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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 대신 마음껏 책 읽히고, 여행 함께 다녔다"

'사교육 없는 자녀교육' 공모전…대구 덕원고 이민주 양 가족

대구시교육청의
대구시교육청의 '제4회 사교육 없는 자녀교육 실천 우수사례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이진호(왼쪽) 씨가 우동기 대구시교육감과 기념 촬영을 했다. 대구시교육청 제공

대구의 교육열은 전국에서 알아주는 수준이다. 통계청의 '2015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구의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24만4천원으로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네 번째로 높았다. 대구보다 사교육비가 높은 것으로 조사된 서울, 경기 등이 물가가 높은 지역임을 감안하면 사실상 최고 수준인 셈이다.

최근 대구시교육청은 사교육 경감을 위해 칼을 뽑아들었다. 교직원부터 자녀에게 사교육을 시키지 않겠다는 실천 운동을 시작했다.

이 가운데 교육청이 4회째 실시하는 '사교육 없는 자녀교육 실천 우수사례 공모전'은 교육 원칙을 고민하는 학부모들에게 좋은 사례로 꼽히고 있다.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이진호 씨는 덕원고 3학년 이민주 양의 아버지다. 민주 양은 최근 서울대 사회학과 수시모집에 합격했다.

이 씨는 자녀가 유치원에 다닐 때까지 한글을 가르치지 않았을 정도로 공부를 강요하지 않았다. 아이 때는 실컷 노는 게 성장 발달에 가장 좋다는 생각에서였다.

"아내와 결혼할 때부터 아이를 강제로 공부시키지 말고 원하는 것을 하도록 키우자고 다짐했습니다. 자녀가 자라는 과정에서 사교육을 두고 고민을 할 때마다 중심을 잡을 수 있었던 것은 아내 덕분입니다."

두 자녀 모두 사교육 없이 키운 이 씨의 큰아들은 현재 KAIST 생명과학과에 재학 중이다. 이 씨는 자녀가 사교육을 받지 않고도 상위권 성적을 유지했던 비결로 '독서'를 강조했다.

이 씨는 "학원을 보내지 않은 대신 읽고 싶은 책은 마음껏 읽게 했다"며 "한때 일 년에 도서 구입비가 400만원에 달할 정도였다"고 했다.

이 씨 가족은 지금껏 터키, 이집트, 호주, 뉴질랜드 등 10여 개국에 가족여행을 다녔다. 여행 계획이 잡히면 온 가족이 수개월 전부터 여행지의 역사, 문화, 환경에 관한 자료를 찾아보고 책을 읽었다. 여행을 갔다 온 뒤에는 여행 후기를 책으로 만들어 오랫동안 추억을 간직했다. 가족 여행이 자녀에게 지리, 역사, 문화, 경제의 종합 교육이 된 셈이다.

민주 양의 꿈은 사회활동가가 돼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것이다. 이 씨는 벌써 훌륭한 사회인으로 성장해 줄 딸이 기대된다.

마지막으로 그는 자녀교육의 원칙을 세우는 데 있어 부부의 강한 결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사교육에 대한 유혹을 부부의 대화와 결정으로 극복하면서 아이를 키웠습니다. 부모의 역할은 자녀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때까지 기다려주는 것입니다. 부부는 행동하지 않으면서 자녀에게 강권하는 것은 올바른 교육으로 볼 수 없습니다."

한편, 박영애 대구시교육청 교육과정과장은 "사교육을 받는 이유 중 불안 심리 등의 요인이 약 16%에 해당한다"며 "공모전을 통해 교육에 대한 철학과 원칙을 갖고 올바른 자녀교육에 노력하는 모범 사례를 홍보, 사교육 경감 실천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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