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중국, 소련처럼 붕괴 될까? 미국 제치고 초강대국 될까?

중국의 미래/마르테 셰르 갈퉁'스티그 스텐슬리 지음/오수원 옮김/부키 펴냄

'49가지 단서로 예측한 중국의 미래'는 우리가 무심코 받아들이고 있는 중국에 대한 편견과 오해 49가지를 노르웨이 국방부 중국 전문가들이 분석하고 파헤친 책이다. 중국 경제에서부터 정치, 국민, 외교, 역사, 그리고 미래에 이르기까지 이제껏 '정설'로 알려져 있던 통념을 깨부순다.

◇중국에 대한 다양한 전망들은 옳은가?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세계 각국은 중국의 미래에 대해 다양한 전망과 의견을 내놓고 있다. 예컨대 ▷중국 경제는 곧 붕괴될 것이다 ▷중국이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를 사들일 것이다 ▷중국인들은 이기적이고 무례하다 ▷중국에서는 민주주의가 불가능하다 ▷중국은 호전적인 독재 국가이다 ▷중국은 마음만 먹으면 북한을 움직일 수 있다.

중국에 대한 분석은 대체로 극단적이다. 그래서 혹자는 중국을 과대평가하고 혹자는 과소평가한다. 극단적인 평가, 즉 거의 신념에 가까운 평가는 중국의 현실적 상황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어렵게 한다.

이 책은 "중국이라는 주식회사가 베이징(중국 정치권력)의 명령에 따라 세계를 사들이고 있다는 통념은 옳지 않다. 이런 관념은 '황화'(黃禍)라는 유언비어의 현대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말한다. '황화'란 황인종이 백인종에게 가하는 재앙이라는 뜻이다.

책은 "1980년대와 1990년대 일본이 서양의 기업을 인수할 때도 서구사회, 특히 미국에서는 황화 인식이 팽배했다. 중국 기업들이 가공할 만한 위력을 갖춘 경쟁자로 부상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들의 목표는 대개 상업적이다. 이들 역시 세계의 다른 다국적 기업들처럼 국내와 해외에서 시장을 점유하려고 노력하고 있을 뿐이다"고 평가한다.

◇중국은 언제, 어떻게 붕괴할 것인가

미국의 국제 정세 분석가 조지 프리드먼은 중국이 2020년에 붕괴할 거라고 예언했다. 중국계 미국 변호사인 고든 창도 중국이 2011년에 붕괴할 거라는 비관적 전망을 내놓았던 적이 있다. 헤지펀드업계 대부이자 억만장자인 조지 소로스는 "중국 경제의 경착륙이 불가피하다"며 과감하게 위안화 가치 하락에 베팅했다. 그러나 이들의 예측은 빗나갔다.

두 지은이는 중국이 세계를 사들인다거나, 중국이 곧 붕괴할 것이라는 주장 혹은 중국 경제가 조만간 침체에 빠질 것이라는 주장의 배경에는 중국에 대한 공포가 있다고 말한다.

지은이들은 중국에 대한 편견의 근원을 서구에서 찾는다. 중국은 예로부터 '서구와 대립되는 세계' 역할을 담당했다. 서구는 자신들의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때에 따라 중국을 상반되게 규정해 왔다. 서구인들에게 중국은 가난하거나 부유한 나라, 미신에 빠져 있거나 합리적인 나라, 야만적이거나 문명화된 나라, 수동적이거나 호전적인 나라였다. 지난 수백 년 동안 중국에 대한 인식은 '애호'와 '혐오'를 분주히 오고 갔다. 그 연장 선상에서 지금은 중국에 대한 '혐오'가 들끓고 있다는 것이다.

흔히 중국 경제의 약점으로 수출 의존적 경제구조를 거론한다. 수출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세계 경기 침체에 취약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세계를 강타한 금융위기를 통해 중국 경제의 동력이 수출보다는 실물투자라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세계 경제침체가 중국 경제를 붕괴시키리라는 예측은 신뢰성을 잃었다. 실제로 서구 기업들은 쉽게 팔 수 있는 유동증권을 사는 데 반해, 중국 기업들은 유동성이 극히 작은 공장과 실물자산을 사들이는 방향으로 사업을 추진한다.

