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이재용의 자질

"이번에도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갈까?"

요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 여부가 최대 관심사다. 삼성의 일류 변호사들이 이 부회장을 보호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으나, 이번에는 좀 어려울 것 같은 분위기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강골(强骨) 수사통으로 구성돼 있어 로비나 압력, 경제 논리 따위는 전혀 먹혀들지 않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이 최대 위기에 봉착한 것은 자업자득 측면이 강하다. 2008년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으로 특검 수사를 받았을 때, 정경 유착을 끊고 글로벌기업에 걸맞은 경영 방식을 정립할 기회가 분명히 있었다. 마약과도 같은 정경 유착의 황홀함을 잊지 못하다가 이런 꼴을 당했으니 도대체 누구를 원망할 것인가.

삼성 비자금 폭로로 유명한 김용철(현 광주교육청 감사담당관) 변호사가 쓴 '삼성을 생각한다'에 나오는 내용이다. "2009년 1월 16일 발표된 삼성 사장단 인사안은 삼성 조직의 본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불법 승계 등의) 비리에 가담해서 기소되거나, 유죄 판결을 받은 이들에게는 큰 보상이 돌아갔다. 반면, 삼성을 지금처럼 키우는데 기여한 이들은 밀려났다."

2008년 특검 수사 때 총수 일가에게 맹목적인 충성을 다한 이들은 출세가도를 달렸고, 순수하게 야전에서 일한 이들은 '물을 먹었다'는 얘기다. 한국의 조직 사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지만, 삼성은 다른 곳보다 그 정도가 훨씬 심하다. 총수 일가의 자산과 사적 이익을 지키려는 참모들이 활개를 치면 그 조직의 미래는 뻔하다. 삼성의 미래는 개인 기업의 성패 문제가 아니다. 삼성전자 매출이 국내총생산(GDP)의 5% 이상을 차지하는 현실을 감안하면 국가적인 문제다.

이 부회장이 정상적인 판단력을 가졌거나, 글로벌기업을 이끌 자질이 있었다면 이런 후진적인 풍토를 일찌감치 바꿨을 것이다. 그렇지만, 삼성을 제대로 개혁하지 못했고, 오히려 안주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박근혜 대통령이나 최순실의 부당한 요구에는 손사래를 치고, 어려운 길을 마다하지 않고 정도를 지향해야 했지만, 할아버지, 아버지의 유산을 답습하는데 그쳤다.

이번 기회에 확실히 깨닫고 고치지 않으면 그에겐 더 이상의 기회가 없다. 감옥에 가는 한이 있더라도, 뭔가 배우는 것이 있어야 하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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