고 명확하지 않은 부분이 많아 대통령의 행적을 완전하게 설명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거기다 당일 관저 출입자의 명단이 설명과는 달랐고, 김장수 당시 국가안보실장과 참모와의 통화 기록도 빠져 있다. 답변서를 받은 이진성 헌법재판관이 오죽했으면 '헌재 요구에 못 미친다'며 보완을 요구했겠는가. 헌재는 이 답변서를 탄핵재판의 기초자료로 삼기에는 부족한 수준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박 대통령 측이 지난달 22일 헌재로부터 답변서 제출을 요구받고 19일 만에 이런 수준의 답변서를 제출했다고 하니 아직도 뭔가 감추고 있다는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다. 시간이 충분했을 터인데 명쾌한 설명을 못 하는 것도 이상하고, 답변서를 부실하게 만든 것도 이상하다. 설령, 박 대통령의 주장대로 '관저 근무'가 사실이라면 진작에 국민과 유족에게 사과하고 진실을 알렸으면 될 일을 이렇게 큰 사건으로 키운 이유도 아리송하다. 2년여 동안 그날 행적을 둘러싸고 온 나라가 뒤숭숭할 정도였는데 대통령 체면이나 권위 때문에 이를 회피하고 모른 체 했다면 기가 찰 일이다.

박 대통령의 답변은 국민의 궁금증을 해소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국민은 304명이 희생된 그날, 청와대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 권리가 있다. 박 대통령이 진실을 털어놓으면 될 일인데 그럴 가능성은 없는 것 같고, 특검을 통해서라도 진실 규명이 반드시 이뤄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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