◇빈부 격차가 중국의 사회불안을 야기한다

불평등과 빈부 격차가 중국의 사회불안을 야기할 것이라는 예측에 대해서도 이 책은 다른 견해를 제시한다.

전국적인 조사에 따르면 대부분의 중국인들은 시장경제에 수반되는 불평등을 받아들일 뿐만 아니라 능력과 근면을 통해 생활수준을 개선할 기회가 있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노력 여하에 따라 얼마든지 미래를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예전에는 공무원이든, 노동자든, 군인이든 모두 똑같은 돈을 벌었다. 그러나 지난 30년 동안의 시장개혁으로 소득의 불평등이 발생했다. 하지만 중국인들은 대체로 이 같은 불평등을 개인의 노력에 대한 대가로 생각한다.

빈부 격차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인들은 교육을 받고 열심히 일하면 자신 또한 사회계층의 사다리 위쪽으로 이동할 수 있다고 믿는다. 국민 다수가 '근면성실이 부를 창출한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는 한 그 나라는 발전하지, 사회적 불만이 폭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중국어가 세계 공용어가 된다고?

이 책은 중국이 공산주의 체제를 유지한다고 하더라도 소련처럼 붕괴하지는 않을 것이며, 인터넷이 공산당을 무너뜨릴 가능성도 희박하다고 전망한다. 중국과 미국의 전쟁 가능성도 극히 낮으며, 중국어가 영어를 제치고 공용어가 될 가능성도 없다고 주장한다.

위안화가 달러화를 위협하는 일도 없을 것이라고 내다본다. 위안화가 달러화를 위협할 정도가 되려면 중국 정부는 자본시장을 개방해야 한다. 다른 나라가 위안화를 달러화보다 매력적인 기축통화로 여기려면 투자 목적으로 위안화를 거래하기가 더 용이해져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기축통화가 되자면 위안화가 교역 상품이자 투자 대상이 되어야만 한다. 그러나 위안화는 투자를 위한 화폐로 자유롭게 사용되지 못한다. 중국 당국이 자본의 해외 유입과 유출에 여전히 제동을 걸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1위가 될까

두 지은이는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세계를 주도하는 초강대국이 될 거라는 전망에도 찬물을 끼얹는다.

경제적 영향력이 정치적 영향력으로 쉽게 바뀌는 것은 아니다. 수십 년 동안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이었던 일본 역시 경제력으로 정치적 패권을 장악하지는 못했다. 중국도 마찬가지다. 중국은 '소프트파워'가 부족하다.

지은이들은 "중국은 결국 초강대국으로 성장하겠지만 다른 나라 사람들의 호감을 살 만큼 매력적인 나라는 되지 못할 것이다. 중국의 역사적 귀환은 실로 인상적이다. 그러나 베이징이 중국이라는 이미지를 만들지 않는 이상, 21세기가 중국의 시대가 될 가능성은 그저 가능성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책은 총 6부, 즉 경제, 정치, 국민(국민성), 세계와 중국(패권, 내정간섭, 국제관계 등), 역사, 미래로 구성돼 있다.

◇서구 시각이 아닌 새 시각으로 중국 분석

지은이 스티그 스텐슬리는 노르웨이 국방부 아시아 분과의 분과장이다. 노르웨이 국방연구소, 싱가포르국립대학, 컬럼비아대학에서 객원연구원으로 연구했다. 또 한 사람의 지은이 마르테 셰르 갈퉁은 노르웨이 국방부의 중국 수석분석가다.

노르웨이는 5대 석유 수출국이다. 전 세계에 원유를 수출하고 있기 때문에 세계 동향에 민감하다. 또한 작은 나라답게 군사력과 군비를 증강하는 일보다는 타국을 연구하는 일을 중심으로 안보정책을 추진한다. 두 사람은 미국이나 중국의 시각이 아닌 새로운 시각으로 중국을 분석한다.

351쪽, 1만6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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