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춘 K스포츠재단 이사장이 지난해 9월 말 사의를 표명하고도 정작 사직서를 제출하지 않은 배경에 문화체육관광부의 적극적인 만류가 있었다고 증언했다.
정 이사장의 이러한 발언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의 시발점인 K스포츠재단이나 미르재단과 관련해 "설립 승인만 해줬을 뿐 재단 운영에는 전혀 관여한 바 없다"는 문체부의 해명과 배치되는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정 이사장은 13일 오후 서울 강남경찰서에 고소인 자격으로 출석한 자리에서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당시 정현식·정동구 이사가 그만둔 상태라 남아있던 김필승·주종미 이사, 그리고 나까지 그만두면 이사가 한 명도 없어 재단이 해산되니 그만두지 말라는 간곡한 부탁이 문체부로부터 왔다"고 밝혔다.
자신을 포함한 이사 3명의 사직을 말린 것이 조윤선 문체부 장관이냐는 질문에는 "그렇지 않다"며 "K스포츠재단을 담당하는 주무관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전했다.
정 이사장은 사직 만류의 이유로 당시 청와대가 K스포츠재단과 미르재단을 해산하고 통합 재단을 출범하기로 방침을 정했는데, K스포츠재단이 해산되면 기금이 국고로 귀속돼 통합 계획에 차질이 빚어진다는 우려 때문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정 이사장의 발언이 사실이라면 문체부가 K스포츠재단 운영에 매우 깊숙이 관여한 것이어서 논란이 될 전망이다. 문체부는 그동안 K스포츠재단이나 미르재단 운영에는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고 해명해왔기 때문이다.
실제 문체부는 정 이사장의 발언 내용을 사실무근이라며 부인했다.
문체부 관계자는 연합뉴스 통화에서 "자율적으로 운영하는 민간 재단에 정부가 개입하거나 관여할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정 이사장은 '비선실세' 최순실(61·구속기소)씨의 제안으로 K스포츠재단 비상근 이사로 들어갔는데, 그 무렵 전 직장 동료에게 청와대가 자신의 신원조회를 하고 다닌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한다.
영문을 몰랐으나 지난해 4월께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에게 연락이 와 비상근 이사가 아닌 이사장을 맡아보라는 제안을 받고서야 '이 재단의 사업이 청와대와 연관이 있구나'라고 짐작했다고 정 이사장은 회상했다.
최씨와 마지막으로 통화한 것은 전국경제인연합회 이승철 상근부회장과 안 전 수석으로부터 사퇴 압박이 들어올 무렵이었다고 정 이사장은 떠올렸다. 당시 최씨는 독일에 체류 중이었다.
거취를 고민하던 정 이사장은 최씨에게 연락을 해보라고 박헌영 전 K스포츠재단 과장에게 지시했고, 연락이 닿지 않다가 최씨가 자신에게 전화를 걸어왔다는 것이다.
정 이사장은 "최씨가 아무래도 지금 상황이 좋지 않은 것 같으니 그만두라고 권유했고 두 재단을 통합하고 나면 다른 직원들 고용 승계를 부탁을 해보는 게 어떻겠냐고 권유하더라"고 전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퇴임 후 K스포츠재단 이사장을 맡으려 했다는 주장에 관해서는 "전혀 사실무근"이라며 "누군가 꾸며낸 것 같다"고 반박했다.
정 이사장은 "영남재단, 육영재단, 정수장학회도 있는데 박 대통령이 200억원대 규모의 재단에 무엇을 하러 오겠느냐"며 "어처구니없는 생각"이라고 잘라 말했다.
정 이사장은 최근 강남경찰서에 김필승·주종미 이사와 경영지원본부장 이모씨를 권리행사방해·업무방해·사문서위조 혐의로 고소했다.
이사장 동의 없이 5일 개최한 제15차 이사회에서 의결한 자신의 이사 및 이사장직 해임의 건은 불법이라는 이유에서다.
그는 15차 이사회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도 이날 서울중앙지법에 냈다.
정 이사장의 임기는 12일로 만료됐다. 하지만 남은 이사 3명 가운데 가장 연장자이므로 이사장 직무대행으로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는 게 정 이사장의 주장이다.
정 이사장은 "두 이사가 재단을 깨끗하게 한다는 차원에서 최씨 추천으로 온 나를 나가라고 하는데 김필승 이사도 최씨의 추천으로, 주종미 이사는 김경숙 전 이화여대 신산업융합대학장의 추천으로 들어왔다. 이들이 할 말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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