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반기문 전 총장, 대선 주자로서 혹독한 검증받아야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2일 귀국해 정치 행보를 시작했다. 대선 후보 지지율 1, 2위를 오르내리는 반 전 총장의 귀국은 본격적인 대선 정국의 막이 올랐음을 의미한다. 그의 행보에 대선 정국이 크게 요동치고 정치 지형도마저 바꿔 놓을 것이 분명하다. 그렇지만, 그의 앞길에는 '꽃길'만 펼쳐진 것이 아니다. 대선 후보로서 자신의 도덕성과 정책을 혹독하게 검증받아야 하는 '가시밭길'이 기다리고 있다.

현재의 정치 환경은 반 총장에게는 아주 유리한 국면이다. 새누리당에서 바른정당이 분당해 4당 체제가 열리면서 보수와 진보의 틀이 흐릿해졌고, 촛불 민심과 탄핵 정국으로 새로운 리더십과 사회 변화에 대한 욕구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새누리당과 바른정당은 반 전 총장 영입에 사활을 걸고 있고, 국민의당 역시 전국 정당의 면모를 갖추기 위해 영입에 적극적이다. 충청권 국회의원들과 '정치 낭인'으로 떠돌던 MB(이명박)계 인사들이 그에게 달려가고 있다. 그에게는 너무나 우호적인 정치 환경이 마련돼 있다고 하지만, 스스로 자신의 능력을 입증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

그는 '완성된' 정치인이 아니다. 평생 외교관 생활을 한 만큼 정치철학과 정책은 불분명하고, 알려진 것이 거의 없다. 측근들이 전하길, '외교 안보는 보수, 경제 사회는 중도 성향'이라고 한다. 국민이 궁금해하는 부분은 외형적인 모습이 아니라, 구체적인 철학과 이념이다. 그는 하루빨리 국가와 사회 현안에 대한 생각과 비전을 밝히고 국민의 동의를 구해야 할 것이다.

자신을 둘러싼 두 가지 의혹도 해명해야 한다. 박연차 전 태광실업회장으로부터 23만달러를 수수했다는 의혹과 미국에서 뇌물죄로 기소된 동생과 조카와의 관계를 솔직하게 털어놔야 한다. 그는 이를 부정했지만, 그것으로는 부족하다. 뇌물과 친인척 문제는 대통령 후보의 자격 유무를 판단할 근거가 되므로 완벽한 검증이 필요하다. 그는 귀국길에 밝힌 대로 '포용적 리더십, 우리 사회의 통합과 안정'을 이룰 수 있는 인물인지 입증해야 하는 과제를 갖고 있다. 그의 성패는 박근혜 대통령 이후의 새로운 시대를 열어갈 자질이 있는지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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