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독수리 5형제와 함께 읽go, 쓰go] 먹잇감 노트

꿀벌은 겨울을 나기 위해 봄부터 가을까지 꿀을 모은다. 수달은 물고기를 먹다가 배가 부르면 차가운 곳에 먹이를 보관한다. 이런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우리가 사는 세상도 자연과 전혀 다를 게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동물은 배를 불리기 위해 먹잇감을 찾지만, 인간은 가슴과 두뇌를 채우기 위해 발버둥 치는 것이 다를 뿐이다. 우리는 이것을 위해 주로 선택하는 방법이 바로 독서이다.

지난 연재 기사 '책을 내 것으로 만드는 방법'에서 밑줄 긋기, 별표 같은 팁을 이미 설명했다. 실제 이런 방법으로 독서를 한다면, 책에 대한 기억을 제법 오래 간직할 수 있다. 하지만 독서량이 증가할수록 문제가 발생한다.

'분명 뭔가 떠오르는 데, 어디서 읽었지?' 아무리 생각해도 어디서 읽었는지 찾을 수가 없다. 기억의 한계 때문에 생기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독서량이 증가할수록, 시간이 지날수록 이런 현상은 더 자주 발생한다. 기억력의 한계 극복, 뭔가 뾰족한 방법이 없을까? 이번 시간에는 이것을 극복하고 지식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방법에 대해 알아보겠다.

◆ 책에서 자신의 먹잇감을 찾아라.

먼저 백지(줄 노트)와 바인더 한 권을 준비한 뒤, 책 읽기를 시작한다. 책을 읽다가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문장을 발견하면 포스트잇을 붙이거나, 책장 한쪽 모퉁이를 접어 표시해 둔다. 독서가 끝난 후, 표시한 곳 중에서 중요한 내용을 백지로 옮기고 바인더에 보관한다. 이런 방법으로 수십 권 아니 수백 권이 모이면 몇 권의 바인더는 자기만의 지식창고로 변신한다.

필자는 몇 년 전까지 소설을 썼지만, 동화로 장르를 바꾸면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장편동화라고 해도 소설과 동화는 주제의 표현, 문체 등에서 많은 차이가 있기 때문이었다. 이 과정은 생각만큼 쉽게 극복할 수 없었다. 아무리 노력을 해도 필자가 쓴 문체에는 소설 문체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결국, 마지막으로 선택한 방법이 먹잇감 노트 사용이었다. 동화책을 읽다가 좋은 문장이 나타나면 밑줄을 긋고, 책 모퉁이를 접어 표시를 했다. 한 권의 책이 끝날 때마다 백지 노트에 문장을 적고, 바인더에 옮겼다. 이 방법은 오래전부터 유명 작가들이 주로 쓰던 방법이었다. 오랜 시간이 흐르자, 필자가 만든 먹잇감 노트가 제법 두툼해졌다. 필자는 이 바인더를 보면서 가슴이 뿌듯했다. 백여 페이지가 넘은 바인더에 유명 작가들의 좋은 문장이 가득찼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엉뚱한 곳에서 터져버렸다. 많은 문장이 있지만 제대로 찾을 수 없기 때문이었다. 한 문장을 찾기 위해 백여 페이지를 모두 훑는 일은 아주 고통스러웠다.

여기서 포기할 수 없었다. 투자한 시간이 억울했다. 필자는 이렇게 모아놓은 문장들을 주제별로 다시 분류했다. 처음에는 20∼30개 정도로 시작했지만, 이렇게 하다 보니 마지막에는 18개까지 줄일 수 있었다. 이 방법은 보관과 활용에서 아주 탁월했다. 결국, 제대로 분류한 먹잇감 노트 한 권이 필자를 동화작가로 만들어 주었다. 게다가 이것을 활용하여 '활어 사전', '쉽고 빠른 엄마표 글쓰기'란 책 두 권까지 쓸 수 있었다. 한 권의 먹잇감 노트가 자기만의 지식창고가 된 결과이다.

지금 설명한 사례는 문학을 좋아하거나 좋은 문장을 쓰고 싶을 사람을 위해 추천할 만한 방법이다. 또 다른 방법도 있다. 세상의 책은 문학만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것은 리포트, 논문(설명문, 논설문) 같은 글을 쓰거나 강의 준비를 위해 효율적이다.

여기서도 먹잇감 노트를 사용하며, 분류가 핵심이다. 먼저 자기가 관심 있는 분야의 주제를 꼭 정해야 한다. 예를 들어 음식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한식, 양식, 중식으로,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은 일본, 중국, 국내 등으로 분류하고 주제별 바인더를 만든다. 책을 읽으면서 해당 주제가 나오면 먹잇감 노트에 옮기고 바인더를 채워나간다.

요즘은 노하우(Know-how)보다 노웨어(Know-where)가 더 중요하다. 예전보다 기술과 지식의 양이 폭발적으로 증가했기 때문이다. 지식의 폭발시대라는 말에 걸맞게 매일 신간은 봇물 터지듯 쏟아지고,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지식이 출현한다. 이런 지식 모두를 머릿속에 채우기도 어렵지만, 현실적으로 볼 때 굳이 채우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결국,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지식 관리의 노하우이다. 자기만의 먹잇감 노트, 이것은 21세기를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가장 절실한 지식 관리 방법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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